정토행자의 하루

토론토법당
도반으로 수행자로 함께해서 더 좋은 토론토법당 한병국, 서귀임 부부

[북미주동북부지구, 캐나다 토론토법당]

도반으로 수행자로 함께해서 더 좋은

토론토법당 한병국, 서귀임 부부

     

20109월 가정법회로 시작하여 20146월 법당을 개원한 캐나다 토론토정토법당. 2012년부터 3년간 스님의 해외순회 강연을 개최하며 꾸준히 기반을 다져가는 법당에 어느날 불현듯 찾아와 토론토법당의 주춧돌이 되어가는 한병국, 서귀임 부부를 지난 9월 뉴욕에서 있었던 해외명상수련과 행자대회장에서 만났습니다. 김정란 총무님은 법당에 온 이후 수행법회와 모든 행사에 빠지지 않고, 천일결사에 입재하여 열심히 수행할 뿐만 아니라 청소와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도반들과의 교류도 좋으시다.” 하며 두 분을 소개하였습니다. 30년을 넘게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생활하다 정토회를 만났다는 두 분, 부부가 함께 수행해서 더 좋은 이야기를 한병국 거사님의 글을 통해 들어봅니다.

     


해외명상수련 후 이어진  해외정토
행자대회에서 공양팀 대표로 소감문을 발표하는 한병국 님

 

김대건 신부에 감명 받아 종교를 갖다

내가 처음 종교에 관심을 가진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교과서에 나온 김대건 신부의 이야기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이 사람이 믿었던 종교를 믿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고, 결국 군대에 가서 천주교 세례를 받았다. 제대할 때 군종 신부님께서 본당 신부님에게 이 친구를 구슬려 신학대학에 보내라는 편지를 쓸 정도로 열심히 종교생활을 했던 나는 성당 청년회에서 아내를 만나 결혼을 했다.

     

처음 신자생활을 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참 막연했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시지만,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스쳐 가는 바람 같은 느낌! 난 말보다 책보다 실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그게 뜻밖에 잘되어갔다. 하는 일마다 예수님이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그러다 외국 바람이 불어 이민을 와서 보니 살기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아서, 더 열심히 성당 일을 하였다. 구역장을 하고, 소공동체 위원장을 하면서 매일 아침 미사를 참례하고 성경공부를 참 무식하리만치 4년여 동안 열심히 했다. 뭔가 내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었지만 내게는 가톨릭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힐링캠프, 그리고 슈퍼마켓에서 만난 스님 강연 포스터

그러다 어느 날 아내가 SBS 힐링캠프에서 법륜스님을 뵈었는데 환한 얼굴에 말씀하시는 것이 뭔가 다르다며 같이 보자고 했다. 아내 말이 맞았다. 듣고 대답하시는 모습이 열린 시각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즈음 아내와 한국 슈퍼마켓에 들렀다가 법륜스님의 강연 포스터를 보고 함께 참여했는데, 질문보다 그 질문을 받아 풀어 말씀하시는 것이 참 일품이었다. 강연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금강경을 사서 읽어보았다. 그렇게 나를 가로막고 있던 사월초파일, 부처님오신날이 맥없이 허물어져 버렸다. 아내는 어딘가 이메일을 보내고 하더니 열린법회가 열리는 한인회관으로 갔다. 회관의 방 하나를 빌려 TV를 통해 진행되는 법회에서 대여섯 명의 불교신자들이 반야심경을 암송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웠다며, 함께 즉문즉설을 듣고 나누기를 하며 스님을 통해서 내가 갈구하는 것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해외정토행자대회 공양바라지팀, 앞줄 오른쪽 한병국 님

     

돌고 돌아서 인제야 길을 찾았구나

몇 달 후 아내 손에 이끌려 열린법회에 참석한 날, 나 역시 몇 되지 않는 신자들이 반야심경을 암송하는 모습을 보며 아내가 했던 말에 공감이 갔다. 스님의 법문을 들으니 가슴이 툭 터지고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 그리고 바로 불교대학에 등록했는데, 책을 집에 가져와서 읽어보니, ‘바로 이거다. 내가 가야 할 길이 이것인데, 돌고 돌아서 인제야 길을 찾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전에 아내와 함께 최인호 씨가 쓴 소설 길 없는 길을 몇 번 읽으면서 불교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어 있기도 했다. 최소한 100일은 기도를 해야 자신의 꼬라지를 알 수 있고, 3년을 하면 어느 정도 자신을 바꿀 수 있다는 스님의 말씀을 듣고 20143238-1차 백일기도에 입재 한 이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천일기도는 일거양득이다. 수행도 하지만, 매일 조금씩 하는 보시를 통해 스님께서 하시는 일에 나도 모르게 동참하게 된다. 천일기도! 그렇게 말을 붙일 것도 없이 그냥 스님 말씀대로 하루에 한 번씩만 하면 된다. 얼마쯤 지난 후인지는 모르지만, 갑작스레 내가 잘못 살아왔다는 느낌이 들면서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난 참 당당하게 잘살아왔다는 그 느낌이 봄에 눈이 녹듯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보는 시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법문이 마음으로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명상하고 있으면 들숨과 날숨을 통해서 이게 바로 불생불멸이구나.’ 하는 느낌이 왔을 때 그 신선함! 매일 아침저녁으로 금강경을 독송하며, 이런저런 책을 읽고 뭔가를 붙잡으려 무진 애를 쓰곤 했는데 불법은 그렇게 애를 쓴다고 내 것으로 다가오는것이 아니었다.

     


해외정토행자대회 바라지를 하는 한병국 님

     

열심히 살다가 나중에? 수행을 나중으로 미루는 분들에게

지식이 아닌 수행 중심으로 접근방법을 바꾸었다. 아내와 함께 아침예불을 드리니 좋은 것이 한둘이 아니다. 난 아내에게 가끔 농담으로 이야기한다. 당신이 한 일 중에 제일 잘한 일은 날 법륜스님께 데리고 간 일이다.” 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부부가 함께 수행하라고 권하면 가끔 열심히 살다가 나중에라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나이가 들고 힘이 없을 때쯤 지금까지 뜬구름 잡는 삶을 살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미 시간이 너무 흘러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두 번째는 수행을 하는데 상당한 집중력과 에너지가 필요한 듯한데, 나이가 들면 에너지도 집중력도 떨어져 수행을 하기가 쉽지 않다. 세번째는 아집과 고집, 편견이 말라 비틀어진 곶감처럼 딱딱해져서 업식을 바꾸기가 힘들어진다. 그리고 법륜스님의 강연과 질문받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면, 나이 많은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이 뭔가 다름을 느낄 수 있다. 나이가 들어 업식이 고착화되면 나 자신도 나를 어쩌지 못한다. 스님인들 무슨 방법이 있을까? 갇혀있는 나 자신으로부터 해방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다른 모든 것들은 부차적인 일이 아닐까? 돈 열심히 벌어도 그 돈 써보지도 못하고 자식들 싸움질만 시키고 죽게 될 텐데!

     

부부가 함께 수행하면 하루하루가 즐겁다

업식이라는 것들이 아내 것 내 것 제각각이 아니라, 함께 살며 이리 얽히고 저리 설킨 것 아닌가. 한편으로는 아내가 실타래를 풀고, 또 다른 쪽으로 내가 풀며 시간이 흐르니 부부간의 대화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내가 무슨 말실수를 하면 아내가 금방 법문을 빌려 한마디 던지고, 난 그냥 관세음보살하고 대답한다. 때가 되어 결혼하고 자식을 낳아 부모 노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도 모르고 아이들을 키우며 나도 모르게 온갖 업식을 쌓으며 살아왔는데, 그 아이들은 자라서 결혼해서 제 삶을 찾아 떠나고 우리는 부부로 사는 삶을 떠나 수행자로 날마다 살아가니 이게 바로 또 다른 삶의 시작이라고 나는 여긴다.

     

수행이란 어쩌면 마음을 하나씩 비워가는 과정일 수도 있는데, 그게 혼자만의 결정으로는 잘 안된다. 직장을 그만둔다든지, 밥을 하루 세끼에서 두 끼로 줄인다든지, 가끔 단식을 한다든지, 삶의 규모를 줄인다든지 모두 부부의 합의가 있으면 더 잘되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에 앞서 배우자에게 전법을 하면 시너지 효과도 크고, 하루하루의 삶이 즐거워진다.

     


수계식 후 토론토법당 도반들. 왼쪽 세번째부터 묘당법사님, 묘덕법사님 옆 한병국, 서귀임 부부, 김정란 총무.

 

내 업식을 아는 것, 두려움으로부터의 해방

지난 9월 법륜스님과 함께 한 해외명상수련은 내 삶의 큰 선물이었다. 집에서 명상을 하곤 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것은 흉내에 불과했다. 너무도 힘들어서 두번째날 짐을 싸들고 돌아오고 싶었지만 함께 간 보살님 때문에 꾹 참아야만 했는데, 또 다른 정신세계를 체험했다. 내가 누구인지, 내 업식이 어떤지를 알아가며 세상을 산다는 것은  두려움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여겨진다. 명상수련 후 아내와 나는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수계를 받았다. 스님께서 나의 법명을 소개하시면서 길상여래의 법명을 지닌 자가 함께 하면 재수가 좋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씀을 뒤집어 보면 베푸는 삶을 살아가란 뜻이고, 베푸는 삶을 사는 사람과 함께 지내면 적어도 마음이 편해질테니 그게 바로 재수라고 여겨진다.

     

/ 한병국

정리/ 백은주 희망리포터 

전체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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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환

잘 들었읍니다.카톨릭신자에서 불교 수행자로 변천하셨군요.의타심보다. 막연함보다 스스로 성찰하여 깨달음에 직접적으로 임하셨군요.저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화이팅.!!!

2015-10-20 16:22:36

자비화

돌고 돌아 부처님법을 만났음에 공감합니다. 먼 곳에 계시지만 두분의 수행에 박수를 보냅니다.
성불하십시요_()_

2015-10-20 10:13:15

보리안

"업식이라는 것들이 아내 것 내 것 제각각이 아니라, 함께 살며 이리 얽히고 저리 설킨 것 아닌가. 한편으로는 아내가 실타래를 풀고, 또 다른 쪽으로 내가 풀며...." 저도 우리 부부간 함께 쌓은 공동의 업식을 생각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한 거사님, 서 보살님. 토론토법당 든든하시겠어요.~

2015-10-19 22: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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