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북미중부지구
휴스턴에도 불교대학이 있다구요?

텍사스 휴스턴에서 작년 3월 처음으로 불교대학을 열어 이제 곧 5명의 졸업생을 배출합니다. 아직 법당은 없지만 여러 해 스님께서 즉문즉설을 하신 씨앗이 움터 2014년부터 열린법회가 열리고 2015년엔 불교대학 강좌도 개설되었습니다. 인원수가 모자라 과연 불교대학을 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도 한때 있었지만 한 법우의 집을 법당 삼아 1년이라는 꽤 긴 시간 동안 한 명도 낙오되지 않고 꾸준히 공부를 해왔습니다. 열심히 해온 법우들에게 미리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불교대학을 다닌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 휴스턴 불교대학생들. 뒷줄 오른쪽이 이상우 님, 앞줄 가운데가 이원자 님, 앞줄 오른쪽이 오명숙 님.


오명숙 님의 이야기

 

정토회와의 인연은?

3년 전 미국 와서 적응도 어렵고 가족 문제로 힘들 때 즉문즉설이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위안 삼아 듣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 엄마 따라 절에 다녔기 때문에 불법은 몰라도 자연스럽게 부처님께 의지하는 마음이 들어 쉽게 듣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불교대학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즉문즉설을 들으면서도 잘 변하지 않는 나 자신을 보게 되고, 또 불법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님께서 인생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답변을 주시는 걸 보면서 불법를 제대로 배워 내 인생의 나침반 혹은 신호등 같은 그 어떤 견고한 법을 얻고 싶었습니다. 법륜스님이 다녀가신 이후 스님 책들을 찾아 읽게 되면서 법륜스님이 하는 강의라면 오십이 다 된 이 나이에도 잘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불교대학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정말 부처가 되어야겠다, 보살이 되어야겠다는 발원을 진심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야 내가 좋은 삶을 살고, 내 가족, 내 이웃도 함께 잘 살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예전에는 해마다 몇 가지 개인적 소망을 담은 글을 써서 기도를 했는데, 되면 기뻤고 안 되면 실망하기도 했는데, 불교대학을 다니면서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기도를 열심히 연습하게 되었습니다. 뭔가 일이 잘 풀려서 자만심이나 기쁨이 올라와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고 어려운 일이나 힘든 상황이 닥쳐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하며 자만심과 괴로운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백일기도 중인데, 기도가 잘 안 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도 점점 생깁니다.

 

불교대학 후 희망/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3년 동안은 불법에 대해 입을 다물되 불법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자, 보살행을 열심히 실천하자고 결심했습니다. 그 대신 좋은 것은 알리면 좋으니까 법륜스님께서 하시는 불교대학이 참 좋다고 주변에 추천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주변 지인 중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마 다음 불교대학에 등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법정스님의 글에서 보살행에 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무척 가난한 사람이 보살행을 간절히 하고 싶어 스님에게 와서 여쭙습니다. 자신은 너무 가난하기 때문에 보살행을 할 수 있는 것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나눠 먹을 음식도, 나눠 입을 옷도 없고, 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그 사람의 서글픈 하소연에 스님께서 이렇게 이야기해 주십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자네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따뜻한 말씨로, 위안이 되는 행동으로 충분히 보살행을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아직도 이 지구 상에 절대빈곤을 벗어나지 못한 수없이 많은 사람에게도, 기본적인 의식주가 충족되어 살고 있긴 하지만 외로운 우리의 이웃들에게도 이 말씀은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현재 저는 홈 헬스케어에서 일하며 환자가 되신 노인분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그분들에게 늘 따뜻하고 친절한 눈빛으로 말씨로 행동으로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행한 보살행의 영향이 더 넓게는 그분의 가족, 친구들에게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또 하다 보니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깨우침이 듭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얼굴이 굳어지게 되기도 하지만 매일 웃고 친절하게 대하는 연습을 수행의 과정으로 삼고 있습니다. 내 인생의 견고한 나침반을 얻으려고 시작했던 불교대학 공부에서 '무아'와 '부처님의 법은 공하다'라고 하는 것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 신선한 충격이기도 하고 앞으로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만나면서 제가 확연히 깨우쳐야 할 가장 큰 숙제이기도 합니다.

 

이상우 님의 이야기

 

정토회와의 인연은?

예전에 즉문즉설은 들어봤지만, 법륜스님이 재작년 휴스턴에 오셨을 때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게 첫 인연인 것 같습니다. 불교와의 인연은 종교라기보다는 한국에서 등산갈 때마다 절이 있으면 들리는 식으로 문화적으로 접근했는데, 미국에 오니 교회가 많아 아이들이 불교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겠구나 싶어 가까운 절을 가족과 함께 나가게 되었습니다. 기독교에선 적극적으로 교육을 시키는 데 반해 제가 나갔던 절에서는 불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는 별로 없었습니다.

 

불교대학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처음에는 할 생각이 없었는데, 아내가 집에서 불교대학 장소 제공을 하여 옆에서 아내가 하는 것을 보다 보니 흥미롭고 좋아 보여서 정식으로 참석해 하게 되었습니다. 그 배우는 즐거움에 따로 금강경 책도 사서 보게 되고 불법을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불법을 공부하며 제일 좋았던 것은 마음의 괴로움이 없어진 것입니다. 모든 게 내 마음이 일으키는 것이고, 내 마음을 돌이키면 괴로움이 없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과학적이고 근거가 있어야 믿는 편인데, 스님께서 워낙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설명해주시니 받아들이기가 쉬웠습니다. 알아서 믿는 믿음보다 큰 믿음이 없다는 말씀처럼 알고 믿으니 안 믿을 수가 없었던 거지요.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제가 과거에 원인을 지었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고, 어떤 상황에서도 괴롭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아'를 배우며 나라고 고집할 것이 없음을 깨닫고 나를 내려놓으니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고, 이전에 이해가 안 되던 많은 이들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명상수련 혹은 백일기도 등을 통해 단기간에 빨리 깨쳤으면 하는 욕심이 있으니 좌절이 되어 힘듭니다. 아직 담배를 못 끊고, 끊었다가 다시 피고를 반복 중인데, 그 업식이 얼마나 강한지 알겠습니다.

 

불교대학 후 희망/계획이 있다면?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 불교를 인문학과 접목하는 것을 하고 싶습니다. 故 신영복 선생님이 말씀하신 ‘변방이 갖는 창조성’을 어떻게 실현해낼 것인가에 관심이 많았는데, 정토회의 모습이 변방의 창조성인 것 같습니다. 스님이 전 세계의 소외된 지역을 찾아다니며 불법을 전하고 보살행을 하는 모습이 변방의 창조성을 실천하시는 본보기 같습니다. 스님을 보며 제가 이곳 휴스턴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원자 님의 이야기

 

정토회와의 인연은?

스님의 휴스턴 강연에 참석하여 스님을 알게 되어 유튜브를 찾아보고 책을 읽었습니다. 나름 유튜브를 보고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어려운 일이 일어났을 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스님 목소리나 영상도 보기 싫었습니다. 이후 깨달음의장을 다녀오고 천일결사에 참여하며 정진을 시작하니 일상생활이나 직장에서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불교대학을 하게 된 동기는?

스님의 하루에서 성지순례에 대해 읽는데 생소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불교학생회를 다녔는데 불교용어나 불교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하다는 걸 느껴오던 중 깨달음의장 법우들의 불교대학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불교에 대한 기본지식을 많이 배웠습니다. 예전엔 불교란 그냥 깨우치는 거라고 대답했었는데, 이젠 부처가 누구냐, 불교가 무엇이냐, 어떻게 수행하는가 물어보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예전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얘기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다름을 인정하는 수행을 하고 나누기를 하면서 많은 사람 앞에서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용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짜증을 많이 내고 화도 많이 내고 내가 옳다고 고집도 센 편이라 갈등이 많았었는데, 이젠 그 사람들이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을 내가 바꿀 순 없지만 내가 나를 바꾸는 것이 중요함을 알고 내가 모범이 되어야겠다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집에서도 남편과 아이들에게 화를 냈었는데, 요즘은 아이들에게 어릴 때 못 해준 것들을 지금이라도 해주고 싶어서 요리도 많이 하고 엄마 노릇을 해주려고 합니다. 제가 바뀌니까 아이들과 남편이 나를 지지해주고, 열린법회를 집에서 하는 것도 지지해주어 알아서 청소까지 해줍니다. 예전엔 아이들이 내 말에 저항했는데 요즘은 말을 잘 듣습니다. 제가 바뀌니까 주변이 바뀌는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불교대학 후 희망/계획이 있다면?

불교대학을 마치면 경전반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곳 휴스턴의 노인회에서 정기적으로 기획 법회를 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계속 수행 정진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이상우 님은 직장에 메어있다 보니 발로 잘 뛰지를 못해서 지역 한인신문에 시를 연재하며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모색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 아내 오명숙 님은 불교대학을 다니던 중 직장을 구하게 되었는데 이왕이면 나도 좋고 남도 좋은 일들을 찾다 보니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하게 되었고, 직장을 수행터로 삼아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원자 님은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후 이 좋은 법을 널리 알려야겠다고 마음먹고 열린법회를 꾸준히 열어왔습니다. 또한, 매달 노인회 회원들을 찾아가 스님 말씀을 들려드리고 있는데, 종교를 불문하고 많은 노인분이 공감하고 위로를 얻고 있습니다. 아직 불교대학을 접해보지 못한 저는 불교대학생들의 생생한 소감과 적극적인 행동력을 보며 언젠가 꼭 수강해봐야겠구나! 다짐해봅니다.

 

글_김원영 희망리포터(북미중부지구 휴스턴열린법회)

전체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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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사

고맙습니다_()_

2016-02-21 11:28:38

정근환

잘 읽었읍니다.천일결사가야하는데 바라밀보시에 갈등이좀 있읍니다.

2016-02-17 11:52:30

이정인

......불법에 대해 입을 다물되 불법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자" 뜨끔합니다. 휴스턴 불교대학이 궁금했는데 이렇게 자세히 적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 불교대학을 수료하신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2016-02-16 10: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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