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양평법당
세아이 엄마, 가정법회에서 법당 불사까지
김영주 님 수행담

법륜스님도 정토회도 싫었다던 김영주 님은 어떻게 해서 불사까지 하게 되었을까요아이 셋을 키우는 평범한 주부에서 양평법당의 부총무 소임을 맡아 활동하기까지 계기와 과정이 궁금했습니다웃는 모습이 활짝 핀 꽃과 같은 김영주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거리모금 중에 활짝 웃는 김영주 님

 

남편이 백일출가를 했지만

남편이 적극 권유해서 첫 아이 돌 때 아이를 떼 놓고 깨달음의장에 가게 되었습니다깨달음의장에 다녀왔지만 아이를 키우느라 정토회와 인연이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둘째를 출산한 후 남편은 백일출가를 하게 되었습니다한참 육아와 집안일로 지치고 힘든 시기였지만, 백일출가를 다녀오면 남편이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변할 거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제 기대와 전혀 달랐습니다백일출가를 다녀오면 담배도 끊고 육아도 적극 돕고 좀 더 가정에 집중할 줄 알았지만오히려 더 외부로 돌고 정토회 활동에 몰두하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내가 과연 이런 사람과 살 수 있을까 고민 될 정도였습니다법륜스님도 싫고 정토회도 싫었지만 그런 남편 때문에 요가를 배우며 관심이 생기게 된 불교대학마저 접을까 생각하니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렇게 오기로 불교대학을 입학하게 되고 1년 과정을 잘 마쳤으나 또다시 이어진 출산으로 정토회와의 인연은 잠시 쉼표를 찍게 되었습니다그러던 중 2012년 양평에서 법륜스님의 희망강연이 열렸고 그 후 가정법회를 제안받았으나 육아로 인해 고민이 되어 쉽게 결정 내릴 수 없었습니다정토회가 좋은 건 알겠는데 적극적으로 하기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아예 발을 끊기는 아쉬웠습니다. 그즈음 동북아역사기행도 다녀온 터라 스님이 어떤 분인지 가까이서 보아서 정토회와 인연 맺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그래서 멋모르고 불교대학과 가정법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세 아이의 육아가정법회홀로서기

그전엔 남편에 대한 의지심과 기대가 컸습니다집에 있으면 잘할 사람인데 정토회 활동으로 바쁜 남편 대신 내가 집안일을 책임져야 하니 남편이 원망스러웠습니다남편이 내 곁에만 있어 주는 내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는 안 되고 나도 이제 홀로서기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상대와 나의 인생이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오롯이 혼자 해야만 했던 세 아이 육아그리고 외로움왜 육아를 엄마 혼자 감당해야 하는지 힘들고 지쳐만 갔습니다바로 그때 아이들은 엄마를 99.9% 닮는다는 스님 법문을 듣게 되었고 이 아이들을 내가 책임져야 하는구나 알아차렸습니다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실상 잘은 안 되었지만 마음 먹은 것을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울면서 남편에게 아이 셋은 내가 책임질테니 당신은 하고 싶은 거 해도 된다고 말했지만가족을 완전히 외면해 버릴 것 같은 두려운 마음도 들었습니다그래도 그렇게 말해놓고 나니 속이 후련했고 남편도 함께 있는 시간엔 좀 더 잘하려고 하는 게 느껴졌습니다안되는 것도 있지만 재는 마음 없이 온전하게 이 사람의 삶을 존중해주며 살아야겠다 생각하니 남편이 늦게 들어오거나 안 들어오거나 해도 크게 마음의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외면이 아니라 이 사람을 편안하게 바라봐주고 그런 나 역시 편안하게 바라보려는 과정 이었습니다이것이 가정법회를 시작하게 된 후 갖게 된 삶의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정토회를 만나 남편을 많이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여겼는데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가정법회에서 법당 불사까지, 인연따라 함께

처음엔 불사하는 것은 난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하지만 집에서 계속 가정법회를 하기도 쉽지는 않겠고 이제 그만할까 생각하니 계속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가정법회에서 불교대학 다니던 엄마들은 정토회 봉사가 부담되어 선뜻 나서지 않았습니다다 못한다 했으면 시작 안 했을 텐데 딱 한분권유정 님이 손을 내밀었고 함께였기에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거부하기엔 마음이 그렇게 안 되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했지만 그 과정이 녹록지가 않았습니다날 이상한 종교에 빠진듯하게 보는 시선들예전 모임과 관계가 멀어지고 일은 많고 몸은 피곤하고 아이들한테 엄마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 같아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못할 것 같은데 도와주실 분이 오시고 안될 것 같은데 굴러가지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불사 보시금을 보내오시고 여기저기서 도와주시니까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움직여지고 만들어지는 것을 보니 인연따라 흐름에 맞기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누군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주인 된 마음으로 일하다 보니 한분 한분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 거리모금 중에 도반들과 함께왼쪽부터 안정희김영주김숙자권유정 님.

 

아이 셋을 키우면서 절대 쉽지 않았을 부총무 소임 활동을 열심히 밝고 활기차게 하고 계신 김영주 님의 모습에서 삶의 행복이란 상대가 아닌 내 마음의 변화에서 온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본인의 삶의 변화와 불사하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내 주신 김영주 님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조미선 희망리포터 (남양주정토회 양평법당)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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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탈행

영주 보살님, 불대 동기로 수련 때 뵌 게 엇그제 같은데...
남편분이 백출한 것도 대단한데...
남편에 대한 의지심 버리고 홀로서기를 한 보살님 이야기는 더 대단하네요!!
공감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아이 육아로도 바쁠텐데 법당 이끌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6-04-06 07:59:07

무량덕

아이 셋을 키우며 이리 활동하시니 진정 슈퍼 행자십니다. 딱 한 분 권유정 님도 존경스럽습니다. 감동 깊게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2016-04-05 14: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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