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북미동남부지구
미국 남부 알라바마에 보리수나무를 심다

 

여보게어떤 사람이 논두렁에 앉아서

마음을 청정히 하면 그 사람이 중이네.

그곳이 절이야이것이 불교라네

서암 큰스님이 열반에 드신지 13주년을 맞아 스님의 말씀을 듣고 저는 감히 불교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던 차에 멀리 알라바마가 '열린법회'에서 불교대학을 개설할 수 있는 '정토법회'로 승격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부총무 소임을 맡은 용수진 님의 사연을 받아 읽고 서암 큰스님의 말씀이 떠올라 제 얼굴에 미소가 띄어지더군요.

소박하지만 정성으로 정갈하게 법당으로 꾸며진 용수진 님 댁의 사진과 함께 그 사연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정토회와의 인연

 

안녕하세요알라바마 정토법회 부총무 소임을 맡고 있는 용수진입니다.

 

저는 2006년 울산정토회 이경숙 님의 권유로 처음 법당에 나가게 되었는데요이경숙 님은 큰딸의 초등학교 선생님이기도 해서 흔쾌히 법당을 찾았지만 작고 초라한 법당에 좀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그렇지만 영상으로 법문을 듣고 아 내가 듣고 싶었던 법을 이곳에서 듣는구나’ 했습니다

 

그 시절 저희는 하던 PC방이 망해서 살던 아파트도 처분하고 작은 전세 아파트로 옮겨가 제가 심리적으로 남편을 많이 원망하던 시기였어요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힘들게 자라서 남편을 도피처로 생각하고 결혼했는데 남편이 제 품위 유지를 시켜주지 못한다는 원망을 하며 아이들 때문에 마지못해 살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러나 깨달음의장에 다녀오고 내가 얼마나 한심한 속물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후 법당에서 환경봉사의 소임으로 두북정토수련원 봉사를 하며 풀을 뽑고 꽃을 가꾸며 꽃농사일을 배웠습니다봉사와 보시는 가진자만이 하는것이라고 생각하던 저에게 스님의 법문은 누구나 마음을 내면 봉사를 할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미국으로 가자(GO GO!!)

 

PC방 말아먹고 남편은 자기 전공을 살려 현대 협력업체에서 자동화 설비 프로그래머로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미국으로 장기 출장이 잦았던 남편은 현대미국공장 파견근무자로 발령이 났습니다저는 남편을 따라 한국 살림을 정리하고 미국행을 결정했지요.

 

각오는 하고 왔지만 미국생활이 녹녹치 않았습니다언어소통의 문제와 남편의 미국공장적응 문제로 다툼이 많았습니다인터넷을 뒤져 정토회를 찾았지만 전부 대도시에만 법당이 있고 미국남부에는 법당이 없었습니다혼자 기도를 시작해 남편과의 갈등을 줄여보려했지만 혼자 수행하는게 생각처럼 되지 않았습니다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오니 제 업식대로 또 아이들에게 매이고 제 틀에서 사물을 보며 쳇바퀴 도는 저를 보았습니다.

 

다행히 남편은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두각을 나타내어 현대자동차에 스카웃되어 입사하게 되었고 회사일에 잘 적응하고 있었습니다.

 


▲ 
법복 입고 안경 쓴 분이 용수진 님

 

아틀란타 열린법회

 

조지아텍 홈페이지에서 아틀란타 열린법회 광고글을 2014년에 보았습니다그때의 감동과 떨림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것입니다한달음에 아틀란타를 찾았습니다이곳 머나먼 미국땅에서 스님법문을 듣고 도반들을 만나다니.

 

2014년 8-1차부터 입재를 하고 몇몇 도반님과 수행을 시작했습니다어려운 상황에서도 부부이신 김병조 님과 이혜정 님께서 매번 입재식과 매주 법회를 열어주셔서 수행할수 있었습니다다들 멀리서 사시다보니 입재식 때마다 가족상봉하는 기분이었고 헤어짐이 무척 아쉬웠습니다저희집에서 아틀란타는 2시간 30분 거리인데 테네시에서 4시간을 운전해서 오시는 분도 계시고 미국땅이 너무 넓어 한번 모이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 
중간 회색 법복 입은 분이 용수진 님

 

알라바마 정토법회

 

아틀란타 열린법회 담당자님께서 이사를 가시고 어번에서 법회를 잠깐 열어주셨던 임선희 님도 갑자기 휴스턴으로 발령이 나면서 저에게 소임이 넘어왔습니다가정법회로 시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늘 있었기에 시작하는데 망설임은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잠깐 교회에 나가게 되었을 때 예배시간에 다른 이들은 주님께 기도하고저는 부처님께 기도했습니다부처님이곳에 기도할 곳을 마련해주세요이들처럼 저도 수행할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그래서일까요덜컥 제게 그 소임이 왔습니다.

 

올 1월에 처음 불교대학을 시작하고 매주 토요일 수행법회를 열고 있습니다.

 


 

저는 한때 스님의 법문을 이해하기 힘들어 돌아 서고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 ‘모르겠다모르겠다내 머리로는 부처님 법을 이해할수 없다.’ 하지만 어느 날 스님의 법문이 가슴에 와 닿게 되었습니다옳거니 했습니다환희심이란 게 이런 건가 싶었습니다.

 

얼마 전 남편도 천일결사 입재자가 되어 같이 수행합니다법당의 불단과 보시함을 남편이 만들어 주어서 법당의 모습을 갖추는데 일조했습니다가정법회를 진행하고 법당을 꾸미는 일련의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저와 같이 법을 배우고자 하는 첫 알라바마 불교대생이 계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열등감으로 쓰일 곳이 있겠나 싶었던 제가 앞서 아틀란타 열린법회를 하셨던 분들처럼 이 자리를 지키며 수행할 것입니다부처님의 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저에겐 전법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만 제 몸으로 체득한 경험은 깊이 각인이 되어 누구에게나 이젠 당당히 법을 전할 수 있습니다나는 법을 전하는 정토행자입니다.

 

_용수진 (알라바마 정토법회)

정리_윤신정 희망리포터(북미동남부지구 워싱턴정토회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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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안

딱딱 맞아 맞아떨어지는 듯한 법당 개척의 이상적 모델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알라바마법당이 있어 인연맺을 분들을 생각하니 참 흐뭇하네요. 감사합니다~

2016-04-26 14:14:18

김지현

보살님, 담담하게 써내려간 글 속에서 잔잔한 감동이 있네요. 홧팅입니다!

2016-04-26 13:55:24

정근환

구할봐가없다.상을내려놓고 무주상보리심을내었군요.불법이좋아 평안함을몸소보여준 보살님이 귀감이됩니다.잘읽었읍니다.

2016-04-25 21: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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