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작법당
검소하되 풍요롭고, 겸손하되 당당하게

동작법당의 떠오르는 스타, 주영선 님을 만나다

5월의 청명하고 밝은 하늘과 온 세상 가득한 장미꽃들은 검소하되 풍요롭고, 겸손하되 당당합니다. ‘검소하되 풍요롭고, 겸손하되 당당하게’는 오늘 만난 동작법당의 주영선 님의 카카오톡 프로필의 상태 메시지입니다. 상태 메시지의 글이 주영선 님이 살아가고 싶은 삶의 방향과 의미가 아닌가 합니다. 주영선 님은 중등교사이나 현재 초등학교 2학년 둘째 아이 덕에 육아 휴직 중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육아 휴직이 아니라 나를 키우는 육아(育我) 휴직이라는 가벼운 말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주영선 님의 인터뷰 기사 글을 쓰면서 ‘어떤 기사가 좋은 글일까? 어떤 삶이 좋은 삶일까?’ 를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각자의 글과 삶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정답이 아니라 해답들이 있는 거라고 봅니다. 주영선 님의 하루하루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Q. 요즘은 일상을 어떻게 보내고 있어요?

A. 월요일에는 어린 시절 미술학원에 다니고 싶었는데 못 다녔던 한이 있어 미술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화요일은 몇몇 이웃집에 마실 가기도 하고 초대하기도 하고. 수요일은 동네 친구들과 산에 갔다가 얼른 하산해서 동작법당 회의에 가구요. 목요일은 오전에 불교대학을 가구요.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은 정토회를 위해 개인 일정을 양보하고 있어요. 월, 화, 정토, 정토, 정토, 정토, 정토네요. 그런데 그게 (웃으며) 정토회 때문에 바빴다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있네요.

궁금해졌습니다. 주영선 님의 일상에 정토회가 많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정토회가 주영선 님에게 무언가가 더 있지 않을까 하는 제 개인적인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그래서 또 물었습니다.

Q. 정토회는 주영선 님께 어떤 건가요?

A. 2010년과 2011년, 제가 그때도 휴직했어요. 그러면서 우연히 기회가 닿아 생협에서 활동을 잠깐 했어요. 학교는 돈을 버는 직장이기에 관료조직 속에서 일사불란하게 업무가 추진되는 효율성이 있지만 때로는 차갑잖아요. 그런데 생협에서 활동해보니 마음 맞는 주부들이 언니 동생 하며 수다 떨고 서로 위로하고 참 따뜻하고 좋더라고요. 그런데 조직이 점점 커지고 할 일이 많아지다 보니 조금씩 갈등이 보였어요. 그러던 중에 눈에 띄는 한 분이 있었어요. 일감이 많아지고 책임이 커지면 다들 피하기 쉬운데, 이분은 흔쾌히 “예, 제가 할게요.” 하는 거예요. 또 그분이랑 함께하면 즐겁고 가볍더라고요.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먼저 나비처럼 가볍게 행동하고 생각한다’고 하세요. 지금은 아쉽게 미국으로 이사를 하였는데 그분이 정토행자였어요.
불교대학을 다니며 놀라웠던 것 중 하나는 문경 특강수련을 갔을 때 법륜스님께서 새벽 법문 중에 “사람들이 졸린가 보네, 노래를 한번 불러보지” 하자 한 도반이 “제가 하겠습니다”하며 선뜻 나서서 너무나 가볍게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시키면 다 하는 것이 정말 신기했고. 이거 정토행자 되려면 노래 못 부르면 곤란하겠는데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협동조합이나 학교와는 또 다른 거예요. 이 조직은 돈으로 움직이는 조직도 아닌데, 정말 신기하게도 모두가 ‘네, 하겠습니다.’ 라고 하는 거예요. 도대체 그렇게 가볍게 받아들이고 움직이게 하는 그 힘이 무엇일까? 정토회가 궁금했어요. 제가 만난 3개 조직의 장단점을 논하기 힘들지만 각기 다른 성격을 가졌고 그 속에서의 만남과 경험이 모두 소중했어요. 그중에 정토회는 지금 알아가는 과정이고 이 속에서 정말 배울 점이 많아요.

주영선님과 저는 공통분모가 많습니다. 지금도 같은 동네에 살고, 둘의 둘째 아이들끼리는 같은 어린이집 동문에, 같은 초등학교 동창입니다. 정토회에서 만나기 전 같이 근무하는 학교 선배 교사를 통해 열심히 공부하는 주영선님을 알았고, 주영선님도 저를 그 선배 교사를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우리가 아주 우연히 동작법당에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야기는 학교와 가정과 정토법당 이야기로 확장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Q. 정토회에서 주영선 님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A. 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아요. 교사들만 만나다가 휴직하면서 학교를 떠나 제가 사는 공간과 사람을 바라보면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참 많아요. 근데 질문을 받으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정토회 때문에 바쁘다지만 제가 실제로 그렇게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네요. 올 1월부터 동작법당 사회활동팀 일을 맡고 있어요. 새터민들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주기 위해 3개 가정에 월 1회씩 방문하고 있어요. 그분들이 반겨주시고 말이 통하니 새터민에 대한 선입견은 온데간데없고 동네 이웃 만나는 느낌이에요. 봉사 일감을 잘게 나누어서 주말이나 한 달에 한번이라도 보다 많은 동작 정토행자들이 새터민들과 가볍게 이웃되는 만남들을 경험해 보게끔 체계를 만들고 싶어요. 그 분들을 만나면서 통일이 먼 얘기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요. 최근에 스님이 쓴 「새로운 백년」을 읽으면서 통일에 대한 생각들이 더 분명해졌어요. 제가 경험하며 느낀 것들을 많은 분과 공유하고 싶네요.
또 노량진역에서 JTS 모금 활동도 하고 있어요. 가끔 나가기 싫을 때도 있지만 그 책임이 무서워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는 노량진 거리에 있어요. 이왕 하는 거 가볍게 수행하는 마음으로 그냥 해요. 노량진 거리는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데 지나다니는 청년들을 보면 너무 안쓰러워요.

주영선 님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힘든 젊은이들, 그리고 좋은 이웃으로 살아가고 싶어 하는 새터민 가족들, 주영선 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힘든 사람들이 주영선 님과 만나면 참 편안해지고 가벼워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인터뷰를 하는 저도 그 영향을 받았고요. 이렇게 귀한 주영선 님이 정토회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가 궁금해졌습니다.

[새터민 가정을 방문한 주영선 님(가운데) ]
▲ [새터민 가정을 방문한 주영선 님(가운데) ]

Q. 정토회를 만나게 된 계기가 있을 것 같은데, 들려주세요.

A. 2013년 ‘아나스타시아-한글샘’(러시아 번역서)라는 책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았어요. 이 책 번역하신 선생님과 친분을 맺게 되었고 관련 인터넷 카페 오프라인 만남에도 참여했어요. 그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은 영성에 관심이 많더라고요. 저는 처음 들은 말이 많았어요. 그분들이 이야기하는 영성의 세계가 궁금했어요. 2015년 휴직하고 있는 동안에 영성과 명상에 대해 공부를 할 기회가 없을까 알아보던 중 한 이웃이 정토회에서 그런 공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 듣고 얼마 후 가을불교대학모집 광고를 보고 바로 등록했어요.

정토회를 만나게 된 계기도 역시 주영선 님이 귀하게 여기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귀한 인연 덕분입니다. 그 귀한 인연을 알아서 차곡차곡 챙기는 원래 좋은 사람이었던 주영선 님이 정토회를 만나고 나서의 변화들과 그 변화들을 직접 삶에서 경험하고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Q. 정토회를 만나고 나서 변화가 있나요? 가족이 들려주는 변화가 있다면?

A. 제가 보기에 남편은 현실적인 사람이고, 나는 이상적인 사람이어서 여러 가지 점에서 부딪혔어요. 그런데 불교 공부를 하면서, 그리고 '깨달음의장' 등을 하면서, '내가 가족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가족들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찌 다른 누구에게 나의 꿈과 이상을 말하고 설득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나랑 생각이 다른 남편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였음을 알게되었지요. 이런 진리를 깨닫게 되자 남편은 어느새 남편이 아닌 내 편이 되어 주더라고요.
또 하나의 변화라면 공동체에 대한 제 생각이 확장되는 거예요. 이제는 가정만이 공동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공동체고, 공동체가 확장되어 전 세계가 되는구나 라고요.
가족 중에서 가장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것은 우리 큰아들이이에요. 큰아들은 제가 절에 다닐 때 더 편안해 보인다고 하고 매일 아침 새벽에 절하고 명상하는 것을 보고 좋아해요. 아들에게 "종교를 선택한다면 어떤 종교를 택하고 싶니?"라고 물었더니, 큰아들은 불교를 공부해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들 교육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이 아이들을 서울대 연고대 보내려고 돈쓰고, 애쓰기보다 청년 정토불교대학을 가서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 수 있도록 참 공부를 하게 되면 더 영광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큰아이 같은 경우는 생각이나 행동이 느리고 미련하다고 구박을 좀 했는데, 요즘에는 '기술을 배우면 좋겠다. 아이가 몸을 쓰면서 사는 일을 하면 좋겠다. 그리고 이 아이가 좋은 공동체를 만나면 선하게 쓰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좋은 공동체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주영선 님은 정토회를 만나면서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와 자연스럽게 따라온 남편의 변화, 그리고 아들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또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좋은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해줍니다. 여러 사람이 살아가는 공동체를 사랑하고, 살아가는 공간을 사랑하는 주영선 님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Q.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으세요?

A. 주변 사람들이 저 사람처럼 살고 싶다. 저렇게 살아도 괜찮겠다고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요. 그건 제가 대단하고 잘나서가 아니라 저렇게 어리바리하고 얼렁뚱땅인 사람도 그리 사니 나도 가능하겠다는 만만한 희망으로요. 그런데 그러기에는 아직 가진 게 많고, 욕심도 많고 그런 게 현실이에요. 그렇지만 수행 정진하면서 검소하되 풍요롭고, 겸손하되 당당하게 그렇게 살고 싶어요.

[ 동작법당에서 활동가들과 함께 (가장 왼쪽) ]
▲ [ 동작법당에서 활동가들과 함께 (가장 왼쪽) ]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습니다. 그건 그 사과나무가 세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내가 지금 하는 사소하지만 작아 보이는 그 행동이 세상을 품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겁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가볍고 신나게 해 가는 주영선 님과의 시간은 검소하되 풍요롭고 겸손하되 당당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만났던 그 시간과 공간이 주영선 님에게도 검소하되 풍요롭고 겸손하되 당당한 시간과 공간이었기를 바라봅니다.

글_김수진 희망리포터 (서울정토회 동작법당)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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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혜란

잘 읽었읍니다.^^
저렇게 살아도 괞찬구나!
희망이 되어주셔요~~

2016-05-20 06:49:17

무량덕

히포터님 생각을 추임처럼 인터뷰 사이사이 넣으니 참 좋습니다. 스카이 대학이 아닌 불교대학을 추천한다는 대목에서 크게 공감했습니다. 좋은 내용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05-19 18: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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