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수원법당
관음정근의 향으로 아침을 시작하며
새벽예불로 하루를 여는 수행자들의 이야기

오전 5시. 잔잔하고 조용한 법당에 경건한 내림목탁 소리가 정적을 깼습니다. 장춘희 님의 집전으로 새벽예불이 시작되었는데요. 같이 참여하신 정종옥 님, 민영진 님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부처님 앞에 경건히 예배드렸습니다.
수원법당 개원법회 이후, 세 분은 한 번도 빠트리지 않고 새벽예불에 참석했습니다. 집에서 하는 기도와 새로 이전한 법당에서 하는 기도는 여법해야 한다며 흐트러짐 없이 예불에 임했습니다.
예불이 끝나고 나누기가 이어졌습니다. 새벽예불을 하고 난 그들의 하루는 어떨까요? 수원법당에서 새벽을 여는 수행자들의 하루를 소개합니다.

화요일 : 수원법당의 어머니, 정종옥 님

봄불교대학 주간반 도반님들과 함께. 가운데 연꽃을 들고 있는 분이 정종옥 님.
▲ 봄불교대학 주간반 도반님들과 함께. 가운데 연꽃을 들고 있는 분이 정종옥 님.

화요일 오전 10시, 정종옥 님은 봄불교대학 주간반 학생들과 밝은 인사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봄불교대학 학생들이 예전의 얇은 방석에 그대로 앉아있자, “방석이 새것이라 꽤 두꺼워요. 많이 가라앉혀야 하니 절도 많이 해야 하고 명상도 많이 해야 해요.”라며 이번에 작업한 새 방석으로 교체해 주었습니다.

오늘은 수행맛보기 회향식이 있는 날. 학생들은 2주간의 수행맛보기를 마치고 나누는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였습니다. 처음에 마음잡고 108배를 하다가 중간에 지쳐서 다 못했다는 분, 억지로라도 108배를 마쳤다는 분, 무릎이 아파서 조금 절하다가 나머지는 앉아서 염불만 했다는 분 등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정종옥 님은 웃음과 공감이 섞인 학생들의 말 하나하나를 미소로 받아주며 계속 칭찬을 이어갔습니다. “괜찮아. 뭐, 어떻게든 하다 보면 다 되니까.”

수원법당이 생기기 이전, 가정법회 때 종옥 님의 집에서 처음 법회를 열었습니다. 그 법회를 토대로 구법당을 개원하면서 수원법당이 자리매김하게 되었지요. 법당 개원 이후 쭉 남아있는 원년 멤버 중 한 분으로서, 수원법당의 변천사를 모두 겪으신 분입니다. 이번에 새 법당으로 이사를 오면서 남다른 감회를 느끼신 종옥 님. 수원법당의 역사를 온몸으로 체득하며 수행의 길을 걸어온 분입니다.

불교대학생들의 나누기를 들으며 공감하는 정종옥 님
▲ 불교대학생들의 나누기를 들으며 공감하는 정종옥 님

"새벽예불을 하면 그날 하루 집중이 잘 돼요. 법당에서 하는 기도는 집에서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법당에서 하면 법당에 왔다 가시는 분들을 위한 기도를 할 수 있습니다. 집에서는 일부러 따로 발원을 해야 하는데 법당에 오면 남을 위한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게 돼요. 남에 대해 마음을 열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겁니다.
그리고 도반과 함께하니 더 좋아요. 나누기하면서 끈끈함이 생겨요. 개원법회를 치르면서 기도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안정이 되어야 하니까. 각자 시간이 안 되니까 셋이서 오는 대로 하자하고 시작했는데 모두 나와주었어요. 새벽기도는 이래서 참 좋다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겸손을 아끼지 않습니다.

"나이 든 사람이 너무 오래 한 자리 차지하고 있으면 새 사람이 못 들어와. 오래된 사람은 빨리 나와줘야 새 사람들이 자리를 잡아가지."

그러자 옆에 계시던 장춘희 님이 한마디 거듭니다.

"아니, 집에 엄마가 없으면 애들은 어떡하라고? 엄마가 딱 버티고 지켜줘야 애들이 무럭무럭 크지."

정종옥 님은 이 말씀에 환하게 웃기만 하십니다. 수원법당의 수행자들은 여력이 되는 한 정종옥 님과 계속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 합니다.

수요일 : 정토회라는 즐거운 늪에 빠진 수행자, 장춘희 님

정일사 회향식 날 300배 수행을 하는 장춘희 님
▲ 정일사 회향식 날 300배 수행을 하는 장춘희 님

수요법회가 끝난 오후, 유수스님의 음원과 함께 300배 정진이 시작되었습니다. 장춘희 님은 그동안 오랜 세월 절수행을 해온 노하우로 손수건을 길게 말아 이마에 띠를 두르셨습니다. 이마에 흐르는 땀이 절하다 보면 눈에 들어갈 수 있는데, 띠를 두르면 땀을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난 항상 부정적이었어요. ‘난 안돼. 난 왜 이럴까.’ 삶의 즐거움보다는 남을 꼬집고 헐뜯는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보이는 대로 세상을 향해 잣대를 재는 사람이었어요. 내 틀 안에서 내 자식, 내 남편을 다 끌어안고 살려고 했습니다. 안달복달하다가 한 날은 너무 힘들어하니까 주변 분이 정토회를 소개해줬습니다. 처음에는 한 발만 넣자 했다가, 조금 더 했다가 가야지 했는데, 조금씩 조금씩 ‘어, 좋다? 이게 뭐지?’ 하면서 정토회에 안착하게 되었어요. 늪이라도 기분좋은 늪인 겁니다. 다른 곳과 좀 달랐어요. 내 마음을 아무렇게나 내비쳐도 손가락질하지 않고 다 드러내고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힘든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들어주는 사람들을 처음 경험한 것이었어요.
정토회에 와서 내가 기복신앙에 빠져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처음 왔을 땐 남들 앞에서 마음 내놓기가 참 안됐어요. 꼭꼭 숨기고 드러내는 게 어색했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수행해가면서 점점 참회하는 사람이 되어갔습니다. 내가 잘못 살아왔다는 걸 새벽예불 목탁집전을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베풀고 살아야 하는구나’, 특히 오시는 분들의 마음을 편안케 해줘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더불어 평화통일까지 기원하니 더 좋았습니다. 남편도 내가 편안해지니까 수행하는 걸 걸고넘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자유로워져 내 인생을 설계하면서 살게 되니 너무 좋습니다. 난 이제껏 남 눈치를 많이 보면서 살았어요. 아직도 그렇기는 하지만 조금씩 나를 내려놓게 됩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동안은 참 번잡하게 살았는데 요즘은 소임에 항상 집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정일사 회향 때 나누기를 하는 장춘희 님
▲ 정일사 회향 때 나누기를 하는 장춘희 님

8대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춘희 님은 정토회를 만나면서 부처님의 바른 법에 대해 몸소 체험하면서 새벽예불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지도법사님의 법문을 들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되었고, 가족에게, 특히 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목요일 : 마음 수행의 표본, 민영진 님

가을불교대학 주간반을 집전하는 민영진 님
▲ 가을불교대학 주간반을 집전하는 민영진 님

목요일 오전 11시 30분. 조용히 명상을 해제하는 죽비소리가 법당에 울렸습니다. 이어서 ‘물건 나누기’를 통해 각자 쓰지 않는 물건들을 내놓아 도반들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필요한 물건을 돈을 주고 다른 곳에서 사는 것보다, 다른 분이 가지고 있는 걸 교환하여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는 환경실천입니다. 민영진 님은 자신의 활동 경험에서 온 삶의 재미를 가을불교대학 주간반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교류하며 실천했습니다.

"아무리 수행자라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들과 부딪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 경험을 새벽에 바로 세우면서 내 마음을 안으로 돌이켜봅니다. 내가 나에 대해서, 혹은 남에 대해서 들었던 부정적인 생각들을 마치 유리알 닦는 작업처럼 하나하나 꺼내어 정성 들여 닦는 기분이랄까? 예전에는 소임을 하고 나면 일을 했다는 느낌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요즘은 새벽예불을 하고 버스 타고 집에 가고 있으면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도 새로워집니다.
기도하는 동안 도반들께 배운 게 많습니다. 특히 정종옥 보살님을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법당이 이사하면서 할 일이 많았는데 정종옥 보살님은 어디서 그렇게 힘이 나시는지 항상 몸이 먼저 나가십니다.
예전에 기도 끝나고 마지막으로 삼배하시고 고두례 하는 모습을 관찰했어요. 가족들을 위한 기도려니 하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여기 법당에 오시는 분들의 마음이 편안하길 바라는 발원을 한다고 하시더라. ‘역시 다르구나!’ 하며 한 번 더 배웠었습니다. 나는 우리 가족들 기도만 했는데 정종옥 보살님은 크게 생각하시는구나 싶었어요. 그분의 모습에 비추어 나를 바라보게 됩니다.
춘희 보살님은 어느 날, 나누기가 깊어지면서 나를 울리신 적이 있어요. 그때 나는 ‘이쯤 되면 됐겠지, 이 정도면 어떠한 것이 와도 흔들리지 않겠지’ 했던 순간이었는데, 나누기 때 보살님께서 내 업식을 탁 건드려주셨어요. 눈물이 왈칵 나왔었습니다. 마음에 꽁꽁 덮어두었던 감정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어요. 나는 내 안에 있는 세상 사람들에 대한 미움이 다 씻겨내려 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더 해야 하는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방일하지 않는 기회를 주셔서 그 또한 감사했습니다."

아침을 여는 기도. 그리고 첫 동이 틀 때 눈 뜨자마자 깨달음을 얻으신 부처님을 뵙는 분들. 개원법회 이후, 수원법당을 들러주는 모든 분을 위한 관음정근의 향의 깊이가 진함을 느꼈습니다. 오랜 수행으로 다져진 세 수행자의 향기가 법당 밖으로까지 진하게 풍기기를 바랍니다.

글_전은정 희망리포터(수원정토회 수원법당)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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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방초

가까운 이웃 법당에 훌륭하신 도반님들이 참 많으세요. 도반님들 힘 덕분에 정진을 계속해 나갈 수 있습니다 _()()()_

2016-06-11 21:15:12

파랑새

수행자로서 많은 것을 느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2016-06-10 16: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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