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군포법당
청정과 화합을 위해 법당에서 매일 새벽 수행 정진하는 도반들 이야기

매년 봄 ‘철쭉대축제’를 시작으로 꽃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군포시 산본. 이곳에 지난 2월 18일 정토법당이 개원했는데요, 개원 이후 매일 법당에서 새벽정진을 이어온 다섯 분이 있다고 합니다. 이분들이 어떤 계기로 법당에서 새벽기도를 시작했고, 집에서 할 때와 법당에서 할 때가 어떻게 다른지 새벽기도가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한 분 한 분 물어보았습니다.

5월29일 입재식 가는 길 금강휴게소, 앞줄 오른쪽 첫 번째 최봉례 님, 뒤쪽 팻말 든 신민기 님
▲ 5월29일 입재식 가는 길 금강휴게소, 앞줄 오른쪽 첫 번째 최봉례 님, 뒤쪽 팻말 든 신민기 님

최봉례(수행법회 주간 담당)

크고 작은 법당 행사에 늘 참석해 솔선수범하는 최봉례 님은 역시 새벽기도에도 동참하고 있었습니다. ‘잘 물든 단풍도 봄꽃만큼 아름답다’는 말이 떠오르는 분입니다.

도반들의 나누기는 제2의 법문이에요

법당에서 처음 새벽기도를 할 때는 일주일에 하루, 당번인 날만 겨우 참석했어요. 그러다 개원법회에서 법사님이 청정과 화합을 위해 100일 동안 300배 정진을 하라는 말씀에 정진시간이 더 당겨졌고 오전에 일이 없는 날은 모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깊이 못 자 힘들었고, 설상가상으로 독감에 걸려 몇 주를 쉬게 되었어요. 감기가 나아 다시 새벽정진에 동참하게 됐을 때 너무 기뻤고 이후 매일 나오게 되었습니다.

매일 새벽정진을 하니 바쁘긴 하지만 생활리듬도 잡히고 혼자 할 때의 나태와 혼침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특히 나누기할 때 도반들의 삶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접하면서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수행의 구체적인 방법과 관점을 바로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매일 도반들로부터 제2의 법문을 듣는 시간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요즈음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고 늘 애쓰며 살아온 내 업식을 보게 되었고, 오늘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기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정연(부총무)

군포법당이 개원하는데 많은 사람의 동참과 정성이 있었지만 부총무 서정연 님이 가정법회를 열고, 법당 불사에 헌신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빠른 시간에 법당이 만들어 질 수 없었을 겁니다. 불사는 그 자체가 정진이며 원력이 있어야 원만히 성취될 수 있음을 배웁니다. 개인수행과 더불어 법당 안팎의 일로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서정연 님과 적극 지지하는 남편 분의 공덕에 기뻐하고 찬탄합니다.

 2016년 주간 봄불교대 입학식, 첫째 줄 가운데 서정연님
▲ 2016년 주간 봄불교대 입학식, 첫째 줄 가운데 서정연님

남은 인생, 불사를 위해서 정진!

올해 법당 개원식을 하고 나서 법사님의 당부 말씀도 있고 어떻게 진행을 시작해야 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두 도반이 새벽기도를 하면서 300배 정진을 하자고 제의를 하였습니다. 선뜻 마음을 내어준 두 도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혼자 정진을 하면 5시에 시작하는 것도 힘들어 했는데 법당에서 도반들과 함께 기도를 하게 되니 새벽이면 눈이 저절로 떠집니다. 기도하면서 좋은 점은, 새벽에 일어나서 그냥 해보는 연습을 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내 생각과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내 생각을 고집하지 않는 방법으로 가볍게 해보게 되고 정진을 마치고 하는 나누기를 통해서 도반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지는 것 같고, 새벽 300배 정진을 하면서 마음을 매일 리셋하는 것 같습니다.

늘 해오던 정진이라 별 다른 것이 없을 것 같았는데 새벽에 법당에서 함께 정진을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 있어도 사로잡히지 않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정진을 꾸준히 하다 보니 남편과 아이들의 입장에 대한 이해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내가 부린 욕심이 나와 가족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되니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진 후 이렇게 깨달아 가는 것이 부처님의 가피가 아닐까 합니다.

법당이라는 수행처가 생겨서 기쁘고, 이곳이 도반들끼리 화합하고 청정한 도량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런 공간이 되려면 꾸준한 수행은 필수라는 생각이 들며, 법당 초기에 이렇게 수행하고 정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준 도반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입니다.

신민기(봄불교대생)

신민기 님은 이전에 불교를 접한 적이 없는 봄불교대 학생인데도 수행맛보기 전부터 법당에서 새벽정진을 늘 하고 있어서 궁금했었습니다. 이번에 천일결사 입재식에 함께 참석하여 내심 반갑고 기뻤지요. 키도 훤칠하고 체격도 듬직하여서인지 법당 안내 팻말을 들고 길잡이 역할도 하였고 사진도 찍어주는 등 적극적으로 봉사했습니다. 지난 초파일에 법당 천정에 연등도 달아 주었습니다. 앞으로 활동이 많이 기대되는 든든한 도반입니다.

8-9차 입재식 끝난 후 출발 승차 전, 왼쪽부터 신민기, 서정연, 최봉례, 권미애, 문은미님
▲ 8-9차 입재식 끝난 후 출발 승차 전, 왼쪽부터 신민기, 서정연, 최봉례, 권미애, 문은미님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시작된 새벽기도

지난 4월 1일 만우절 첫 새벽기도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3월말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고 답답하여 동네의 잘 아는 지인 권미애 님과 문은미 님에게 상담을 드렸습니다. 두 분에게서 내일부터 새벽 수행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고 다음날이 4 월1일 만우절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답변을 드렸는데 다음날 새벽4시부터 정말로 매일 전화로 깨워주셨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새벽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절할 줄도 몰랐어요~

절하는 방법도 몰랐던 저는 도반들이 절하는 것을 보고 따라만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속도가 빨라 따라 하기도 힘들었고 나누기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점차 자신만의 절하는 리듬이 생기고 도반들의 나누기를 들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간이 날 때마다 법륜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수행이 어떤 것인지도 점차 알게 되었습니다. 만우절에 시작한 새벽기도를 계기로 어제 5월 29일 천일결사 입재식까지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시작한 새벽기도 중 제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께서 보증을 잘못 서서 2년 동안 제가 그 일을 해결했고 이제 막상 제 일을 하려고 하니 무기력함이 제 마음을 사로잡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바라는 마음과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었음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대로 좋습니다~

하루하루 새벽기도를 하며 제 자신이 겸손해 지면서 점점 편해졌습니다. 아직 수행이 뭔지 잘 모릅니다만 지금 자신이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을 보며 하루하루 감사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토회를 알려주신 도반들과 불교대에서 언제나 깨달음을 주시는 스승님 법륜스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눈뜨고 일어나면 감사한 마음으로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문은미(봄불교대 주간 부담당)

문은미 님은 올해 초부터 행사 때뿐 아니라 저녁에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늘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다니길래, ‘자식을 보살펴야 하는 상황인데도 참 열심히 봉사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때부터 법당 새벽기도를 다녔고 수행의 힘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은미 님의 얼굴이 요즘 참 훤합니다.

5월12일 안양 희망강연 접수, 왼쪽 첫 번째 문은미 님, 두 번째 권미애님
▲ 5월12일 안양 희망강연 접수, 왼쪽 첫 번째 문은미 님, 두 번째 권미애님

자녀교육을 위해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두다

군포에 법당이 생긴다는 말에 참 좋았습니다. 차로 30분을 넘게 가고 주차하기도 힘들었던 안양 법당에서 집에서 5분 거리에 법당이 생긴다니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내 손으로 청소도 하고 이것저것 봉사도 하면서 점점 잘 쓰일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옆집 친구가 나에게 불교대를 권하고 이제는 어엿한 도반이 되어 같이 수행하던 중 ‘3년만 수행정진하면 우리의 업식을 변화 시킬 수 있다는데 우리도 해볼까요?’라는 도반의 말에 거부감 없이 가볍게 마음 내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추운 겨울 새벽에 나온다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고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냥 밥 먹듯이 매일 힘든 날도 잘되는 날도 졸린 날도 아픈 날도 욕구에 끌려가지 않고 그렇게 새벽정진을 했습니다.

나는 왜 화가 나고 불편할까?

생각 없이 하는 행동 속에서 왜 그랬던 걸까? 나는 왜 화가 나고 불편할까? 이때는 왜 흥분이 될까? 등의 다른 여러 가지 감정에 대해서 절을 하게 되면서 깊은 나의 마음속 소리를 알아가다가 나도 모르던 나의 욕구를 보는 일은 희열, 자책, 두려움까지도 느끼게 했습니다.

수행의 관점을 잘못 잡아 분별심이 하늘을 찌르고 자책감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도반들과의 나누기는 법문과도 같았으며 도반들의 관심과 위로는 한층 더 나를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300배 기도는 108배와는 또 다른 나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도반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던 새벽기도. 한 만큼 나에게 이롭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오늘도 새벽 4시 40분 군포법당에 출근합니다.

권미애(불교대팀장)

법당에서 자주 만나는 권미애 님은 늘 활짝 웃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고 말할 때조차 웃으면서 말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참 편하게 하여 줍니다. 마이크 없어도 될 정도로 풍부한 성량에 절도 있는 음성으로 8-9차 천일결사 입재식 차량 안내를 멋지게 해냈습니다. 처음으로 군포법당이 한 차로 군포에서 갈 수 있어서 모두 기뻐했는데 권미애님 덕분에 즐거움이 더해졌습니다.

왜 나는 100일을 못 채울까

2013년 12월 초에 지리산에서 깨달음의장을 마치고 바로 8-1차 천일결사에 입재해서 새벽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했으나 겨우 30일 새벽기도를 하고, 8-2차에는 40일을 넘겼습니다. 평소 야행성 생활이 몸에 배어 겨우 겨우 일어나 새벽기도를 하며 자책하는 마음도 생겨났습니다. 다만 새벽기도가 나에게 좋다는 이치를 알아 간신히 이어나가는 수준으로 천일결사를 해나갔습니다.

아무리 스님 법문을 들어도 빨리 깨달음을 얻고 싶다는 조급한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아 다른 단체에서 하는 수련프로그램을 다녀왔고 뭔가 미진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빠른 방법을 익히고 싶어서 또다시 진행되는 2차 수련프로그램을 가려던 것이 이런저런 이유로 좌절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우리 동네에 정토법당이 생기니 여기서 한 번 제대로 새벽기도를 해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5.31 봄불교대 주간반 수행맛보기 회향. 윗줄 왼쪽 첫 번째 문은미 님, 윗줄 오른쪽 첫 번째 권미애 님
▲ 5.31 봄불교대 주간반 수행맛보기 회향. 윗줄 왼쪽 첫 번째 문은미 님, 윗줄 오른쪽 첫 번째 권미애 님

이러쿵저러쿵 이유를 따지지 말고 스님 말씀대로 3년을 정토회의 프로그램을 따라 새벽수행을 해보자 하는 마음을 먹고 도반들에게 가까운 곳에 법당이 생겼으니 법당에서 새벽 정진을 해보자 제안하니 마침 같이 하고자 하는 분들이 있어 새벽기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6년 1월 1일부터 법당에서 108배 새벽기도를 시작하고, 2월 말에 법당 개원식에서 법사님이 300배 정진 100일 기도를 하라는 말씀을 듣고 300배 정진을 시작했습니다. 새벽기도 시작 100일을 기념하며 도반들과 회향 1000배 정진을 하였고, 이제 법당에서의 300배 정진을 시작한지 100일이 다가오며 또 다시 회향 1000배 정진을 기획합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서로 깨워주고 함께 기도하며 도반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 피부로 느낍니다.

가끔 법당새벽기도를 한다고 대단하다는 도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는 압니다. 법당새벽기도를 하는 우리는 사실 대단한 것도 아무것도 아닌 것을. 정말 대단한 분들은 자기 집에서 일어나 소리 없이 새벽정진을 이어나가는 도반들이라는 것을.

매일 싱글 벙글, 나는 그냥 좋아요

다만, 이제야 눈이 조금 떠져서 정말 눈뜬 기념으로 새벽에 기도를 먼저 하는 것이 나의 삶에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도반들과 새벽에 법당에서 꾸준히 정진하며 조급한 마음 내려놓고 다만 한 발 한 발 꾸준히 걸어 나가는 것의 소중함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너무도 큽니다.

평소 절하는 것도 힘들고 300배는 너무 멀고, 1000배는 남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기며 저항하고, 반항하고, 부정하던 모습에서 조금씩 벗어나 ‘그냥 한다.’ 하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갑니다. 더디더라도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스승님을 믿고, 도반들과 함께 새벽정진을 계속 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개원 초기엔 법당으로 오르내릴 때부터 1층이 식당인 관계로 음식냄새가 가득 찼었는데 어느새 법당엔 수행의 향기가 묻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군포시가 정토가 될 때까지 모든 봉사자들은 수행, 보시, 봉사를 실천하는 정토행자로서 부지런히 수행정진 합니다.

글_최봉례, 서정연, 신민기, 문은미, 권미애
정리•글_강정애 희망리포터(안양정토회 군포법당)
편집_유재숙 (인천경기서부지부)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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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방초

최고 !!!

2016-06-10 22:38:28

민희

모두들 미소가 정말 아름답습니다!!^^ 도반들과의 모습이 참 끈끈해보이네요~부럽습니다~

2016-06-10 16: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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