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제주법당
제주 도반들의 입재식 참가 이야기
전법은 산길, 물길, 하늘길을 타고

8차 천일결사 중 9차 백일결사 입재식이 열리는 김천 실내체육관 안.
전국의 수많은 도반이 이른 아침부터 설렘과 기대로 모이고 모여
전국 각 법당 참가자를 소개하는 그때,
‘제주법당! 어디 계신가요?’ 를 외치는 사회자의 소개 끝에 화면에 비친 모습!
제주 법당 자리에는 그러니 다섯 분의 도반들만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 제주 도반들은 그 시각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요?

제주에서 김천까지

천일결사 입재식에 산길 물길 하늘길을 열고 가는 제주 도반들의 입재식 참가 여정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이번 입재식은 어디야?
제주의 도반들은 입재식이 열리는 장소에 늘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어느 곳에서 열리느냐에 따라서 도착 공항이 달라지고, 그곳 비행기 시간에 따라서 입재식 장소까지의 도착시각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입재식 공지가 나올 즈음이 되면, 제주 도반들에게는 가볍게 ‘다녀오지 뭐하는 마음보다는 무언가 결연한 의지가 더욱더 필요합니다.비행기 표를 미리 사야 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하다가 참석 여부를 결정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종종 전국 각지의 지인 방문 및 다른 일정을 겸해서 입재식 전에 이동하여 그곳에서 곧장 입재식에 참석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입재식 담당자들은 참여자 개개인의 이동 경로 및 변동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입재식에 참석하는 도반들의 수에 따라서 공항에서 입재식 장소까지 이동해야 할 차량의 규모, 이동 방법도 달라져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네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입재식 참가에 마음을 낸 도반들이 있지만, 결국 많은 도반은 입재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을 갖고 제주에 남아있게 됩니다.

그동안 제주에서는 꾸준히 열 분이 넘는 도반들이 입재식에 참석해 왔습니다. 이번에는 총 15명이 참석하였는데, 17명이 참석 예정이었으나 전날과 당일 급작스러운 상황에 취소하신 분들이 생겨서 ‘입재식 참가자 수 최대!’ 기록을 아쉽게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제주의 도반 중에서는 입재식의 처음과 끝을 오롯이 함께하기 위해서 미리 육지의 가족들, 지인들 집에 방문했다가 그곳에서 다른 법당의 차를 타고 당일 입재식으로 향하는 도반들도 계십니다. 그렇게 전국 각지에 흩어졌다가 입재식에서 미리 모인 도반이 이번에는 총 5명이었습니다. 그분들이 오매불망 나머지 열 명의 제주발 도반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입재식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바로! 전국 법당별 소개시간에 보인 다섯 분의 모습이었답니다.

 부산 동래법당 차량으로 미리 도착해서 다른 도반들을 기다리고 있는 심민영 님
▲ 부산 동래법당 차량으로 미리 도착해서 다른 도반들을 기다리고 있는 심민영 님

그 시각 제주 도반들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제주에서 대구로 향하는 가장 빠른 비행기의 시간은 8시 25분.
제주에서 출발하는 도반들은 일요일 아침 제주공항이 붐비는 것을 고려하여 미리 집을 나서서 오전 7시 40분까지 모두 발권을 마쳤습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서귀포에 거주하는 도반들은 꼭두새벽부터 ‘한라산을 넘어’ 제주공항까지 달려와야 했습니다. 산길 바닷길 하늘길을 거치고 달려온 제주 도반들의 열정, 짐작이 가시나요?

 제주-대구간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입재식 당일 대구 시내 전경
▲ 제주-대구간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입재식 당일 대구 시내 전경

비행기는 다행히 많이 지연되지 않고 예정 출발시각을 10여분 정도 넘긴 시간에 출발하였습니다. 5월 29일 대구로 향하는 하늘길은 참 맑고 화창했습니다. 한 시간의 비행 끝에 드디어 대구공항에 도착하였고,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던 미니버스를 타고 입재식을 향해 출발한 시각이 10시경. 이미 입재식의 참가법당 소개 및 여는 마당 등의 순서가 마무리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주 도반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오직 한 가지, 아무리 늦더라도 ‘스님의 회향 법문만은 놓치지 말자!’입니다. 예정된 스님의 법문 시간이 11시쯤인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버스 기사님을 약간 독촉하며 고속도로를 달려 김천 실내체육관에 11시경 무사히 도착하였습니다. 서초법당 차량으로 미리 도착해 있던 총무님께서 체육관 밖으로 나오셔서 도반들을 인솔하였고, 도반들은 그제야 맡아둔 자리로 들어가 앉았습니다.

입재식의 규모가 커져서 행사 진행이 조금씩 늦어진 것이 제주 도반들에게는 다행인 일이었나 봅니다. 도반들이 입장했을 때는 아직 스님 법문이 시작하기 전이었고, 한참 첫 번째 사례자의 재미있고 맛깔 나는 수행담이 발표되고 있었습니다. 숨을 고르고, 두 번째 도반의 사례까지 다 듣고 드디어 스님의 법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실내체육관 주변에 점심 공양할 자리를 미리 맡아두는 사람들을 법문의 소재로 삼아 재치 있게 나무라시며 입재식에 참가하는 수행자들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점검시켜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스님으로부터 꾸중 아닌 꾸중을 들으며 미리 수고(?)해주신 도반님들 덕분에 지각한 제주 도반들은 모두 그늘지고 편한 자리에 앉아서 맛있게 점심 공양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점심 공양에서는 통영 법당에서 옮겨와 지금은 제주 법당에서 목탁·집전 봉사를 많이 하는 신명훈 님께서 준비해주신 원조 충무김밥이 또 다른 통영 도반님의 수고와 정성으로 제주 도반들의 점심 공양 상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또한, 멀리서 오는 제주 도반들을 위해서 서초법당의 도반들께서 공양을 준비해 주셨고, 올 초 타 법당으로 옮겨가신 옛 도반께서도 제주 도반들을 위해 맛있는 반찬을 챙겨와 주셨습니다. ‘간소하고 소박한 도시락’이 무색할 정도로, 다른 법당 도반들의 ‘먼데서 온’ 도반을 챙기는 정성에 너무나 맛있고 풍성한 점심 공양을 맛보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제주 도반들을 챙기느라 애써주신 다른 법당 도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예비 입재자, 강순지, 박경숙 님. 예비 결사자 결의식에 참석하며
▲ 예비 입재자, 강순지, 박경숙 님. 예비 결사자 결의식에 참석하며

제주에서 천일 결사 입재식을 하는 그날까지

짧은 점심시간 동안 각자 흩어져 부스도 구경하고 타 법당의 다른 도반들과도 만남을 가지고 다시 체육관 안으로 들어와 앉았습니다.

이번에 제주 법당에서는 5명의 예비 입재자가 참석하였습니다. 1000여 명이 넘는 예비 입재자들 사이에서 제주 예비 입재자들은 가장 앞 줄에 앉아 입재식의 주인공이 되어, 선배 도반들의 축하와 환영 속에서 벅찬 감동을 느끼며 경건하게 ‘예비결사자 결의식’에 잘 참석하였습니다. 하지만 대구에서 제주로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지자, 서로 흩어져 앉아있던 제주 도반들은 카톡방에서 신호를 주고받다가 결국 스님의 법문이 한창이던 시간에 아쉬운 마음을 남겨두고 부랴부랴 또 짐을 챙겨 나와 미니버스에 탑승하였습니다. 휴일 고속도로 상황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를 몰라서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안심할 수는 없었지만, 아쉬움 반 뿌듯함 반으로 공항을 향하는 차 안에서 오늘 입재식에 참석한 마음을 서로 나누었습니다.

많은 도반이 이번 입재식의 법문에서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부처님 마지막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돌아간다는 나누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도반이 수행의 전부’임을 나누며 종일 쉼 없이 움직였던 서로를 다독이고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이번 예비 입재자 중에서 신연숙 님은 가을 불대생으로서 수행맛보기 때부터 시작하여 꾸준히 아침 정진을 해오고 있었는데, 이번 입재식에 5살 아드님과 함께 참석하셨습니다. 비록 아이 때문에 2부 입재식 행사에서 예비 입재자 자리에 함께 앉지 못했지만, 입재식의 왁자지껄한 환영의 기운과 스님 법문으로 마음에 큰 힘을 얻어 가셨을 거라 믿습니다. 신연숙 님은 "마음을 내어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역시 ‘마음을 낸다’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함께하는 도반들에게 참 감사하다.”는 소감을 이야 해주었는데, 다른 도반들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제주 법당의 천일 결사자들은 30여 명이 조금 넘습니다. 이 중에서 열다섯 명이 참석했으니, 참석률로 보면 50% 정도 됩니다. 하지만 입재식에 참석하는 제주 도반들의 마음이 일당 백의 마음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참석률 50%라고만 말하기에는 아쉬운 계산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입재식에 참석하고 싶어도 사정이 생겨서 오지 못한 많은 제주의 도반들. 결연한 의지를 가진 제주 도반들의 아침 정진은 오늘까지도 부지런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30명, 40명이 모이고, 언젠가 제주에서 천일결사 입재식이 열리는 그 날까지, 또한 제주 도반들의 원력으로 제주섬이 동북아 평화의 거점지역이 될 수 있도록!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부지런히 정진하겠습니다.

우리 8-10차 입재식에서 반갑게 또 만나요~!

글_김문정 희망리포터 (제주정토회 제주법당)
편집_권지연 (서울제주)

전체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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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행

2시간 거리의 입재식도 망설였는데... ㅠ 제주에서 김천까지 먼 길 마다 않고 입재식 오신 모습 참말로 감동입니더^^

2016-06-24 0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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