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정토불교대학 모집광고를 보고 다녀야겠단 마음을 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졸업이 다가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무언가 모를 공허함. 아이들이 자라고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에 만족할 수 없는 회의가 더 깊게 느껴졌습니다.
늘 현실에 부족함을 느끼며 허기진 사람처럼 힘겹게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왜 사는지도 모르면서 늙어가기엔 인생이 너무 무료하고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보람 있고 만족할 일을 원하면서도 노력하기는 싫어 시간만 보내고 있었습니다. 생각 차이가 큰 남편에게 내 옳다는 생각으로 사소한 것에서부터 부딪히며 어떨 땐 싸우는 게 당연하다 느껴지고, 다 그렇게 살더라며 체념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남편과 대화는 늘 그렇게 불통으로 끝나고 가족에게도 불만투성이었습니다.

부처님오신날 안내봉사 해보았습니다.▲ 부처님오신날 안내봉사 해보았습니다.

열심히는 사는데 답답했어요

결혼 전 법륜스님 책을 읽었지만, 애를 잘 키워야 한다는 욕심에 강의 듣고, 육아서적을 따라 했습니다. 배운 것과 달리 남의 아이와 비교하며 잔소리하고 상처 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혜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어리석은 엄마였습니다. 그러다가 힘겨움에 도저히 버티지 못할 즈음 정토불교대학 모집광고를 인터넷으로 접했습니다. 첫날 대구법당을 찾지 못해 약 30분을 헤맸지요. 인연이 아니라며 그냥 가버릴까 하다가 끝까지 찾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소심한 제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이 기적 같고 감사한 일입니다. 만약 그때 포기하고 가버렸으면 지금의 저는 없을 것이고, 어떻게 살고 있을지는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내 업식을 보았던 깨달음의 장

평소 제대로 된 절을 열심히 다녀보고 싶던 제게 정토회는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푸는 것처럼 인생에도 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 문제, 부모에 대한 원망, 남편에 대한 불만을 누구와 얘기해도 해소되지 않았던 나는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동대구역 거리모금 하는 곽명주 님.▲ 동대구역 거리모금 하는 곽명주 님.

‘이런 곳이 있다니, 어떻게 이런 곳을 몰랐을까?’
이제 답을 알았으니 실천만이 살길이라 불교대 개근을 목표로 다니고 있으며, 수행 맛보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백팔 배 수행정진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깨달음의장에서 특별한 체험을 한 뒤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입니다.
부모를 생각하면 늘 원망만 가득했는데 매일 참회 기도를 하면서 감사함을 알게 된 것도 정토회 덕분입니다. 고지식한 남편에게 내 옳다는 생각을 버리고, 나와 다른 그를 인정하며 숙이는 연습과 참회 기도를 했습니다.
때론 ‘내가 왜?’ 하는 맘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행복하기 위하여 계속했습니다. 그런 덕분에 이젠 남편에게 “예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합니다. 남편에게 숙이고 감사한 맘을 내니 아이들 문제가 조금씩 풀렸습니다. 둘째 애는 아빠를 무척이나 싫어했고 의논할 일이 있어도 제게만 했는데 요즘은 예전과 달라진 모습입니다. 막내는 지난해 김정은도 무서워한다는 중2 시절을 힘겹게 보내다가 이제 스스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 내는 것이 고맙습니다. 유난히 잠이 많은 딸은 내 업식을 물려받았음을 알기에 오히려 미안하고 안쓰럽습니다.

지금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제 업식을 닮아 아이들이 행복하지 못했다는 것을 아니 무척 미안했습니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많지만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가르쳐 주는 스승이 있으니 걱정 없습니다. 불교대 졸업을 앞둔 요즘, 도반들이 한 분씩 나오지 않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아이가 어린 부모들이라 맘이 더 쓰입니다. 직장에서도 불교대학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생기고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내 모습이 흐뭇합니다.

천일결사 입재식 도반들과 즐거운 시간(왼쪽 세번째 곽명주 님)▲ 천일결사 입재식 도반들과 즐거운 시간(왼쪽 세번째 곽명주 님)

“괴로움은 생겨나서 머무르다 사라진다. 고락이 둘이 아니니 락에도 집착하지 말라.”는 스님 말씀을 좌우명으로 오늘도 발걸음 가볍게 걸어갑니다.

글_곽명주(가을블교대학 학생)
수정_박민희 희망리포터(대구법당)
편집_도경화(대구경북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