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거창법당
한참 멀지만 멈출 수 없는 수행의 길
강덕제 님의 수행담

2015년 거창법당이 개원한 후 법당에서 처음 입학식을 열었던 가을불교대학 저녁반은 지난 7월 7일 졸업갈무리를 하였답니다. 졸업생들과 정회원, 담당자가 모여 릴레이 상 주기, 축하공연, 수행담 발표가 있었답니다. 그리고 함께 어우러진 어울마당을 통해 지난 1년을 축하하였습니다. 이때 강덕제 님이 수행담을 발표하였습니다. 30기 가을불교대학 졸업생들이 다시 경전반을 입학하게 되는데 경전반 담당자 소임에 선뜻 마음 내신 강덕제 님의 수행담을 들어보겠습니다.

졸업에 즈음하여

우연히 법륜스님이 출연하신 텔레비전 토크쇼 프로그램을 본 후, 핸드폰에 즉문즉설 파일을 넣어 다니며,시간이 날 때마다 듣곤 했습니다. 어찌나 기발하고 재밌던지, 근 800여 편을 내리 다 들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읍내 마트 문 앞에 붙어 있는 불교대학 신입생 모집 포스터를 보고, 정토회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때 첫 느낌은 스님은 그물을 그냥 던진 것이고, 저는 그 그물에 확~!! 걸린 것 같았습니다. 왠지 휑~하니 썰렁한 법당, 컬러프린터 해서 붙여놓은 것 같은 어설픈 불상 사진, 마치 출가했다가 다시 환속하신 듯한(?) 오묘한 분위기의 선배님들…. 저보다 한참 연배가 위이신 듯한 입학동기생들…. ‘아 잘못 왔구나! 수업료 낸 건 아깝지만, 그만 와야겠다.’라고 맘먹었으나 선배님들의 전화와 독려 메시지에 마음을 되돌려, 어느덧 다니게 된 게 어언 1년이 다 돼갑니다.

돌이켜 보면, 정말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배우고 체험한 것 같습니다. 한겨울 이른 새벽 문경 입재식에서 법륜스님을 친견하고 전국 각지에서, 멀리는 해외에서도 오신 도반들을 보는 건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환경실천수업도 흥미로웠습니다. 뒷물하기와 같은 과한 레벨(^^;;)은 차마 엄두를 못 냈지만 나름 종이컵과 같은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설사 쓰더라도 적게 쓰도록 노력했습니다.

초파일 행사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천도재 경문 염불이 기억납니다. 물이 얼어서 얼음 되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듯 이 세상의 삶과 죽음이 같다는 구절과 함께, 제 뒷좌석에서 들리던 어떤 도반의 나지막한 흐느낌도 잊히지 않습니다.

졸업갈무리 사진- 글자 '대'를 들고 있는 강덕제 님
▲ 졸업갈무리 사진- 글자 '대'를 들고 있는 강덕제 님

불교대학에서 백미는 수행 맛보기를 하면서, 40평생 처음으로 새벽 5시에도 일어나 보기도 하고 백팔 배도 해보고, 명상도 해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불교대학 법문은 즉문즉설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주머니 안의 송곳처럼 감출 수 없는 스님의 개그 본능과 재치로 인해 나름대로 들을 만했습니다. 1단원 실천적 불교사상에선 불교의 기본개념과 사성제, 삼보, 오계 등을 통해 불교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감을 잡을 수 있었고, 2단원 부처님 일생에선 마냥 대웅전에 앉아 계신 금불상이 아닌, 역사상 실존했고, 치열하게 구도의 삶을 살다 가신 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3단원에선 석가모니 생존 시 초기불교의 원형에 관해 알 수 있었으며, 이러한 인도 불교가 어떻게 이합집산하여 우리나라까지 전파가 됐는지 그 경로를 4단원 불교의 변천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불교 대학을 다니면서 배운 것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본다면 불교는 종교라기보단 사실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탐구하는, 회의주의 철학인 거 같습니다. 우리 몸 그리고 주변 환경에서 일어나는 복잡다단한 현상들과 온갖 감정, 마음을 한 발짝 물러서서 객관화시켜 살펴보게 하니 말입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옳다 그르다 분별심을 갖는 게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것이 머리엔 쉽게 와 닿지만 가슴까지 도달하기엔 한참~ 먼 것 같습니다. 아직 수행이 너무나도 부족한 이유겠지요.

1년 동안 저희 가을불교대생들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많이 가르쳐 주시고, 도와주신 김수녀, 김은정 님을 비롯한 여러 선배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생업에 종사하시느라 바쁜 와중에도 저녁 시간 쪼개어 법문 듣느라 고생하신 우리 도반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경전반에서도 열심히 해봅시다. 파이팅!

봄불교대, 가을불교대, 가을경전반 졸업을 통하여 거창법당은 이제 8대행사와 더불어 불교대학, 경전반을 마무리해본 거 같습니다. 그런 과정 중에 이렇게 또 한 분의 소식을 알려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강덕제 님은 불교대학에서 환경에 대해 배워 좀 더 신경을 쓰게 되었고, 불교에 관해 체계적으로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천일결사 입재를 통하여 배운 것을 가슴까지 도달시키기 위해 기도하는 강덕제 님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감사합니다.

글_강덕제 (진주정토회 거창법당)
정리_김대중 희망리포터(진주정토회 거창법당)
편집_목인숙 (경남지부)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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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화

거창법당 도반님의 힘찬 정진열기가 느껴집니다.

2016-08-03 14:55:43

빛이되는여자

강덕제님~하루도빠지지않고새벽에일어나백팔배를하는당신의열정과끈기에박수를보냅니다
하지만건강에더신경써서주시길바랍니다^^

2016-08-02 21:10:43

정홍자

불대다닐때의 경험이 되새겨지는글 잘 읽었습니다^^

2016-08-02 17: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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