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서초법당
공양주 보살님의 여름

더우나 추우나 공양은 계속되어야한다.

전국적으로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집에서 밥 해먹는 일이 너무나 힘든 요즘입니다. 뜨거운 밥솥과 펄펄 끓는 국, 그리고 그 앞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야하는 상황은 상상만으로 마음을 지치게 합니다. 그래서 여름에는 종종 집에 앉아 배달 음식을 시켜 먹거나 음식점에 가서 저녁을 사 먹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밥하기 힘든 계절에도 묵묵히 밥을 하는 수행자가 있습니다. 그것도 무려 한 번에 약 200인 분 음식을 합니다. 그 수행자가 바로 서초법당의 공양주(供養主) 소임을 맡고 있는 이보경 보살입니다. 공양주 소임은 말 그대로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공양간을 책임져야 하는 역할입니다. 공양 재료 준비부터 각 종 조리기구 관리, 봉사자들 연락까지 공양간과 관련된 모든 일에 신경을 써야하는 소임이죠. 이렇게 더운 날에 공양주 소임을 묵묵히 수행해 나가는 이보경 보살에게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 공양간으로 찾아가 보았습니다.

희망리포터: 안녕하세요. 이번 정토행자의 하루 코너에는 공양주를 맡고 있는 이보경 님의 이야기를 담기로 했습니다.

이보경 보살: 나 같은 사람 이야기를 뭐 담을 게 있다고 인터뷰까지 하려고 그러세요. (웃음)

희망리포터:이렇게 더운데 공양간에서 일주일에 4~5 일 씩 일하시려면 힘들지 않으세요?

이보경 보살: 음... 생각보다 여기가 그렇게 덥지는 않아요. 밖에서 보면 여기가 굉장히 더워

보여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답니다. 물론 국이나 밥 앞에 있으면 덥지만요.

희망리포터: 공양주 소임은 어떤 계기로 맡게 되셨나요?

이보경 보살: 제가 2012년 봄불교대에 입학 했다가 몸이 아파서 졸업을 못했어요. 2013년에 다시 입학해서 불대를 졸업하고 2014 봄경전반에 올라가면서 바로 공양주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불대를 한참 다니던 여름부터 공양간에서 정기적으로 봉사를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인연이 되려고 했는지 공양주 자리를 맡게 된 것이 벌써 2년 반 정도 되었네요.

희망리포터: 학생 신분으로 중책을 맡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큰 결정하셨네요. 그런데 방금 전에 “인연이 되려고 그랬나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인연이 있으셨나요?

이보경 보살: 제가 원래는 식당을 하나 운영하고 있었어요. 남편과 함께 하고 있었는데 식당을 운영하던 시절에 경제적으로 약간 손해 보는 일이 있었지요. 누구나 손해 보는 것은 싫어하잖아요? 저도 어떻게든 그 손해를 만회하고 싶어서 식당을 더 열심히 운영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식당에서 이익을 많이 내서 손해를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이 오히려 나를 괴로움으로 빠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시간이 얼마간 지나서였습니다. 몸과 마음은 힘들고 돈은 생각보다 안 모이고 ... 어리석은 내 모습을 내가 바라보게 되니 욕심을 탁 버릴 수 있게 되더군요. 그러고 나서 든 생각이 바로, 내가 그냥 가만히 앉아서 공부해서는 안 되겠구나. 몸을 일으켜서 봉사를 하면서 마음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공양간으로 가서 정기적으로 봉사를 했는데 그때 당시 함께 봉사하던 분들 눈에 제가 띄었나 봐요. 그때가 마침 7차 천일결사 기도가 끝나가는 때여서 자연스럽게 공양주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이, 공양주 소임에 필요한 능력이랄까 기술 같은 것이 이전부터 내가 이런 저런 기회를 통해서 익혀왔던 것들이었다는 점이예요. 마치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내 앞에 공양주 소임이 나타났던 거죠. 이런 게 아마 인연이라고 하는 건가 봐요. (미소)

희망리포터: 참 신기하네요. 너무나 자연스럽게 모든 일이 일어났네요. 이런 것을 두고 부처님 가피라고 하나요(웃음) 그런데 여름 공양간에서는 주로 어떤 음식을 주로 만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공양 준비를 하시나요?

이보경 보살: 여름에는 채소가 많이 나니까 주로 생채, 나물, 냉국 등을 선보입니다. 제철에 나는 채소를 이용해서 음식을 하면 영양면에서도 좋고 에너지도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 일석이조랍니다. 그리고 어느 법당, 어느 공양간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부처님께 올리는 음식이다.’라는 마음으로 공양 준비를 합니다. 공양을 드시는 모든 분들이 이웃과 세상에 잘 쓰이길 바라는 마음도 들어간답니다. (미소)

 점심 공양을 준비하고 있는 공양주 이보경 보살
▲ 점심 공양을 준비하고 있는 공양주 이보경 보살

희망리포터: 아! 정말 그러네요. 안 그래도 날씨가 더운데 에너지를 많이 써가면서 반찬을 만들 이유가 없네요. 만드는 사람도 편하고 먹는 사람도 즐겁고, 환경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네요. 그런데 여름에는 음식이 잘 상하는데 혹시 공양간에서 만든 음식이 상해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나요?

이보경 보살: 제가 공양주를 맡기 전에는 어땠는지 잘 모르지만 다행히 제가 공양주를 하는 동안에 문제가 발생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되도록 그날 만든 음식을 그날 다 드실 수 있도록 신경 써서 양을 조정 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많이 만들었는데 모두 쉬어버리면 한 순간에 음식물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것이니까요.

희망리포터:공양간 하면 떠오르는 것이 여러 봉사자가 한꺼번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봉사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힘들지 않으신가요?

이보경 보살: 제가 불교대 때 모둠장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비교적 수월하게 소통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메신저에 단체방을 만들어서 소통하니까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봉사자가 갑자기 안 나온다든가 하면 안 나오는 대로 유통성있게 일을 하면 되니까 괜찮습니다.

 2015 년 동지법회 때 법륜스님, 공양간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 왼쪽에서 두 번 째가 이보경 보살.
▲ 2015 년 동지법회 때 법륜스님, 공양간 봉사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 왼쪽에서 두 번 째가 이보경 보살.

희망리포터: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까 공양간 일이 상당히 수월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양주 역할은 정말 어려운 것이겠지요. 어느 계절이든 관계없이 그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보경 보살: 아녜요. 별일도 아닌데요 뭘. 우리 정토회에서 중책 아닌 소임이 있을까요? 우리는 모자이크 붓다잖아요.

희망리포터: 네, 맞습니다. 모자이크 붓다죠. 이렇게 공양간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앞으로는 공양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음식을 담게 될 것 같습니다. 바쁘실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보경 보살: 네, 감사합니다. (미소)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공양간의 모습이 약간 달라보였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가는지가 새삼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음식 맛이 좋아야하는 것은 기본이고 재료 구입, 봉사자 소통과 같은 기초적인 단계부터 음식과 관련된 모든 과정이 여법하게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 순간도 깨어있지 않으면 안 되는 소임이 바로 공양주 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흔히 영화를 종합예술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우리 법당에서는 공양주 소임이야말로 종합 봉사 소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 서초법당 소식이었습니다.

글_오지훈 희망리포터 (서울 정토회 서초 법당)

전체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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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은주

네. 이보경보살님 덕분에 항상 맛있는 공양 할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무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언제나 그 자리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2016-08-08 12:51:08

이기사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네요.
금강경 17장 구경무아분에서 마지막 단락의 참진시보살이라는 말이 딱 맞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_()_

2016-08-06 14:14:26

무량덕

지난 6월 말 서초법당에서 맛 본 떡 탕수육도 보살님 작품이셨나요? 자기가 먹은 것은 자기가 씻는 시스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08-04 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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