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오후 2시! 법당에서는 공양을 마치고 한참 나른해 질 무렵, 쉬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기도를 시작합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네요. 처음엔 이러다 말겠지, 과연 통일이 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고, 지금 살 만한데, 굳이 통일을?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스님의 법문을 듣고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아픔이 내 아픔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법당에서는 올봄부터 시작한 기도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도하기를 300일, 통일이 되기를 염원하는 도반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윤군자 님▲ 윤군자 님

윤군자 님(경전반 학생, 지원팀장)

통일기도를 매주 한두 번씩 참석하여 300배를 하거나 목탁을 치며 정진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겪어 보지 않았고, 탈북자들과도 만남의 기회가 없었기에 북한 주민들의 힘든 삶을 그저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통일에 대한 간절함이 그리 크게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그랬던 제가 통일의병교육을 받고 <통일정진기도 300일>을 하면서 스님의 법문을 같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미어져 오기 시작하더군요. 정진하기 전 통일기도 발원문처럼 귀가 있어도 듣지 못했고,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 말은 저를 두고 하는 말이었습니다. 아이를 키워본 엄마로서, 만약 내가 북한에 태어나 먹을 것이 없어 자식들이 굶주리는 모습을 본다면 그 마음이 어떠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도 아파집니다. 나의 일 아니라고 무관심했음을 참회합니다. 오직 부처님의 가피가 있길 간절한 마음으로 발원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원력으로 평화통일을 발원합니다.

조정복 님▲ 조정복 님

조정복 님(가을불대 졸업)

통일기도를 하면서, 처음에는 300배가 부담스러웠어요. 그러나 정진을 시작하고 발원문을 읽어 가면서부터 왠지 모를 간절함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왔습니다. 무심하게 앞만 보고 살아온 자신에게 참회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어서 빨리 남북관계가 개선되어서 안정된 나라에서 살았으면 합니다.

신혜주 님(가운데)▲ 신혜주 님(가운데)

신혜주 님(불대 팀장, 경전반 담당)

나에게 주어진 한 시간의 기도, 찬찬히 발원문을 읽어봅니다. 분단이 70년이 되어가는 지도 몰랐고, 우리가 지금 일시적으로 전쟁이 멈추었는 지도 몰랐습니다. 내 눈으로 보지 않았기에 한쪽에서는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생존을 위해 국경을 목숨 걸고 넘는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어느새 이렇게 사는 것이 익숙해졌고, 우리 사회는 양극화 속에서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발원문을 통해 다시 한 번 자각했습니다. 나는 목탁을 치며 관세음보살을 부르면서 이런 생각으로 나아갔습니다.
나의 이 기도가 조금이라도 통일로 가는 길에 밑거름이 되길 발원하고, 북한의 우리 동포들과 고통을 함께하겠다는 작은 다짐도 해봅니다.

안일 님(가운데)▲ 안일 님(가운데)

안일 님(가을불대 담당, 수요수행 법회담당)

처음 통일을 위한 천일기도를 한다고 했을 때, 제 마음속에서는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기복 불교가 아닌 수행불교를 표방하는 정토회가 기도해서 통일을 성취하려고 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마음속 깊이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서초법당에서 뿐만 아니라, 저희 수정법당에서도 <통일성취 300배 300일 정진>을 한다는 말을 듣고, 통일이 이루어질지는 몰라도 개인의 수행정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여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왜 통일성취기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의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사드 문제가 터지면서 저의 마음에 약간의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사드 배치가 국가의 안위와 이익이 달린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쟁점이 되기는커녕 연예인 성폭력 사건과 민정수석 비리에 묻혀서 점점 희석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국가의 중요한 사안에 대하여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무기력함마저도 느꼈습니다.

이때, 제 머릿속에 이러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하! 그렇구나, 이렇게 눈앞에 보이는 확실히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도 당사자가 아닌 이상 국민의 관심을 유지할 수 없는데, 통일이라고 하는 문제에 대해서 그 누가 관심을 가져다준단 말인가! 또한, 통일을 위하여 지금 이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는가?‘ 이러한 물음 이후로, 저는 통일성취기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일 아침 인터넷을 통하여 각 신문의 정치 관련 머리기사는 꼭 읽고 있습니다.

또한, 평화재단의 현안진단과 더불어 각종 세미나, 심포지엄 자료들도 출력해서 책자로 만들어 개인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통일에 대하여 끊임없이 염원하고, 합리적인 통일 방법을 찾으며, 지금 이 순간 깨어있으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이것이 통일성취기도가 저에게 준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나라와 민족에 대하여 주인의식을 가지고 통일이 되는 그 날까지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

이상 통일기도를 함께하는 도반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우리 세대나 우리 아이들은 6·25를 잘 모릅니다. 한쪽 분단된 땅에서는 굶주리고 자유가 없어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는데, 다른 한쪽 땅에서는 그 사실마저도 잊혀 가고 있고, 잊고 사는 현실입니다. 백 번을 들어도, 백 번을 보아도, 우리는 자기 일이 아니면 절대 피부로 와 닿지 않습니다.
땀을 흘리며 하는 기도가 어떨 땐 버겁기도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조상, 내 친척을 염두에 두면서 살아간다면 통일을 향한 발걸음이 조금씩 가벼워질 것 같습니다.

글_ 김주은 희망리포터(분당정토회 수정법당)
편집_전은정(강원경기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