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김포법당
척박한 땅에 찾아든 생명 넌 나의 축복이란다
불법과 태교 두 번째 이야기

다낭성난소증후군! 난임, 무월경 상태가 나타나는 증상. 월경이 자연스럽지 않아 약이나 주사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던 예비 엄마 김민지 님이 받은 진단입니다. 무엇에 묶이고 책임지는 것이 싫어 5년을 살아보고 결혼을 결정한 신세대. 그들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섬과 섬 같았던 두 사람이 만나 부부가 되고 가족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신비로운 존재, 축복이(태명)! 모든 것이 서툴고 낯선 예비 엄마 아빠의 묵직한 태교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척박한 땅에 싹 튼 새싹 같은 축복이

병원에서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느껴보는 북받침에 한참이나 눈물을 흘렸어요. 마치 척박한 땅에서 새싹이 튼 느낌처럼 신기했고 믿기지 않았습니다. 초경 이후 월경을 손에 꼽을 만큼 했고 약이나 주사가 아니면 생리가 안 되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거든요. 배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임신을 위해서는 배란유도 제를 맞아야 한다더라구요. 그냥은 생명을 기를 수 없는 존재구나 했지요. 그런데 자연임신이 되었으니..... 이건 정말 축복이야! 라는 말과 함께 태명을 “축복이” 라고 지었습니다.

 축복아, 네가 연꽃을 닮았으면 해
▲ 축복아, 네가 연꽃을 닮았으면 해

임신이 되고 난 다음에서야 자신이 얼마나 임신을 원하고 있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김민지 님. 쏟아지는 눈물이 당황스러웠고 말로는 표현 안 되는 감정이 낯설었다 해요. 당황스럽기는 예비 아빠도 마찬가지.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민지가 임신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임신을 위한 인공적 노력은 하지 않기로 협의했기에 그 부분은 마음을 비우고 있었어요. 그런데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겁니다. 얼떨떨했어요. 지금은 축복이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1년 동안의 음식조절 깨달음의장이 준 종합선물

1년 동안 내 몸에 맞는다는 음식을 철저히 지켜 먹었습니다. 임신은 생각도 못 했고 건강에 대한 염려가 컸습니다. 생리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 늘 스트레스였으니까요. 1년이 지나니 약을 먹지 않았는데도 생리를 했어요. 그즈음 깨달음의장을 다녀왔습니다. 엄마를 향한 원망을 쏟아내고 내 억울함과 불안함의 실체와 마주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새로 태어난 느낌, 아주 가볍고 신비로웠어요. 갔다 오자마자 바로 임신이 되었습니다. 진찰한 산부인과 의사도 저의 자연임신에 놀라더군요.

좋은 옷, 좋은 음식을 먹이는 것보다 아이에게 편안한 심성을 물려주는 것, 엄마 아빠가 잘 지내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스님의 법문은 두 부부의 태교에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법당 당번을 하며 청소하고 있는  예비 엄마 아빠
▲ 법당 당번을 하며 청소하고 있는 예비 엄마 아빠

축복이와 함께 절하는 시간이 어떤 운동과 태교보다 소중해

내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행여나 이 생명을 잃게 되면 어쩌지……. 하는 여러 불안감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었어요. 매일 절을 하고, 법문을 들으면서, 이보다 더 좋은 태교는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두려움은 안도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정토회를 알게 되고, 불법을 만나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축복이를 잉태하게 된 것이 기적이 있다면 기적입니다.

 매주 수요 법회를 듣고 나서 그리는 예비 엄마의  만화 법문
▲ 매주 수요 법회를 듣고 나서 그리는 예비 엄마의 만화 법문

두 부부는 이제는 잘 싸우지 않습니다. 불법을 만나기 전에는 지독히도 많이 싸웠다고 해요. “하는 일도 같았고 둘 다 외동아들·딸이라 자기주장이 강했습니다. 많이 싸웠지요. 남자인 제가 서럽게 울기도 여러 번 했습니다. 사춘기 이후 감정을 표현해 본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어쩌면 민지하고 싸우고 난 뒤의 화해 시간은 저를 표현하는 몇 안 되는 시간이었던 듯합니다. 민지가 제 감정을 표현하는 유일한 통로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싸우고 화해하면서 인생을 사는 동지로서 든든해졌습니다.” 서로 돌이킴이 빨라졌다는 불교대 선후배는 돈독한 동문 애를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예비 엄마는 가을 불대 졸업, 예비 아빠는 봄불교대 2학기 생이랍니다.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김포법당 도반들과 함께한 어린이날 모금 활동
▲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김포법당 도반들과 함께한 어린이날 모금 활동

아이를 갖고 태교를 하면서 축복이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고 편안한 분위기만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억울함과 불안함의 원인이 부모님들의 잦은 싸움에서 기인했다 여겼거든요. 내 아이에게만큼은 절대 그런 분위기를 느끼지 않게 하겠노라고 결심했는데 의지와는 달리 싸우게 되는 날이 있더라고요. 어찌나 후회되고 억울하든지 미안해서 펑펑 울고 제가 한심해서 펑펑 울곤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아졌어요. ‘아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겠구나. 자식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었겠구나. 내 부모도 마찬가지였겠구나. 내게 불안함과 공포를 물려주려고 싸운 것은 아니었겠구나.'그동안 부모님을 원망했던 제가 더 많이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축복이가 아니었다면 알 수 없는 감정이었습니다. 축복이가 철부지 엄마를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매일 축복이와 절을 합니다. 남편과 셋이 절을 하지요. 함께 절을 하는 시간이 좋습니다. 그 어떤 운동보다도 태교보다도 우리 축복이와 함께 기도하는 시간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축복이가 주는 또 다른 선물입니다. 저는 제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절을 하는데 축복이는 저에게 감사하다고 절을 하는 것 같아요. 설레고 신기한 경험입니다.

물건으로 가득했던 방이 절하는  소중한 공간으로 바뀌었어요
▲ 물건으로 가득했던 방이 절하는 소중한 공간으로 바뀌었어요

내 공간을 나누어 너에게 주는 삶의 넉넉함

요즈음 예비 엄마 아빠의 공간은 넉넉합니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정리했거든요. 필요한 물건도 꼭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과감히 정리했습니다. 어느 날 불대 수업에서 ‘미니멀라이프’ 영상을 보고 난 후 바로 실천으로 옮겼답니다. “아이를 위해 일부러 한 것은 아니었어요. 너무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민지도 동의해서 함께 무엇을 버려야 할지 의논하고 정리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가전제품이 없어졌어요. 텅 빈 공간, 시원합니다. 공간이 생기니 자연스럽게 축복이의 공간도 마련되었어요.”
두 부부의 공간을 나누어 아이에게 주는 삶,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려는 태도에서 든든한 엄마 아빠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엄마 뱃속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축복이
▲ 엄마 뱃속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축복이

 이름을 하은이로, 연꽃 '하', 온화할 '은'
▲ 이름을 하은이로, 연꽃 '하', 온화할 '은'

초음파를 통해 축복이의 심장 소리를 듣고,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초보 엄마 아빠는 마냥 신기하고, 신비로워합니다. 아이의 눈 코 입이 생겨가면서 엄마 아빠의 마음에도 눈 코 입이 생겨나고 있는 듯해요. 축복이와 함께 생기는 눈 코 입으로는 너를 향해 원망하는 나약함이 아닌 내게로 돌이켜 내 문제로 보는 힘을 키우는 데 쓰고 있었습니다. 많이 가져 풍요로운 삶이 아닌 더 가지려 하지 않아 풍요로운 삶을 실천하고 그 삶을 축복이에게 주려는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이만하면 엄마 아빠 될 자격 충분하지요? 응원 부탁드립니다. 9월 23일이면 세상에 나오는 축복이를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려요.

글 ·편집 _ 유재숙 희망리포터 ( 일산정토회 김포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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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영

아!!!그러네요 축복같은 아가군요 법당에서 두분 보면서 같은 도반으로 함께 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고 부러웠는데축복이는 복이 많은 아가입니다. 여러보살님 말처럼 원효대사보다 더한 큰인물이 될거같아요 미리 축하드립니다.^^*

2016-08-16 14:44:47

김 현진

척박한 땅이 기름진 땅으로 변하기까지 두 도반님들의 수행이 씨앗이 되어 축복이가 올수있었겠지요..^^ 죽하드립니다... 축복이 .. 언제 함 ~보자....^^

2016-08-16 13:58:33

김명희

축하합니다.

2016-08-14 18: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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