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거제법당
한 발 한 발 물드는 만큼 행복한 날들, 소임이 주는 선물
불교대 담당을 맡으며

거제도는 8월 첫째 주면 대부분 사람이 휴가를 맞습니다. 유난히 푹푹 찌는 올여름 하필 휴가 기간에 이윤희 불교대 담당자에게 정토행자의하루 기사원고를 부탁했습니다. 평소 이윤희 님은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고, 마음 나누기를 할 때면 상대방에게 공감하며 잘 들어줍니다. 봉사의 소임도 법당 오는 김에 무엇이든 주어지는 대로 가볍게 하는 편이라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미안한 마음으로 원고부탁을 했을 때, 다른 분에게 기회를 드리고 싶다고 한 번은 거절하였으나 두 번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가볍게 받아주니 부탁을 하는 마음도 덩달아 날아갈 듯합니다. 기분 좋게 가벼운 마음을 희망리포터에게 전해준 이윤희 님의 이야기입니다.

2015년에 경전반 담당을 하며 몸이 아파 상반기에는 거의 학생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9월이 되어서야 공부하고 나누기도 하며 입재까지 함께 하였다. 즐겁게 학년을 마치자 경전반 학생 두 명이 사이좋게 올해 경전반 담당과 집전의 소임을 맡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두 학생에게 진정 감사하는 마음과 더불어 일 년을 꽉 차게 함께 공부하지는 못했지만, 활동가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하고 보람이 있었다.

불교대 수행 맛보기 수업 후, 가운뎃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윤희 님
▲ 불교대 수행 맛보기 수업 후, 가운뎃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이윤희 님

2016년 새 학기가 되어 총무로부터 불교대 담당의 소임을 권유받고 경전반 소임을 맡아준 두 도반에게 감사의 마음을 실어 가볍게 받았다. 내가 사정이 생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늘 도와주는 총무가 있으니 그걸 믿고 가볍게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17명의 학생이 입학하여 개인 사정으로 6명이 중도 탈락하고, 지금은 11명이 함께 수행 정진하는 도반이 되어 어깨동무하듯 든든하게 잘 가고 있다.

학기 초 저마다 한 가지씩 마음의 상처나 짐을 안고, 그저 불교에 대한 영상강좌를 들으러 온 학생들을 남산순례, 1박 2일 특강, 수행 맛보기, 입재, 깨달음의 장까지 숨돌릴 틈 없이 이끌어가기가 여간 만만치는 않았다. 기존 학생들이야 그렇게 배울 기회가 얼마나 소중하며 행복한 일인 줄 알지만, 처음 온 학생들은 불만이 생길 법도 한 빼곡한 일정임에도 소신 있게 잘 따라와 주었고, 재미있게 공부하며 이젠 잘 정착된 듯하다.

경주 남산 순례
▲ 경주 남산 순례

학생의 면면은 각기 얼굴이 다르다. 크리스천부디스트로 모든 활동에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정순주 도반, 정토회의 추구하는 바에 공감하며 통일정진 담당까지 맡아 하는 김정기 도반, 2600년 전 부처님이 화현하신 듯하다며 법륜스님을 존경하는 이선이 도반, 맏언니처럼 든든하게 모든 일을 보아주는 김순애, 이귀남 도반, 매사 부족한 나를 담당이라며 권하는 모든 일에 앞다투어 참여해 주는 든든한 지원군 손경숙, 김정림, 김정숙, 문정숙, 최은미 도반, 다섯 살 아이를 키우며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공하는 이훈미 도반까지. 한 분 한 분 소중하며, 항상 감사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만나게 되고 학생들 만나는 날이 늘 새롭고 설렌다.

 8-9차 입재식, 앞줄 오른쪽 이윤희 님과 불대생들
▲ 8-9차 입재식, 앞줄 오른쪽 이윤희 님과 불대생들

4년 전 갑상선 용종 제거 수술을 한 후로 늘 건강은 좋지 않은 편에, 집안의 경제 상황이 딱해 매사 심드렁하고 우울하던 차에 모든 것은 내 마음 탓이 아닌가에 생각이 미치자 이곳저곳 인터넷을 뒤지다 정토회를 알게 되었고, 불교대학, 경전반, 인도성지순례, 깨달음의장과 명상수련 바라지까지 경험하였다. 선배 도반들이 길잡이 해주는 대로 한 발 한 발 정토회에 물들어 갔고 그만큼 기쁘고 행복한 날들을 이제는 맞이한다. 마음 돌이키고, 지켜보고 내려놓기를 천천히 배워가는 지금, 참 가볍고 행복하다.

사업하는 것마다 실패한 남편에 대한 원망심도,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고 저들 나름대로 살아가는 아이에 대한 섭섭함이나 짜증도 내려놓게 된다. ‘어떤 일에 부딪혀서 내가 짜증이 나는지, 물러서는지, 연구하는지...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잘 살펴보면 내가 이때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다’라는 선주법사님의 말씀처럼 나는 여태껏 온통 남 탓과 짜증과 원망심으로 살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불교대담당 소임을 맡으며 내 마음에 일어나는 주된 마음은 감사의 마음이다. 수업에 적게 오든 많이 오든 나와서 공부하는 한 명 한 명이 감사하고, 불대 학생을 위해 공양을 지어주는 분과 집전을 해주는 분, 담당을 한다고 마음으로 응원해주는 나의 2013년 불대 동기들까지 모두 감사하다. 불교대 담당은 정토회를 위하거나 학생을 위한 일이 아닌 오로지 나 자신을 알아가는 커다란 선물임을 깨우친다. '내 손이 가벼워야 남의 손도 잡아 줄 수 있다'는 선주법사님 말씀을 새기며 늘 수행정진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덜어내어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다짐한다.

글_이윤희 (마산정토회 거제법당)
정리_ 권희진 희망리포터 (마산정토회 거제법당)
편집_정은영 (경남지부)

전체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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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행

내 손이 가벼워야 남의 손을 잡아준다는 말씀 함께 새깁니다~^^

2016-08-16 12: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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