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문즉설 법문에서 얻은 훈육의 지혜

안녕하세요? 저는 캐나다 워털루에서 정토법회를 담당하고 있는 김재명입니다. 매주 법회를 하다 보니 아내와 함께 법문을 듣는 일이 많고, 이를 통해 육아에 대한 지혜를 얻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님께서 아이를 혼내는 기준으로 오계를 설명하셨던 것이 무척 인상 깊고 공감이 되어 저희도 그 방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저는 어려서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애가 조금이라도 버릇없이 구는 모습을 보면 견디기 어려웠고, 때론 갑자기 꾸짖어 놀라게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란 아내는 이런 제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아이를 혼내는 기준에 대한 의견이 서로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즉문즉설 법문에서 다섯 가지 계율, 즉 오계를 어길 경우에만 아이를 혼내고 어리석음은 깨우쳐 주어야 한다는 스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이 말씀에 크게 공감하여 우리도 그렇게 훈육하자고 합의를 보았습니다. 이후로는 비록 아이가 제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더라도 바로 혼내지 않고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따져보게 되었습니다.

첫째, 살아있는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않는다. 둘째, 주지 않는 남의 물건은 갖지 않는다.
셋째, 삿된 음행을 하지 않는다. 넷째,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섯째, 술을 먹고 취하지 않는다.

다섯째 계율은 아직 적용하기엔 이르네요. 오계를 어기는 것은 오악이라 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누군가의 생명을 해친다면, 모든 생명은 살려고 하는 본능이 있기에 그 자체로 누군가에게 큰 괴로움을 주는 것입니다. 그에게 가족이나 애인이 있다면 그들에게도 큰 고통이며 그들은 아마 저와 제 가족에게 복수를 하려 할 것입니다. 순간의 감정대로 행동한 결과가 저의 미래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이런 행동은 마땅히 하지 않는 것이 나와 남, 공동체를 위해 이롭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지혜가 거의 없어서 아이가 어떤 일은 해도 괜찮고 어떤 일은 하면 안 되는지 보편적인 기준이 없었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판단해서 혼을 냈지만 돌아보면 제 기분에 따라 아이를 야단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기분’이라는 건 단지 제가 자란 환경과 우연히 형성된 습관이 아이의 행동과 부딪히면서 반사적으로 일어나는 작용일 뿐입니다. 아내도 마찬가지여서 아내의 기분이 나쁠 때가 저와 같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일관된 육아를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아가는 코~낮잠 자고 아빠는 이틈에 책 읽고~~
▲ 아가는 코~낮잠 자고 아빠는 이틈에 책 읽고~~

오계 기준 육아법

이렇게 기분에 따른 육아법을 '기분육아법', 반면 오계의 기준에 따라 키우는 것을 ‘오계육아법'이라고 이름 지어 보았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질문1. 다음의 행동에서 아이가 혼날 일은 무엇일까요?

  1. 밥을 먹지 않는다 2) 짜증을 부린다 3) 개를 구석에 가두며 논다 4) 떼를 쓴다 (울며 조른다)

정답은 3)번입니다. 다른 모든 일은 타이를 수는 있지만 혼낼 일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누구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주변 상황에 따라서 해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3)번은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아이가 세 돌이 좀 지난 어느 날, 혼자 놀기 지루했는지 구석으로 개를 몰며 놀았습니다. 지금은 12살이 넘은 할머니 개 요크셔테리어 '밤비'도 함께 즐겁게 놀았다면 사실 혼날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작은 소리나 행동에도 깜짝깜짝 놀라는 밤비는 어린 꼬마에게도 겁을 먹고 구석에 숨으려 했습니다. 이때 우리 아이가 처음으로 엄하게 혼났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는 자기랑 잘 놀아주지 않는 나이든 개를 놀리는 게 재미있었는지, 아니면 처음에 혼난 것이 따끔하지 않았는지 이후에도 몇 번 그렇게 놀다가 발각이 되어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이 났습니다. 자기는 괴롭힌 게 아니고 그냥 길을 막았다고 변명을 하다가 또 혼이 나기도 하더니 이제는 이 놀이에서 완전히 흥미를 잃었습니다.

그럼 이제 또 다른 문제 나갑니다.

질문2. 다음 중에 아이가 혼날 일은 무엇일까요?

  1. 집에 온 손님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 2) 친구에게 장난감을 양보하지 않는다 3) 거짓말을 한다

너무 쉬운 문제라고요? 맞습니다. 3)번입니다. 무조건 혼내기 보다는 ‘거짓말을 하면 엄마 아빠가 네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입장을 바꿔서 엄마 아빠가 너한테 거짓말을 하면 너는 엄마 아빠 말을 믿을 수 있겠어? 그렇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면서 가르칩니다.

1)번과 2)번의 경우는 인사를 하거나 양보를 하면 칭찬을 해주고 있습니다. 장난감은 양보를 안 하면 친구들이 같이 놀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고 찬찬히 설명해 주는데 인사를 안 하는 모습을 보면 강하게 간섭을 해서라도 인사를 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를 사회화시키려면 언젠가는 인사를 잘 하도록 가르쳐야겠지만, 가만히 제 마음을 살펴보면 우리 아이가 예의 바른 모습으로 보이게 하고 싶은 욕구가 깔려 있습니다. 아마 ‘기분육아법'으로 아이를 키웠다면 윽박지르고 혼냈을 것입니다.

오계의 범위 & 습관의 중요함

오계육아법의 가장 큰 혜택은 욕망이나 기분에 따라 아이를 훈계하는 게 아니라 분명한 기준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런 기준이 없었다면 정말 혼내야 할 부분을 혼내지 않고, 혼낼 필요가 없는 부분을 많이 혼냈겠구나 싶습니다. 더불어 아이가 혼날 일은 생각보다 별로 많지 않다는 중요한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오계는 그 해석에 따라 좁게도, 또는 무한히 넓게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해석을 달리 하면 계율을 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계율인 불살생에서 '함부로' 죽인다는 것에 대해 자유롭지 못합니다. 제가 생명 유지의 필요 이상으로 맛을 위해 소비하는 육식과 그로 인해 키워지고 도살되는 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로 환경이 오염되어 죽어가는 생명까지 생각한다면 저는 거의 매일 계율을 어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좁게 해석하면 오늘 저는 누군가를 해치지 않았으니 계율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오계육아법이라고 해서 판사가 법전을 해석하듯이 오계를 적용하는 게 아니고 이를 염두에 두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에 대해 지적을 하고 경우에 따라 엄하게 혼냅니다. 그 기준이 다소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불살생 계율의 예와 같이 구체적인 사례에서 직접적인 피해를 기준으로 보면 다소 분명해집니다.

하지만 넓은 의미의 계율도 지킬 수만 있다면 이로운 일입니다. 비록 저도 못 지키는 부분이 많지만 우리 가족이 생활습관을 개선해서 좋은 습관을 물려줄 수 있다면 아이에게 유익한 자산이 되리라 믿습니다.

예를 들어 음식을 남기지 않고 먹는 것은 좋은 습관입니다. 음식을 남기는 것은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음식을 생산하기 위해 과다한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환경을 파괴합니다. 유엔에 따르면 2015년 현재 기아 인구수가 약 8억으로 추정됩니다. 전 세계 인구 9 명 중 1 명, 북한 주민 3분의 1이 굶고 있습니다. 인류 공동체의 삶에서 보면 음식을 낭비하면 안 되는 이유가 확연해집니다.

엄마, 아빠 절하는 모습을 따라 하는 모습이 제법 의젓합니다~^^
▲ 엄마, 아빠 절하는 모습을 따라 하는 모습이 제법 의젓합니다~^^

제가 어떤 습관을 물려주는가에 따라 아이는 그냥 습관대로 살았는데 세상에 피해를 주며 살거나, 일부러 좋은 일을 하려 하지 않아도 세상에 유익하게 살게 될 것을 생각하면 부모의 역할이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세상에 유익한, 불자들의 오계육아법

아이는 작년부터 캐나다 공립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곳의 유치원 선생님들을 보고 놀란 점은 여기서는 이미 ‘오계육아법’과 같은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평소에는 아이들을 자유분방하게 대하지만 친구를 괴롭히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비록 말도 잘 못하는 어린아이라도 엄하게 처리합니다. 학교에서는 장난이라도 친구를 밀거나 때려서는 안되고 욕설도 당연히 하면 안됩니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선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불교는 ‘내가 불자’라는 선언보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어떤 캐나다인이 이 오계육아법에 따라 아이를 가르치고 키운다면 그 사람이 오히려 불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섯 살 우리 아이는 떼도 많이 쓰고 어리광도 심하지만, 오계육아법 덕분인지 작은 생명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불우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려는 마음도 저보다 크게 냅니다. 오계육아는 아이에게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어 아이와 세상에 유익한 육아법이라 생각합니다. 가끔은 저도 모르게 기분육아법으로 돌아가지만, 이런 유익함을 생각해서 오계육아법을 잘 지켜나가려고 합니다.

캐나다 런던 열린법회 소풍♬ 앞 줄 오른쪽이 저희 가족입니다. 밤비도 보이네요^^
▲ 캐나다 런던 열린법회 소풍♬ 앞 줄 오른쪽이 저희 가족입니다. 밤비도 보이네요^^

글_김재명 (워털루법회 부총무)
담당_백은주 (북미동북부지구 희망리포터)
편집_김지은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