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인천경기서부지부
이대로 우리 남이 될 수는 없습니다
광복 71주년 8·15 임진각의 새벽

파주 임진각에서는 서울보다 개성이 더 가깝습니다.

2016년 8월 15일 새벽 3시 50분. 임진각으로 가는 자유로는 안개로 가득했습니다. 어둡고 안개 낀 길을 더듬거리며 도착한 곳은 임진각 망배단. 광복 71주년을 맞아 인천경기서부지부 도반들은 우리 민족의 통일을 염원하는 300배 정진을 했습니다.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영가들을 위한 천도재를 봉행하는 사이 훤하게 동이 터올랐습니다. 이대로 남이 될 수는 없는 우리. 몸이 땀에 젖을수록 우리들의 기도는 간절하고 더 간절해집니다. 광복 71주년 임진각의 새벽 풍경을 사진으로 전합니다.

더듬듯 찾아든 임진각. 깜깜한 광장에 차량 안내를 도와주는 불빛이 반갑습니다.

누구보다 먼저 나와 어두운 길을 안내해주는 도반. 우리 함께여서 참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바로 눈앞도 깜깜하여 불을 비춰주어야만 행사를 준비할 수 있지만, 저기 먼 하늘은 동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오랜 도반이 불 밝혀주고, 후배 도반들이 함께 하는 자리. "이제 우리가 하겠습니다" 통일발원문을 한 자 한 자 마음을 담아 읽습니다.


2011년 5월 임진각 기도를 처음 시작한 유애경 보살님. 그해 봄은 혼자 이거나 셋이었는데 2016년 8월 15일은 120여명 입니다. 월광법사님(2011년 유애경 보살님)의 임진각 통일기도 역사를 들으며 우리들의 가슴은 법사님만큼이나 뜨거워집니다.


뜨거워진 마음을 기도에 담습니다. 모은 두 손에 담습니다.

한 배 한 배 절을 하며 대신 참회합니다. "먼저 이해하고 먼저 화해하고 먼저 손 내밀겠습니다."

꼬옥 쥔 손으로 목탁을 치며 목탁 소리에 마음을 담습니다.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는 긴장은 사라지고 오로지 통일을 염원하는 간절한 마음만 남습니다. 두 손 간절히 모아 마이크를 잡고 "관세음보살'을 부릅니다. 목소리 가득 영가들의 천도를 염원하는 맑은 애절함이 담깁니다. 광복 71주년 8월 15일 임진각의 새벽을 깨웁니다.

"압록강에서 보았던 뙤기 밭들이 생각납니다. 말라 비틀어진 옥수수를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부디 간절히 발원하오니 북한에 식량이라도 보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소서. 그곳에 굶주리는 이들은 남이 아닌 또 다른 나 임을 이제는 알겠습니다."


"눈이 있어도 보이지 않았고,귀가 있어도 듣지 못했고,입이 있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우리였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합니다.

간절히 염원하오니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게 하소서. 우리 손주들이 사는 세상은 지금과는 다른 세상이게 하소서.

태어날 우리 아이와 아이 친구가 사는 세상은 통일된 대한민국이기를 기도합니다.

나만 알았습니다. 내 가족만 알았습니다. 그 가슴이 이제는 민족을 생각합니다. 민족의 통일과 화합을 위해 기도합니다.

연휴의 끝자락, 가족들이 모두 잠든 시간. 어둠을 뚫고 달려와 함께 흘려준 도반의 땀이 소중합니다. 고맙습니다.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영가을 위하여,죽어가면서도 엄마를 불렀을 학도병들의 영가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이 민족의 통한이 통일로 풀어지기를 간절히 발원하옵니다.

우리들의 작은 정성이 이 땅의 평화를 정착시키는데 씨앗이 되게 하소서.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우리 함께라면 할 수 있습니다.

부디 우리들의 기도가 하늘과 땅에 닿게 하소서.

300배 정진, 천도재를 마치고 나니 날은 어느새 훤하게 밝았습니다.

어둠 속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얼굴들이 보이고 오랜만에 만나는 이웃 법당의 도반들이 반갑습니다. 마주하는 눈빛에서 고마움이 오갑니다. 함께하는 도반들은 누구보다 먼저 나와 행사를 준비한 도반들이 고맙고, 준비한 도반들은 달려와준 도반들이 고맙습니다.

공지사항 안내입니다. 잘 들리시죠? (인간 스피커 출현!)

어둠 속에 펼쳤던 돗자리를 날이 훤해지고 걷으니 한결 수월합니다.

300배 정진을 마치고 도반들과 태극기를 손에 쥡니다.

모두 함께 모여 "대한 독립 만세" 를 외칩니다.

북녘땅을 향해, 남한 땅을 향해, 온 세상의 하늘을 향해 "우리 하나 되게 해주세요, 우린 본래 하나였습니다"라는 간절함으로 33번의 종을 칩니다.

알고 계셨나요?
파주 임진각에서는 서울보다 개성이 더 가깝습니다.

저 길을 달려 수학여행을 가고 대륙을 통과해 세계 여행을 하는 날들이 오겠죠?

"안갯속을 뚫고 오며 무섭기도 했지만 오기를 잘했다 싶고 간절히 간절히 남북통일을 발원했습니다", "통일을 향하는 과정과 내 안의 원망과 미움을 녹아내는 과정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중공군 중에는 어린 학생들이 많았다는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통일 기도에 참석하면서 큰 감동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이 자신이 아닌 생면부지의 누군가를 위하여 많은 땀을 흘린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좀 더 깊은 가슴으로 주변을 돌아보고 잘 쓰이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기도에 참여한 우리들의 마음속 한국 지도는 둘로 나뉘어지지 않았습니다. 이 새벽 임진각에 부는 바람이 철조망을 아랑곳 하지 않고 넘나들 듯이 우리들 마음도 멈추지 않고 흐릅니다.우리,이대로 남이 될 수는 없습니다.

2011년 5월 유애경 보살님이 서너 분의 도반들과 시작한 임진각 기도는 2013년 12월 월광법사님(유애경 보살님)이 3년 회향하고 2014년부터 일산 정토회에서 이어왔습니다. 2015년 7월이후부터는 인경지부 저녁부 주간으로 일산, 부천, 광명, 파주, 안양 안산 법당이 릴레이 기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임진각 통일기도. 비가 오고 찬 바람불고 폭염에도 멈춘 주가 없습니다. 참여하고 싶은 도반들은 매주 토요일 임진각으로 오십시오.

이 날 천도 보시금 1,023,000원은 인천경기서부지부 이름으로 좋은 벗들 신한촌 복원사업 기부금으로 전액 보시하였습니다. 도반님들 고맙습니다.

사진_이은미 (부천정토회 시흥법당)
사진_김연희 (일산정토회 일산법당)
사진_김미라 (일산정토회 김포법당)

글·편집_ 유재숙 (인천경기서부지부)

전체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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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

사진이 마음에 다가옵니다.
좋은기사감사합니다

2016-08-25 18:07:10

김미라

그 날의 감동이 다시금 생생해지군요.
그때 간절한 마음들이 영원한 울림으로 우리 가슴에 남아 하늘에 울리길 발원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2016-08-25 11:44:07

최정희

그냥 무심히 보아왔던 표지판인데 오늘은 하얀색 사진 한 장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옵니다
감동의 사진과 글 감사합니다!!♥

2016-08-25 11: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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