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사천법당
“굿모닝~^^ 영화 보기 좋은 토요일입니다”
‘좋은이웃되기’ 새터민과 영화관람

새벽 찬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춥다는 생각이 드는 토요일 아침입니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당겨 한숨 더 자려는 찰나에 메시지 알림이 울립니다. 서동욱 법우의 아침을 깨우는 카톡입니다. “굿모닝~^^ 영화 보기 좋은 토요일입니다 ㅎㅎ” 그제야 오늘은 새터민들과 영화 보는 날이라는 걸 떠올리며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열흘 동안 여러 차례 회의하고, 어제도 늦은 시간까지 행사 준비를 최종 점검하는 일로 ‘좋은벗들 카톡방’이 시끌시끌했었습니다. 어찌 보면 그냥 영화 한 편 보러 가는 건데 어찌 이리 수선인가 싶기도 했지만, 봉사자들이 이 행사에 마음을 많이 쏟고 애쓴 만큼 특별한 영화 관람이 되리라는 믿음도 커졌습니다.

‘사단법인 좋은벗들’은 여러 가지 사업과 활동을 통하여 새터민(탈북민)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매년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작년에 ‘통일체육축전’에 이어 올해는 ‘좋은이웃되기’ 활동으로 영화 보기를 기획하였습니다. 진주·사천 ‘좋은벗들’에서 활동 중인 서동욱법우는 평소에도 새터민에 관한 관심과 열의가 대단하신데요. 개인적으로 <국가대표 2>를 보면서 크게 감동을 하였고, 보는 내내 새터민들이 떠올라서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처음 기획을 할 때는 열명 정도의 새터민들을 모시고 조촐하게 진행하게 되리라 예상하였지만, 새터민들의 반응이 기대보다 뜨거워 규모가 점점 커졌습니다. 게다가 영화 관람 당일 즈음에 극장에서는 <국가대표 2> 상영을 마감한다는 소식을 전해오기도 했습니다. 부랴부랴 예순 명 단체관람을 하는 조건으로 극장으로부터 일 회 상영을 약속받고, 정토회 인맥을 총동원하여 인원을 모집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봉사에 목마른 불교대학 학생들과 문화 활동에 굶주린 정토회원 가족들이 기꺼이 참여해주셔서 약속한 인원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행사에 참여하고 싶지만, 미취학 아동들 때문에 시간이 여의치 않은 어머니들을 위해서 그날 하루 아이들을 돌봐줄 봉사자를 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을 차근차근 해결해나가고 보니 지금까지 진행했던 그 어떤 활동보다 규모가 큰 행사가 되었습니다.

상영관으로 향하는 새터민들과 봉사자들
▲ 상영관으로 향하는 새터민들과 봉사자들

상영관으로 입장중인 사람들
▲ 상영관으로 입장중인 사람들

드디어 새터민들과 봉사자들이 모두 모이고, 극장 필수 아이템인 팝콘과 음료까지 한 아름 안고 상영관으로 입장했습니다. <국가대표 2>는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 꾸려진 오합지졸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이야기입니다. 가족을 북에 두고 온 자존심 센 정통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에이스 ‘지원’, 쇼트트랙팀에서 강제 퇴출당한 ‘채정’, 사는게 심심한 아줌마 ‘영자’, 아이스하키 협회 경리 ‘미란’, 전직 피겨 요정 ‘가연’, 최연소 국가대표 꿈나무 ‘소현’이 팀의 구성원들입니다.

영화는 저마다 어려움을 안고 아이스하키 팀에 들어오게 된 구성원들이 아웅다웅하면서 한 데 뭉쳐 어엿한 국가대표팀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냅니다. 그중에서 ‘지원’이라는 인물은 탈북자라는 외부의 편견과 헤어진 가족들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내면의 아픔을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지원’이 편견과 자기 자신의 아픔을 견디고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속에 어우러지는 과정은 특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분단국가에서 살아가야 하는 새터민들의 어려움을 새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두 시간여 동안의 영화 관람을 마치고, 다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영화가 주는 여운을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눈물 펑펑 흘리게 될 줄 몰랐네요. 북쪽에 남아 있는 동생을 바라보던 수애의 안타까운 눈길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새터민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옆에 앉아 있던 새터민께서도 펑펑 우시더군요. 아마도 몸은 여기에 있지만, 북에 두고 온 가족이 생각나셨겠지요. 앞으로 다시는 새터민을 가족 버리고 남하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들은 차마 어쩔 수 없어 생이별한 사람들일 뿐이겠지요. 내 가족과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사랑하겠습니다.”

“평소 새터민들에게 관심은 있었으나 어떻게 만나고 함께 할 수 있을지 방법을 몰랐는데, 이런 기회가 생겨 기쁩니다. 그저 영화 한 편 보는 일일 뿐인데, 새터민들과 함께 모여 보니 영화의 감동도 더 크게 다가오고, 사소하게나마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합니다.”

“이번 활동으로 우리 지역에서도 ‘좋은벗들’의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 좀 더 열심히 참여하려고 합니다.”

편안한 영화관람을 위해 아이들은  놀이공간에서
▲ 편안한 영화관람을 위해 아이들은 놀이공간에서

그저 얼굴 보고 밥 한 끼 나누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함께 영화를 보고 어울리는 자리는 훨씬 덜 서먹하고 훨씬 더 마음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북쪽에서 내려온 ‘지원’을 들여다보는 것은 옆자리에 앉은 새터민 가족들을 들여다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지원’이 아이스하키팀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모습은 새터민 가족들이 이곳 남쪽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서로를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는 물꼬를 튼 행사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훈훈한 감동을 안고 헤어져 돌아오면서 이번 행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새터민들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나 잘못 포장된 호의는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반면, 영화 한 편 보는 일은 새터민들이나 봉사자들 모두 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이면서, 나눌 수 있는 감동은 컸습니다. 이번 영화 관람을 기획하신 서동욱법우님의 말씀처럼, ‘좋은벗들’ 활동은 불우이웃돕기가 아닌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한 활동인 만큼, 이름에 걸맞는 뜻깊은 행사였습니다.

글_박선영 희망리포터 (진주정토회 사천법당)
편집_목인숙 (경남지부)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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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영

큰 행사를 기획하셨네요
좋은이웃이 되어갈 수 있도록 애쓰시는 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2016-09-05 07:47:52

선덕행

상상만으로도 감동입니다. 서동욱법우님 수고많으셨고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016-09-03 20: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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