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양덕법당
울진에 드디어 불교대학이 개설되었어요

매주 목요일 8시. 강경희, 박석숙 님은 울진 가을불교대학 수업 지원을 위해 포항에서 출발합니다. 오늘은 가을불교대 수업 실천적 불교사상 4강이 있는 날입니다.
사실 포항에서 울진에 법회 지원을 가게 된 것은 이번 가을불교대가 개설되어서만은 아닙니다. 울진 지원은 2013년 가을에 시작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의 희망강연 300강이 인연이었지요. 마침 전교조 울진지부의 사무실을 무료로 대여할 수 있어서 시작은 수월한 듯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에 개설된 울진 저녁불교대학은 인원이 적어서 폐강되는 불운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 후로도 왕복 4시간의 거리를 매주, 포항정토회의 울진 지원 법회는 계속되었습니다. 2015년부터 울진 지원 법회는 양덕법당 전법팀이 맡아서 하게 되었고, 강경희 님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울진 지원에 나섰습니다.

입학식 후
▲ 입학식 후

"전법팀장이다 보니 내려오는 소임을 맡을 뿐이지만, 울진 지원 얘기 듣고는 참 서글프기도 했어요. 꼭 쫓겨나는 기분이랄까? 혼자서 울진에 왔는데 겨울이라 바람은 또 얼마나 매서운지 울컥 눈물이 나려는 거에요. 그걸 참고 전단지를 옆구리에 끼고 울진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어요. 한참을 다니다 보니 사람들이며 고만고만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오데요. 눈에 익으니 내 동네 같았고 그제야 마음이 열렸어요"

41도 폭염 속 홍보. 왼쪽이 강경희님
▲ 41도 폭염 속 홍보. 왼쪽이 강경희님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울진으로 가는 강경희 님.

어떤 법회 때는 한 명이 오고, 어떤 때는 강경희 님 혼자서 법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양덕법당의 몇몇 사람들은 이제 울진은 그만둬야 하지 않냐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요. 그럴 때마다 강경희 님은 중간에 그만두면 안 된다. 불교대학을 열어서 자리를 잡아준 후에 빠져야 한다며 의욕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로 현재 가을불교대학이 열린 것입니다.
"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어요. 올 여름이 얼마나 뜨거웠어요? 새벽예불 마치자마자 마음을 내준 사람들이 모여 울진에 도착하면 9시도 안 됐는데 어찌나 더운지, 얼굴이 너무 화끈거리고 숨이 막혀 온도를 보니 41도까지 올라갔더라고요. 그렇게 여름 내내 양덕법당 도반들이 동참했어요. 거의 모든 사람이 울진에 한 번씩 다녀갔다고 보면 됩니다."
울진 원자력 사택부터, 죽변시장 등 울진 구석구석을 다니며 양덕법당의 도반들은 불교대학 홍보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한 분이 전단지를 보았고 그분이 친구를 데려왔고, 또 다른 분이 광고를 보며 5명이 찾아왔습니다. 드디어 2016년 가을불교대학이 열린 것입니다.
현재 울진 가을불교대학에 고정적으로 지원하는 사람은 강경희 님과 집전 소임을 맡은 박석숙 님입니다. 7번 국도의 시원한 풍경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차 안에서 여는 모임을 시작합니다. 영상과 사회내용을 점검하고, 곧 있을 남산순례에 어떻게 모두를 참여시킬지 의논합니다. 이런 여는 모임은 처음 봤습니다.

포항 울진 간 거리.
▲ 포항 울진 간 거리.

아름답기로 소문 난 7번 국도를 LTE급으로 달려 울진에 도착했습니다.###

아직도 전교조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협소하고 겨울에는 발이 꽁꽁 얼 정도로 춥고, 남의 사무실이라 함부로 손도 대지 못해 너저분하지만 이 세상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소중한 곳입니다. 불법이 머무니까요.
수업 시작이 가까워져 오자 학생들이 들어옵니다. 밝게 웃으며 들어서는 모습이 환하고 아름답습니다.
의자에 앉아서 수업을 들어야 해서 모든 의례는 선 채로 진행되지만 정성만은 여느 법당 부럽지 않습니다.

소박한 입학식 모습
▲ 소박한 입학식 모습

수업 후 나누기 시간에 학생들의 생각과 마음을 들어보았습니다.

생활 속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배웠어요. 남편과 트러블이 있을 때 남편 문제가 아닌 내 문제로 보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이 힘든 모습 볼 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되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스님의 법문은 생각을 뒤집어주는데 최고인 것 같아요.

공부하지 않는 작은 아이에 대해 화가 있었어요. 지금도 마음이 때때로 무겁기도 하지만 학교 다녀오면 이제는 수고했다는 격려를 해요. 점점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착하게 산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 남습니다. 해탈을 향한 지고한 행복을 향해가는 게 중요한 것을 알았습니다.

휘말리지 않고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 동안 명령식으로 살았는데 점점 그런 제 모습이 보여요. 다스리고 싶습니다. 종교는 다르지만(기독교) 배우고 깨달아 가고 싶어요.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어요. 나를 다듬어가고 성숙해지는 모습 보이고 싶네요.

지역은 다르지만 우리 사는 근본 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일까요? 실생활에서 저도 느끼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던 나누기였습니다.
이어서 소박하지만 맛있는 공양을 하고 남산순례 때 다들 오기로 약속한 후 다음주 수업을 기약하며 직장으로, 약속장소로 다들 헤어졌습니다.

수업 끝나고 나누기 전
▲ 수업 끝나고 나누기 전

울진 불사는 계속됩니다.

강경희 님과 집전을 하는 박석숙 님은 뒷정리를 한 후 법당으로 쓸 건물을 보러 몇 군데를 다녔습니다. 계속 전교조 사무실을 쓸 수는 없고, 또 환경이 주는 힘도 있기에 울진 불사를 준비하고 있거든요. 그러나 건물 찾기가 어디 쉬운가요? 오늘도 여러 곳에 발품을 팔았으나 헛수고였네요. 그렇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포항으로 향합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지금은 도반들이 너무 많이 도와주어서 힘든 건 없는데 책임감에 좀 짓눌린다고 할까? 약간 겁난다고 할까? 좀 이중적인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울진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마음먹고 열심히 했는데 막상 불교대학이 개설되니 학생들이 무사히 졸업해야 한다는 다른 걱정이 생겼어요. 그렇지만 내 안의 에너지와 부처님의 법을 알기에 그냥 합니다."

불교대학의 인연으로 이끌어 준 열린법회
▲ 불교대학의 인연으로 이끌어 준 열린법회

한 마디 한 마디 하는 모습에서 수행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반들이 도와줬다고는 하지만 담당자의 고충만 할까요? 왕복 4시간의 거리를 홀로 다닐 때 그 마음이 어땠을지는 미루어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 보며 문득 현장법사를 떠올렸는데요. 오직 법에 대한 믿음으로 눈보라를 헤쳐 법을 전하려 길을 떠난 현장법사. 법을 전하는 수행자는 그 이후에도 쭉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지금도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닫는 모임을 합니다. “나는 법을 전하는 정토행자입니다.”

글_하상의 희망리포터(양덕법당)
편집_도경화(대경지부)

전체댓글 6

0/200

고니

읽으면서 감동의 눈물이 ㅜㅜ
모두 멋진 모자이크붓다입니다~^^

2016-10-19 09:05:54

고니

읽으면서 감동의 눈물이 ㅜㅜ
모두 멋진 모자이크붓다입니다~^^

2016-10-19 07:34:06

연화행

축하드립니다.
얼마나 애쓰셨는지 알기에 더욱 감동으로 와 닿습니다^^

2016-10-12 07: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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