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마포법당
가톨릭과 불법의 만남

2015년 8월 어느 날, 운명의 장난인지 제가 믿는 절대자의 이끌림인지 잠을 자다 깨어 가을불교대학 입학원서를 작성한 것을 며칠이 지나 불교대학의 담당자로부터 문자를 받고서야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불교대학을 어느덧 졸업하고 경전반까지 입학하니 감회가 새롭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가톨릭 신자인 저에게는 아직은 많은 것들이 낯설지만 지난 1년간 새롭게 배우고 경험했던 것 또한 많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알아차림’ 그리고 또 ‘알아차림’입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제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조금씩 저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괴로움의 원인, '나'라고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지식적 기반을 불교대학을 통해 배웠습니다. 백일을 기도하면 저의 꼬라지를 볼 수 있겠다 싶어서 8-8차, 8-9차 백일기도 입재를 해서 꾸준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부족하고 더디지만 ‘내 꼬라지를 본다’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기도 합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이 '정토회에 다녀서 좀 좋아졌냐?' 물어보면 저는 '더 괴롭다'고 말합니다.
‘행복하기 위해 공부하고 수행하는데 지금 나는 왜 더 괴롭다고 할까?'

그동안 저는 늘 삶의 괴로움을 안고 있으면서 그 괴로움의 실체와 원인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정토회 불교대학을 다니며 내 꼬라지를 조금씩 들여다보게 되었고, '이것이 괴로움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제야 비로소 '지금 내가 괴롭구나!'라는 저의 상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온다'고 하듯, 내가 지어낸 탐욕, 분노, 어리석음이 결국 나에게 괴로움의 형태로 되돌아오는구나!’를 알게 되었고 수행을 통해 '본래 나는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임을 깨달았습니다.

함께 졸업하는 불교대학 도반들과 함께, 맨 뒷줄 가장 오른 쪽 한승범님
▲ 함께 졸업하는 불교대학 도반들과 함께, 맨 뒷줄 가장 오른 쪽 한승범님

다만 하는 것, 불교대학에서 배운 봉사

불교대학 수업은 영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영상담당 소임이 있었고, 저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로 봉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 밴드에 법륜스님의 희망편지, 백일기도 경전독송 글을 올리는 일도 했었는데 작은 일이지만 그 일을 하면서 내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마음, 분별심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좋은 글들을 싫든 좋든 읽게 되니 그 또한 저에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길섶의 작은 돌멩이, 이름 모를 풀이라도 저마다의 존재 이유가 있듯, ‘나도 이 세상 안에서, 좁게는 이 정토회 안에서, 더 좁게는 누군가에게 잘 쓰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구나’ 이타적인 삶이 종국에는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아갑니다.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한승범님
▲ 불교대학 졸업식에서, 한승범님

내 인생의 주인, 정토행자

지난 8월 21일, 서초법당에서의 발심행자교육을 통해 정토회의 정회원으로 거듭나기도 했었는데 무언가 한 발 더 들여놓은 기분이라 마음 가짐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습니다.

현재 2016년 가을경전반에 다니면서 지난 1년 동안 불교대학을 통해 배우고 경험한 것을 더 견고하게 다듬어 익히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좋은 경험을 널리 알리기 위해 수행과 정진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보았습니다.

'나는 법을 전하는 정토행자 입니다.' 이 명심문을 마음을 새기며 오늘도 부지런히 수행 정진합니다.

글|_ 이효정 희망리포터(서대문정토회 마포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한승범 법우는 지난여름, 가을불교대학을 개근으로 졸업했습니다. 현재 가을불교대학 저녁반의 부담당으로 활동하고 있고, 지난 9월 중순부터는 스페인에서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미리 유튜브를 통해 법륜스님의 금강경을 공부하면서 지난 1년 불교대학에서 공부한 것이 경전반에서 배우는 금강경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교육이었음을 알았다고 합니다.

지금 산티아고에서도 유튜브로 금강경을 다시 한 번 들으며 자신의 길(까미노)을 걷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자신의 ‘순례자의 길’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오면 경전반학생으로 가을불대 부담당으로 계속 법을 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전체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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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옥

소중한 수행담 감사합니다~
카톨릭과 불법의 아름다운 만남입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멋진 수행하시며
가볍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016-10-21 12:38:41

세등명

지난 봄 불교대저녁반 영상담당으로도 봉사해주셨지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움직이며 필요를 채워주시고, 꼼꼼하고 성실하게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물러난 법우님. 지금도 도반들을 위해 진솔한 나누기를 올려주셔서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요. 그대가 법을 전하는 정토행자임을 보증합니다 ㅎ

2016-10-20 21:30:05

김태숙

졸업 갈무리에서 법우님의 소감문을 들으며 느꼈던 감동이 또 다시 밀려오네요.
내가 봉사를 하면서 보수처럼 받는 댓가가 바로 이러한 감동입니다~~~

2016-10-20 0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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