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님은 문경수련원의 공양주입니다. 대중 공양간에서 3년간 1,095끼를 지었습니다. 그 3년간의 수행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명상수련 바라지들과 함께 공양을 짓는 모습.▲ 명상수련 바라지들과 함께 공양을 짓는 모습.

리포터: 벌써 3년이 되었네요. 처음에는 공양주를 100일만 하겠다고 했잖아요.
김상훈: 제가 공양간에 관심이 많았어요. 백일출가를 할 때 음식을 만드는 게 재미있었어요. 힘들지만 재미있으니까 100일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100일만 고생하다 가자. 이렇게 생각했죠.
리포터: 대중 공양주는 백일 출가 생들과 같이 일하잖아요. 그게 비중이 크잖아요.
김상훈: 네.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어요. 제가 인솔해야 하니까요. 일 나누기를 하고, 시간 안에 음식이 나갈 수 있게 하는 게 부담이었죠.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고 편해졌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리포터: 백일 출가 생이 자기 혼자 할 수도 있는데 굳이 공양주를 불러서 물어보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럴 때 귀찮지 않나요?
김상훈: 진짜 많이 부를 때는 귀찮기도 해요. 그런데 처음에는 긴장되잖아요. 주방 일을 안 해본 사람도 많고요. 상대방 입장에선 물어보는 게 당연하니까 최대한 자세하게 알려줬어요. 또,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하면 그 사람의 역량이 더 나오잖아요. 긴장하는 것보다요.
리포터: 저도 실수했을 때 상훈 님이 괜찮다고 하니까 마음이 편했어요.
김상훈: 저는 편한 분위기에서 일하면 편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가 편안한 분위기를 찾아가는 것 같아요.

수련원 된장 담기▲ 수련원 된장 담기

리포터: 일하다가 화가 날 때도 있어요?
김상훈: 저에게 아무 얘기도 없이 메뉴를 바꿨을 때. 제가 감자채 볶음을 하라고 했는데 감자조림을 만들었어요. 그럴 때 분별이 났어요.
리포터: 그럴 때 황당해요, 아니면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상훈: 나를 무시하나 이런 생각도 있죠. 저도 나름대로 생각해서 메뉴를 짰는데 바꿔버렸을 때. 그럴 때가 가끔 있어요.

리포터: 제일 화나게 했던 사람은 누구예요?
김상훈: 원주(院主)랑 처음 일할 때 힘들었죠. 워낙 성향이 다르니까요. 예를 들면, 원주가 저에게 수련사무실 앞에 있는 공양물을 치우라고 했어요. 저는 대답은 예 했어요. 그런데 그날 공양간에 일이 많았어요. 할 일이 많으니까 급한 일부터 먼저 했어요. 그러다가 공양물 치우는 걸 깜빡 잊은 거죠. 원주는 이야기하면 바로 처리가 되었으면 하는 성향이고, 저는 그게 안 되는 거죠. 하라고 하면 대답은 예 하는데, 실행이 안 되니까 많이 답답해했죠.
리포터: 그래서 힘들었어요?
김상훈: 힘들었죠. 다르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어요. 초반에는 힘들었고, 나중에는 편안했어요.

김장배추 절임용 풀장을 옮기는 모습.▲ 김장배추 절임용 풀장을 옮기는 모습.

리포터: 정말 힘들 때 어떻게 넘어갔나요?
김상훈: 진짜 분별이 나면 정진할 때 다 올라왔어요. 내가 왜 숙여야 하지. 내가 너무 만만하게 보이나. 내가 가만히 있는 게 정말 좋은 걸까. 이런 생각마저 들었어요. 그래도 계속 정진을 하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이 있었어요. 뭔가 한 단계 뛰어넘은 기분이었어요. ‘아 그 사람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이렇게 되는 순간이요.

리포터: 3년 차 되면서 많이 변했어요. 처음에는 말이 없었잖아요. 지금은 농담도 잘하고, 소통하는 양이 늘었어요.
김상훈: 제가 느끼기에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표현이 많이 늘고, 많이 편안해지고.
리포터: 매일 정진을 한 것이 제일 컸던 것 아닌가. 정진도 천천히 정성 들여서 했잖아요.
김상훈: 언제부턴가 횟수보다 얼마나 마음을 들여서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천천히 했어요.
리포터: 집중해서 해요?
김상훈: 최대한 기도문을 되새기면서 하죠.
리포터: 기도문이 뭔데요.
김상훈: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 잘난 마음을 내려놓겠습니다.
리포터: 잘난 척이 심한가 보네요. 그게 도움이 많이 돼요?
김상훈: 정진하면 도움이 많이 되죠. 진짜 내가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아야 공부가 되는 것 같아요.

문경수련원을 떠나는 날, 법사님들과 함께▲ 문경수련원을 떠나는 날, 법사님들과 함께

리포터: 상훈 님은 자유로운 사람, 괴로움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에요?
김상훈: 그렇죠. 그쪽으로 가야죠.
리포터: 저는 아직 아닌 것 같아요.
김상훈: 지금 하는 게 그거잖아요. 괴롭고 싶어요?
리포터: 저는 큰 원이 있지는 않아요. 제가 좋아지려고 하는 거지.
김상훈: 그게 시작이죠. 내가 좋아지는 게. 저는 사회에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정치에도 관심이 없었고. 그냥 제가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해서만 생각하기 바빴죠. 여기 들어와서 제가 편해지니까 바깥이 보였어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고, 사회는 어떻고, 뉴스가 눈에 들어오고. 내 고민이 없어지니까. 에너지가 남으니까.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리포터: 처음 들어올 때의 고민이 많이 없어진 거예요?
김상훈: 그렇죠. 아주 옅어졌죠. 많이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겼어요. 그 과정인 거예요. 지금.

리포터: 마지막으로,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김상훈: 무조림.
리포터: 상훈 님만의 요리법은?
김상훈: 그냥 무 넣고 졸이면 돼요. 무가 맛있으면 돼요.

문경수련원 사람들은 김상훈 님이 끓여주는 호박죽, 김치찜과 김 장아찌를 많이 좋아했습니다. 그는 3년간의 공양주 소임을 마치고, 10월 15일 필리핀으로 출국했습니다. 또 다른 3년을 필리핀JTS에서 봉사하게 될 김상훈, 그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글_조정아 희망리포터(공동체 문경수련원)
편집_도경화(대경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