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단아한 미소와 편안한 모습으로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는 용인법당 가을불대 담당자 이은전 님. 경전반 학생이면서 담당자 봉사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오히려 학생들한테서 무한 에너지를 얻는다며 잔잔한 미소를 띠네요. 이은전 님을 만나 수행담을 들어보았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사회자로서 봉사를 하는 이은전 님.▲ 부처님 오신 날 사회자로서 봉사를 하는 이은전 님.

부족한 것 없었으나 불안함에 휩싸였던 시절

정토회 오기 전, 저의 모든 상황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부족함이 별로 없었어요. 남편도 아이들도 별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항상 제 마음속에는 나만의 불안감이 있었어요. 불안한 마음은 버스를 타거나 미용실에 머리를 하려고 앉아 있게 되면 더 심했지요.
‘나는 왜 이렇게 허전하고 만족하지 못하지? 너무 속상하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을 다른 사람한테는 쉽게 이야기하지 못했어요. 자존심 때문에요.

정토회 오기 전에는 이런 상황을 극복해 보고자 여기저기 다니면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나는 다른 아줌마들과는 달라’ 라고 속으로 외치면서 여러 가지 부모교육도 듣고, 심리학 강의 도 듣고, 자기 계발 모임도 나가 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지식적으로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행동의 변화도 조금 생겼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저 자신을 완전하게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지는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 항상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가을불대 담당자로서 첫 소임을 시작하던 날_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이은전 님▲ 가을불대 담당자로서 첫 소임을 시작하던 날_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이은전 님

목사님이신 시아버님으로 인한 어려움

이 무렵 내 불안한 마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말 알고 싶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남편의 빚보증 때부터인 듯싶어요. 남편이 시아버지의 빚보증을 선 일이 잘못되면서 저에게 어려움이 닥쳤어요. 엄청 큰 금액이어서 힘들기는 하였으나 결국 빚보증 문제는 잘 극복했습니다. 자기개발 공부가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때 잘 극복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아니었던 것 같아요. 괜찮지 않았던 거지요. 옛날부터 맘 속에는 항상 ‘나는 잘하는 사람이어야 된다. 나에게는 어려움이 있으면 안 된다.’ 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다시 또 이런 어려움이 닥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진 것 같아요.

정토회에서 불교공부를 하고 있는 지금 생각해 보면, 시아버지의 보증을 서게 된 것 자체도 참 감사한 일입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시부모님부터 완전히 독립할 수 있었으니까요. 시부모님도 우리에게 면목이 없으시니 별 간섭을 못 하십니다. 만약 그런 일이 없었다면 이렇게 정토회 나와서 봉사하는 일은 없었을 걸요. 당연히 시아버님의 교회를 다니고 있겠지요. 시아버님이 목사님이시다 보니 지금은 오히려 제 마음속에 미안함이 생기고 그 마음이 감사함으로 바뀌어 이젠 감사함만 남았습니다.

암 투병 과정에서 얻은 선물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명상을 해보고 싶었고, ‘명상을 배우려면 정토회 가보라’는 남편의 추천으로 정토회에 발을 디뎠습니다. 근데 저는 정작 정토회에 대해서는 잘 몰랐어요.

불대를 다니면서 처음 저에게 큰 용기를 준 것은 불대 담당이었던 김현정 님이었어요. ‘저 분 대단하다. 나 같으면 저렇게 못할 텐데, 저 분을 닮고 싶다. 아이들이 조금 말을 안 듣고,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 와도 저렇게 굳건한 마음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 는 생각을 했어요.

불대 수업을 들으며 차츰 법륜스님을 알게 되면서 정토회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어요. ‘정토회는 정말 깨끗하고 대단한 단체다. 버릴 게 없는 단체다. 이 단체에서 일하면 정말 보람이 있을 것 같다’ 고 느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굳건한 모습으로 나에게 힘을 준 김현정 님과 함께_ 왼쪽에 이은전 님▲ 굳건한 모습으로 나에게 힘을 준 김현정 님과 함께_ 왼쪽에 이은전 님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어요. 불대를 졸업할 무렵 유방암 선고를 받게 되었습니다. 바로 다음 해 1월에 수술하고 치료를 병행하며 봄경전반에 입학하였습니다. 암 치료를 하면서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하고 억울함도 없고 거짓말처럼 불안감도 사라져갔어요.
‘불대 일 년 동안 내가 많이 달라졌구나. 배운 게 많았구나.’ 생각하니 모든 것에 참 감사했습니다.

사실 요즘 유방암 수술 자체는 참 간단합니다. 근데 뭐가 어렵냐면 내가 암 환자라는 거, 원망하는 마음, 재발에 대한 두려움 이 세 가지가 어려운 거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불대를 다니면서 원망하는 마음을 다 내려놓았기 때문에 씩씩하게 견딜 수 있었어요. 또 그런 나 자신이 너무나 자랑스럽구요.

제가 예전에 갖고 있었던 불안감이,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렇게 궁금해하던 불안감이 이유를 찾을 필요도 없게 된 것이지요. 암으로 인해서 다 없어져 버렸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암이 너무 고마운 거예요. 암이 나한테는 정말 복이었어요. 그리고 암이 아니었으면 정토회에서 이렇게 봉사를 많이 하게 되지도 않았을 것 같구요.

방사선 치료하면서도 통일학교도 듣고 법당도 매일 나오고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몸 아픈 걸 잊어버리게 되었어요. 지금은 불대생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도 너무 고맙고 행복해요.

도반님들과 함께 한 JTS 거리모금_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이은전 님▲ 도반님들과 함께 한 JTS 거리모금_ 오른쪽에서 두 번째에 이은전 님

나날이 단단해지는 나의 모습에 한없이 감사하다

이런저런 일들을 극복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제는 극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그러니 재발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요. ‘나는 정토회에 왔으니까 암 재발 안 할 거야’ 하는 게 아니라 ‘재발이 되면 그때 가서 다시 치료하면 돼’ 라고 생각할 뿐 막연한 두려움은 없어요.

제 경험으로 보면 암 투병보다 더 힘든 것은 막연한 두려움이었어요. 마음공부를 하면서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동안 내 마음이 많이 허했던 것 같아요. 그동안 남편을 많이 의지했는데, 근데 여기에 와서 내가 조금씩 강해지다가 보니 내가 의지할 사람이 필요 없어졌어요. 의지했던 마음이 조금씩 없어지면서, 나 스스로가 나의 밑 마음을 온전히 들어주고 이해해가면서 내가 조금씩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참 감사하고 좋습니다.

일일 장터에서 스님 강연 홍보를 하며_ 가운데에 이은전 님▲ 일일 장터에서 스님 강연 홍보를 하며_ 가운데에 이은전 님

모든 말끝에 항상 현재 상황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강조하는 이은전 님. 담당자 소임 덕분에 버스 불안감마저 싹 털어버린 거 너무너무 축하드립니다. 스스로가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하고, 그것을 봉사로 다시 베풀려 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용인법당의 떠오르는 샛별 봉사자로서 활발한 활동 계속 이어가는 모습 지켜보고 싶습니다.

글_허란희 희망리포터(용인정토회 용인법당)
편집_전은정(강원경기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