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거제법당
처음 느낀 따뜻한 손, 해맑은 웃음
법륜스님과 함께하는 애광원 나들이

처음 봉사를 가자고 제안이 들어왔을 때는 정말로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내 한 몸 간신히 건사하는 주제에 남을 돌본다는 게 가능이나 하겠나?’ 하는 의구심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불교 대학 입학하기 전 많은 갈등을 겪고 결정하기까지의 그때 그 마음으로 되돌아가 보았다. '빠듯한 조선소 노동자로서 일주일에 한 번 시간 내는 게 가능할까?' 하지만 그때의 갈등은 8개월이 지난 지금은 나 자신도 놀라울 정도의 성과로 다가옴을 느끼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갈등했던 그 마음이 지금까지 남아 있으니 다시 한번 해 보자!'라는 결론을 내리고 용기를 내어 참석해 보겠노라고 했다. 그동안 난 불교 대학에서 진행된 몇 번의 JTS 거리모금에 참여한 게 봉사활동의 전부였다.

2016년 어린이날 JTS 거리 모금 캠페인(맨 아랫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양용선 님)
▲ 2016년 어린이날 JTS 거리 모금 캠페인(맨 아랫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양용선 님)

실질적인 봉사활동이 이번이 처음인 나는 버스를 가득 채운 봉사자들을 보고 무척 놀랐다. 선암사 입구에서 만난 나의 짝지 목에 걸려있는 명찰에 적혀있는 내용은 이랬다. <이00, 나이 40세, 남자, 언어장애, 행동장애>

처음 만난 그의 표정에는 사심과 악의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그저 해맑은 어린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처음으로 잡은 손은 따뜻하고 포근했다. 한 치의 낯가림도 없이 나를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었다. 선암사와 순천만 갈대숲을 걷는 동안 내 짝지는 나를 이끌고 갈 정도의 체력을 가진 분이었다. 나의 망설임과 고정관념이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먼 곳에서 보면 흡사 봉사자가 바뀐 것 같이 보였으리라 생각된다.

그 분은 걷는 내내 활력이 넘쳤고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이끌고 다녔다. 그 분의 손을 꼭 잡고 걸으며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내 짝지를 비롯한 많은 장애우가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을 터인데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사회적으로 많은 역할을 하면서 가정도 가지며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애광원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10%도 안 되는 가족만이 이들을 찾는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들에게 풍족하게 사회복지 혜택이 주어지고 있는가?' 하는 의문도 생겼다. 부모에게 한번 버림받았다면 사회가 이들을 정말 따뜻하게 돌보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이들의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책임감도 느꼈다.

수행, 보시, 봉사는 항상 같이 이루어진다는 스님의 말씀이 기억나며 수행 정진에 느슨해진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다시 다잡으리라 다짐해본다. 수행을 시작할 때 나름대로 정한 ‘비우기’, ‘낮추기’, ‘도움 주기’, ‘행복하기’를 위해 항상 노력할 것도 다시금 되새긴다. 부족했지만 나름 커다란 의미가 있었던 하루의 봉사를 계기로 더욱 잘 쓰이도록 행할 것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몇 번의 만남으로 조금은 낯설지만, 용기 내어 이번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신 선배 도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글_ 양용선 (마산정토회 거제법당)
정리_강민정 희망리포터 (마산정토회 거제법당)
편집_ 목인숙 (경남지부)

전체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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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애화

해마다 거르시지 않고 나들이를 함께 해주시는 지도법사님과 준비해주시는 도반님들에게 깊은 감사드립니다.

2016-11-17 12:22:54

엄윤주

멋져요~멋집니다~♡
짧은 글 속에 알찬 내용들 나를 되돌아보게 되는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2016-11-16 18:01:53

선덕행

수행,보시,봉사 는 늘 함께!! 고맙습니다()

2016-11-16 11: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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