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양평법당
영원히 꺼지지 않는 촛불 같은 한 해를 돌아보며
봄경전반 저녁부 도반들의 마음 돌아보기

* 본 글은 봄경전 저녁반 김영만 님의 기고 글입니다.

지난봄, 양평법당은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과도 같았습니다.
경전반은 5명 이상이 되어야 부처님 앞에 촛불을 켜고 공부할 수 있는데,
딱 4명까지 모집이 되어 경전반 저녁부를 개설할 수 없었습니다.
양평법당 도반들은 “저녁부를 꼭 개설하자”는 마음으로 학생모집에 힘을 모았습니다.

꺼질 듯 말 듯 한 촛불을 일으킨 힘으로 입학식을 남다르게 시작해서일까요.
어느덧 졸업을 앞두고 입학 때의 추억을 다시 되새기게 됩니다.
남다른 감회를 돌아보는 양평법당 도반들의 마음 나누기를 들어봅니다.

봄경전 저녁반 입학 당시. (아랫줄 왼쪽부터) 박현주, 이유리아, 전민기, 황인자, 김숙자, (윗줄 왼쪽부터) 김영만, 김영주, 김학선.
▲ 봄경전 저녁반 입학 당시. (아랫줄 왼쪽부터) 박현주, 이유리아, 전민기, 황인자, 김숙자, (윗줄 왼쪽부터) 김영만, 김영주, 김학선.

저녁부 도반들을 모으자

학기가 시작되었던 봄, 양평법당 저녁팀장 김숙자 님을 비롯하여 모든 도반이 저녁부 모집을 위해 발 벗고 나섰습니다. 봄불대를 졸업하고 경전반 입학을 결정하지 못한 분께 통화하기, 남양주법당의 도반 중 양평법당과 가까운 분께 우리 법당 소개하기 등, 활발한 모집 활동을 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김학선 님이 산타처럼, 부처님처럼 나타나셨습니다. 원래 집은 양평인데, 용문에 있는 양평법당보다 거리가 가까운 남양주법당에 다니고 계신 분입니다. 사정을 들은 김학선 님은 마음을 내어 양평법당 경전반 저녁부 개설을 위하여 양평에 입학해 주시기로 하였습니다.

입학예비자들과 양평법당 도반들이 모두 기뻐하고 있는 순간, 또 다른 소식이 도착하였습니다. 봄불대 졸업한 전민기 님이 장기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경전반 소식을 듣고 입학 결정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꺼질 듯하던 4명의 촛불은 6명의 촛불로 활활 타오르게 되었습니다. 처음 경전반 저녁부는 6명의 도반이 입학하게 되었으나, 시간이 지나 5명의 학생이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어렵게 시작한 경전반은 어느덧 졸업을 앞두게 되었습니다. 물론 5명 모두 졸업할 수 있어 감사할 뿐입니다. 주간부에 다니다가 공부를 계속하려는 마음으로 저녁부로 옮긴 분이 계셨는데, 건강문제로 결석이 많아 졸업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도반들의 따뜻한 나누기. 김학선 님(맨 오른쪽)이 나누기를 하고 있습니다.
▲ 도반들의 따뜻한 나누기. 김학선 님(맨 오른쪽)이 나누기를 하고 있습니다.

졸업을 앞둔 마음가짐

먼저, 전민기 님의 졸업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함께 하는 도반들이 아니었으면 시작도 끝도 없었을 것입니다. 올해 초, 불교대학도 허덕이면서 겨우 졸업을 한 터라 경전반은 무리라는 마음으로 잠시 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인연이란 게 참 묘했습니다.
“법우님! 공부 계속 하실 거지요? 법우님까지 하시면 우리 법당도 저녁반이 열리게 됩니다!”라는 메시지가 두 번. 나 때문에 다른 사람도 공부를 못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결국 망설임 없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3월 첫 수업에서 우리는 저녁반을 열게 한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도반들, 옆자리에 앉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하였습니다.

금강경, 반야심경, 육조단경, 세 과정을 따라가면서도 저는 정말 착실히 공부하지 못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졸업을 하게 된 것은, 돌아보면 모두 도반들 덕분이었습니다. 혼자 했으면 절대 여기까지 오지 못했습니다. 조금 게으름 피우고 싶은 날도 5명밖에 없는데 누가 빠지면 얼마나 법당 안이 허전할까, 봉사자가 얼마나 기운 빠질까 하는 마음에 가게 되고, 가서 수업을 들으면 오길 잘했다는 마음에 뿌듯하고, 이렇게 하루하루 쌓여 한 해가 채워졌습니다. 모여 앉아 길게 수다를 떨고 서로의 사적인 부분을 속속들이 알지 않음에도 일주일에 한 번 마음을 나누고 눈빛을 주고받다 보면 따뜻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곤 하였습니다. 비슷한 고민에 안도를 하기도 하고, 나와 다른 이야기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스님의 말씀, 경전 풀이 하나하나를 삶 속으로 어떻게 녹여내야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불교대학부터 경전반까지 함께 도와주신 도반님들! 고맙습니다. 직장에서 사회에서 옆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 길벗이라는 마음으로 진짜 공부를 시작하겠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빠지지 않고 나오려 하신 황인자 님의 소감입니다.

“경전반 수업을 통하여 많은 것을 공부하였습니다. 공부를 통하여 성장 발전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나의 삶을 꾸려나가며, 매사에 일하며 배우며 사랑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이유리아 님이 입학식 때 노래를 한 곡 했습니다. 이때가 엊그제 같은데....
▲ 이유리아 님이 입학식 때 노래를 한 곡 했습니다. 이때가 엊그제 같은데....

여주에 사시면서 양평법당까지 공부하려고 오시는 이유리아 님은, 사회봉사를 하면서 항상 법비를 맞는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심도 있게 경전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배워 주변 환경에 물들거나 흔들리지 않고 수처작주 하는 불자가 되겠다는 졸업 소감을 밝혔습니다.

경전반 담당을 맡으신 박현주 님! 언제나 일찍 법당에 도착해서 방석 깔고 영상을 준비하여 수업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박현주 님의 봉사 소임을 맡으면서 어떤 마음인지 들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저녁 시간에 나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남편의 배려 속에 잘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함께할 수 있는 도반들이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같이 수행할 수 있는 도반이 제일이라는 얘기를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도반들이 법당 일에 앞장서서 서로 배려하는 모습에서 감사한 마음이 들고, 내 마음도 점점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봉사하며 보살행이 무엇인지 회향하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경전반 담당을 맡게 되어 감사합니다.”

경전반 저녁부를 입학하고 졸업하는 황인자, 김영만, 이유리아, 박현주, 전민기, 5명의 도반은 이렇게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

‘경전반 개설을 위하여 입학식에도 참가하고 감동적인 나누기도 해 주신 김학선 님께 감사드립니다.’
‘봉사를 통하여 다른 사람이 행복하기도 하지만, 내가 행복하고 건강해지고 보약을 먹는 거와 같아집니다.’
'경전반을 통해 또 다른 문을 들어갈 기회를 주신 양평법당 도반님들께 감사합니다. 좀 더 자유롭고 좀 더 행복한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어 온 세상을 고루고루 비추겠습니다.’

벌써 졸업이네요. (아랫줄 왼쪽부터) 박현주, 이유리아, (윗줄 왼쪽부터) 황인자, 김영만, 전민기.
▲ 벌써 졸업이네요. (아랫줄 왼쪽부터) 박현주, 이유리아, (윗줄 왼쪽부터) 황인자, 김영만, 전민기.

‘먼저 하고 생각하자’와 ‘잘 쓰이겠다’는 마음.
일상에 빠져 허우적대며 뭘 하고 사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서서히 옅어지려는 이 마음들을 졸업과 함께 다시금 새겨 봅니다.

글_김영만 님 (남양주정토회 양평법당)
편집_전은정(강원경기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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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순

저도 정토회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2018-02-11 08: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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