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고성법당
아! 부처님 나라, 인도를 다녀오다
임경화 님의 인도 성지순례 이야기

5년 전 정토회에 들어와서 지금은 고성법당에서 봄불교대학 저녁반을 담당하고 있는 임경화 님의 28차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온 감동적인 소감문을 들어 보겠습니다.

인도 성지순례를 미리 신청했는데 12월은 정말 바빠서 안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1년 내도록 직장 일로 바빠서 제주도에 내려가 여유를 즐기며 좀 쉬고 싶었습니다. 내가 왜 성지순례를 신청했을까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못 가게 되는 핑계가 생겼으면 했는데 끝내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고 델리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인도성지순례, 출발!
▲ 인도성지순례, 출발!

델리공항에서 짐을 옮기는 수레로 벽을 만들고 그 안에서 침낭을 깔고 순례자 160여 명이 노숙했습니다. 별생각 없이 온 이곳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먹는 것, 자는 것에 대한 경계였고 그 경계는 소리 없이 허물어졌습니다. 한 몸 편히 누울 잠자리마저 없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웃을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다니 정토행자이기에 가능하리라 여겨집니다. 첫 번째 일정에서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자유로움이 느껴져서 인도순례가 막 기대되기 시작했습니다.

힘든 일정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도반들
▲ 힘든 일정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도반들

인도 성지순례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일정에 부딪혔습니다. 버스 중 3호 차가 갑자기 고장이 나서 4호 차에 80여 명이 타고 한 시간을 훨씬 넘게 달려야 했습니다. 1, 2호 차는 고속도로에 차를 세우고 한 시간인지 두 시간인지 모르게 마냥 기다렸습니다. 3호 차 분들이 도착해서 1호 차인 우리 차에 올라탔을 때 우리는 손뼉을 쳐주며 함박웃음으로 그들의 노고와 피로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2인용 좌석에 3명씩 엉덩이를 반쯤 걸치고 앉아 몇 시간을 가야 하는 불편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도로가 공사 중이어서, 사고가 나서, 기사님 사정이 생겨서, 우리는 예정시간보다 늦게 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냥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난 것일 뿐, 화를 내거나 속상해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인도에서는 숨 쉬고 움직이는 모든 행위가 수행이고 순례였습니다.

기원정사에서 부처님이 가신 길을 따라 걸으며
▲ 기원정사에서 부처님이 가신 길을 따라 걸으며

우리는 손수 밥을 해 먹고 다녔는데 때로는 새벽 3시에 일어나 밥을 하고 반찬을 담기도 했습니다. 아침이면 밥을 해서 전기밥솥과 반찬 통, 돗자리를 버스에 실었고 저녁엔 차에서 내려 숙소에서 밥을 지어 먹었습니다. 거의 날마다 숙소가 바뀌기 때문에 개인이 숙소를 나올 때 챙겨야 하는 짐은 여행용 가방, 배낭, 침낭, 바랑 세트였습니다. 게다가 밥 당번이 되면 밥솥과 반찬 세트까지 챙겼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전혀 불편하지 않고 소풍 가는 어린아이 마냥 재미있었습니다. 그냥 하면 되는 것이지 불편하다는 것은 하기 싫어서 내 마음이 일으키는 상임을 깨달았습니다.

보드가야 가는 길에서
▲ 보드가야 가는 길에서

인도에는 곳곳에 휴게소도 공중화장실도 거의 없으며 가정에도 화장실이 있는 집이 드물어서 대부분 사람은 밭이나 풀숲, 길거리에서 볼일을 봅니다. 우리도 길거리에 차를 세우고 ‘남자는 오른쪽, 여자는 왼쪽’하고 정해주면 드넓은 들판이 160여 명의 화장실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나무나 가릴 곳을 찾아서 조금이라도 더 깊숙이 들어갔으나, 화장실은 은밀해야 하고 폐쇄적이어야 한다는 당위성과 걸림이 점점 옅어졌습니다. 순례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노란 유채꽃밭 속에서 빨갛게 넘어가는 해를 보며 며칠 묵은 화장실 큰 볼일을 봤습니다. 내 속의 찌꺼기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그 날의 희열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 불편해 보이는 순례는 우리를 점점 자유로워지게 하고 있었습니다. ‘된다. 안 된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옳다. 그르다’가 저절로 없어지는 그래서 자유롭고 행복해지는 참 신기한 마법 여행이었습니다.

법륜스님과 함께
▲ 법륜스님과 함께

그러나 정작 나를 불편하게 한 것은 바라나시 공항에 내려 인도 땅을 처음 밟았을 때 마주한 인도의 모습이었습니다. 먼지와 쓰레기로 가득한 거리, 무너져 내린 폐가인지 가축을 기르는 마구간인지 알 수 없는 집, 거리마다 힘없이 앉아 있는 사람들, 다 떨어진 누더기를 걸치고 ‘원 달러’를 외치며 엉겨 붙는 아이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이었습니다. ‘지구에 이런 세상이 존재하고 있었구나! 이런 세상과 공존하고 있는 나는 한국에서 어떻게 살고 있었던가?’ 마음이 아리고 불편해지고 무거웠습니다.

강가강에서 법륜스님의 설명을 듣는 순례자들
▲ 강가강에서 법륜스님의 설명을 듣는 순례자들

그런 불편한 마음은 하루 이틀 인도를 마주 대하며 또 다른 가르침을 내게 주었습니다. ‘어떤 이는 한국에 태어나 풍족하게 살고 또 어떤 이는 인도에 태어나 구걸하며 사는구나. 누구의 탓도 아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 남 탓을 하고 원망하며 살아온 지난날이 참 부끄러웠습니다. 부모님을 탓하고 원망했던 내 지난 시절이 참 부끄러웠고 태어나게 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왜 그때 나에게 그런 상처를 주었는지 따져 묻고 싶은 마음이 이곳 인도에서 참으로 무색하고 공허해졌습니다.

보드가야 대탑 앞에서
▲ 보드가야 대탑 앞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 그리 많지 않음을 알게 되었고 필요한 것은 이미 다 갖추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미 가진 것들에 대해 감사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었고 더 갖기 위해 달려왔던 내 어리석음이 뚜렷이 보였습니다. 한국의 시리도록 파란 하늘, 맑은 공기, 우거진 숲, 물새 노니는 강물, 철마다 아름다운 사계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감사하고 또 감사해야 할 자연의 은혜였음을 깨달았습니다. 물 한 방울, 휴지 한 조각, 쌀 한 톨도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인의 은혜로 내가 살고 있음을 인도와 인도사람들이 끊임없이 깨우쳐 주고 있었습니다.

남아있는 아쇼카 석주 중 가장 완벽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원후봉밀터에서-선주법사님,13조 조원들과 함께 (오른쪽 세 번째 임경화 님)
▲ 남아있는 아쇼카 석주 중 가장 완벽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원후봉밀터에서-선주법사님,13조 조원들과 함께 (오른쪽 세 번째 임경화 님)

수자타아카데미에서 방문을 환영해주며 꽃목걸이를 걸어주는 학생과 함께
▲ 수자타아카데미에서 방문을 환영해주며 꽃목걸이를 걸어주는 학생과 함께

5일동안 우리는 부처님의 흔적, 성터, 탑 이런 성지들을 둘러보고 예불을 드리고 경전을 읽고 법문을 들었지만, 그곳에서 부처님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곳이 그곳인 것 같고 벽돌이 다 같아 보였습니다. 인도의 거리에서 인도 아이들에게서 도반들과 함께한 생활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뚜렷하게 부처님을 뵐 수 있었던 곳은 인도에서도 가장 극심한 빈곤 지역인 둥게스와리에 있는 수자타 아카데미였습니다. 사람들이 죽으면 시체를 버렸던 곳, 부처님이 6년 동안 고행을 하신 곳에 부처님의 제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그대로 실천하는 ‘아, 살아있는 부처님들이 이곳에 있었구나!’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1호차 13조 조원들과 즐거운 점심 공양 시간
▲ 1호차 13조 조원들과 즐거운 점심 공양 시간

배고픈 사람은 먹어야 하고, 아픈 사람은 치료받아야 하고, 아이들은 제때에 배워야 한다는 부처님과 스승님의 말씀이 온 마음에 울리고 있었습니다. 그저 머릿속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말이었고 거리모금을 나가서도 아는 사람이 보지 않을까 쭈뼛거리기 일쑤였습니다. 그 말씀이 이토록 간절한 말이었다니, 욕구를 채우기 위해 살았던 지난날들이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아이들과 선생님, 실무자들을 보고 난 뒤 내 안에서 꿈틀대며 살아있던 욕구들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다만 부족하지만 부족한 이대로 필요한 곳에서 잘 쓰이는 삶일 수 있다면 참 감사하겠다는 마음이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법륜스님초전법륜성지 사르나트 다메크 스투파 (진리를 보는 탑:부처님의 두 번째 설법 장소) 앞에서, 선주법사님, 13조 조원들과 함께 (뒷줄 오른쪽 두 번째)
▲ 법륜스님초전법륜성지 사르나트 다메크 스투파 (진리를 보는 탑:부처님의 두 번째 설법 장소) 앞에서, 선주법사님, 13조 조원들과 함께 (뒷줄 오른쪽 두 번째)

부처님 나라 인도에서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 부처님들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인도 성지순례를 위해 힘써주신 법륜스님과 법사님, 그리고 모든 진행자에게 온 마음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글_임경화 (마산정토회 고성법당)
정리_엄윤주 희망리포터 (마산정토회 고성법당)
편집_목인숙 (경남지부)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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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후

내 욕망이 사그러지지 않는 이유를 알았네요
내가 너무 잘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9-09-07 10:32:01

고명주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멋 모르고 간 인도 성지 순례 ?다시 한번 가고 싶습니다

2017-02-28 10:58:46

이재훈

와,,감동이네요..

2017-02-28 09: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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