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동작법당
“그래, 이렇게라도 여기 붙어있자!” 수요법회 등대지기

정토회뿐 아니라 대부분의 불교단체 혹은 절은 보살님의 수가 절대적이다. 나누기할 때 보살님들의 이런저런 사연들을 들을 때면 눈물이 나기도, 가슴 깊은 곳에 어떤 울림이 찾아오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인원이 적은 거사님들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표현이 서툰 경우가 많다. 그래도 든든한 기둥처럼 묵묵히 자신의 수행과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계신 분들을 뵈면 자연스레 고개가 숙어진다. 동작법당 수요법회를 지키고 있는 정형민 거사님이야말로 푸른 바다를 씩씩하게 지키고 있는 등대임이 틀림없다. 등대는 말이 없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깜깜한 밤에 빛을 내면서 그 진가가 더욱 발휘된다. 정 거사님은 인터뷰 내내 부처님 미소처럼 환한 얼굴을 하고 있어 상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따뜻한 허브 티를 한잔 두고 특별하진 않지만 그래서 더욱 여운이 남는 수행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희망리포터 : 정형민 거사님 수요법회 담당 봉사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정형민님 : 저는 지난 2월 경전반을 졸업하고 바로 수요일 수행법회 저녁 담당을 맡게 됐어요. 이제 겨우 한 달이 돼가네요. 보통 일요일 오전 법회에 사람들이 몰려서 수요일에는 조용한 편이죠. 오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요. 어떨 때는 혼자일 때도 있습니다. 오히려 이때가 저를 깊이 들여다보고 돌이키는 시간이 됩니다. 수요 법회는 온전히 ‘나에게 좋은 시간’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 스님 말씀을 들으면서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살펴보고 또 다른 관점에서 관찰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짜증났던 일들도 왜 짜증이 났었지? 하고 다시 한 번 되짚어 봐요. 그러면서 새롭게 마음을 다잡습니다. 다잡은 그 마음으로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죠. 출근하고 일하고 집에 돌아오고. 스님의 말씀은 그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희망리포터 : 수요 법회에서 들은 스님 말씀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정형민님 : ‘우리가 수행 하는 것도 욕망으로 한다’라는 말씀이 기억이 많이 남더라고요. 수행을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 속에서 불안하고 초조하게 되잖아요. 그런 것이 욕망에 결국 끌려다니게 되는 거죠. 제가 수행을 열심히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수행을 하면서 깨우치게 된 것은 이러한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구나 하는 거였어요. 그럼에도 수행은 꾸준히 해나가야 하겠지요. 욕망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기쁜 마음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월에 참석했던 정초법회에서 들었던 말씀 중에는 ‘(우리는) 수행자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깨달음의 장에서 느꼈던 것처럼 우리가 우리의 모습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본다는 것은 중요한 것 같아요. 수행자의 마음이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한 발짝 떨어져서 내 인생을 보는 거요. 처음부터 잘할 순 없기에 꾸준히 수행자의 마음으로 살아보려 합니다.

정형민 거사님(왼쪽)이 수요법회에서 사회자 대본을 읽고 있다.
▲ 정형민 거사님(왼쪽)이 수요법회에서 사회자 대본을 읽고 있다.

희망리포터 : 수요법회를 맡으시면서 마음가짐이나 계획 같은 게 있을까요

정형민님 : 특별한 계획은 없어요. 일상에서 가깝게 스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졸업 후 수요법회 담당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때 저는 “그래, 이렇게라도 여기 붙어있자”하면서 그 제안을 받아들였죠. 2년 동안 정토회 공부를 하면서 달라지는 제 모습을 발견하곤 했어요. 여기 있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죠. 수요법회 담당을 맡으면서 법당을 늘 가까이하면 수행을 꾸준히 할 수 있겠지요.

희망리포터 : 정토회에 오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정형민님 : 저는 사실 불교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4년 전이네요. 몸이 갑자기 안 좋아졌어요. 특별한 이유도 없었고요. 두 달 동안 살이 급격히 빠지고 잠도 안 왔어요. 하루 평균 4시간이나 잤나 몰라요. 우울하기도 했고요. 힘들었죠. 병원에도 가봤지만 어디가 아프다거나 그런 것은 발견하지 못했어요. 그때 문득 내가 정신적인 버팀목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쯤 법륜스님 책과 유튜브를 통해 정토회를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유튜브로 즉문즉설을 보면서 썩 좋게 생각 안 했어요. 좀 억지스럽지 않나 했었죠. 그런데 자꾸만 듣다 보니 흥미가 생겼어요. 평소 관심이 많았던 불교에 대해 더 공부해보면 좋겠다, 손해 볼 것은 없다는 생각에 정토회 불교대학을 입학하게 됐어요.

희망리포터 : 정토회를 다니면서 그 이후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정형민님 : 불교의 여러 가르침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었어요. 생활에 도움이 됐죠. 보통 안 좋은 일이 벌어졌을 당시에는 그래 그냥 한번 넘겨보자면서 참고 견디잖아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앙금이 남고요.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상대방이 그러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그렇게 마음을 내니 가볍게 털어지더라고요. 집에서도 도움이 됐어요. 부부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잖아요. 가끔 의견이 다르고 그럴 때 ‘아, 부인 입장에서는 이럴 수도 있겠구나’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특히 직장 생활하면서 저는 남과 비교하고 ‘상대방은 왜 이것밖에 못 하나 혹은 왜 이렇게 해야만 하나’ 등 여러 복잡한 마음과 생각들이 생겼어요. 그런데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내 마음을 가볍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죠. 어떨 땐 통쾌하게 털어버릴 때도 있어요. 수행을 부지런히 하지는 못하지만, 수요법회를 통해서 꾸준히 해보려고 합니다. 이것은 나와의 약속이죠. 아직은 많이 미흡하지만, 뚜벅뚜벅 가보겠습니다.

9-1차 천일 결사에서 정 거사님이 동작법당 피켓을 직접 들고 있다.
▲ 9-1차 천일 결사에서 정 거사님이 동작법당 피켓을 직접 들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정형민 거사님 특유의 온화한 미소가 더욱 번져갔다. 정토회와 더 가까이하기 위해 수요법회 담당을 맡았다는 그는 어쩌면 자기 자신과 더 가깝게 만나기 위해 이 여정을 선택했을 것이다. 정 거사님이 지키고 있는 것은 법당의 수요일 저녁이지만 그의 마음에 켜져 있는 바다를 묵묵히 지키는 등대의 불빛을 발견해본다.

글 _ 김은진 희망리포터(서울정토회 동작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4

0/200

정토행자

거사님~
멋쪄요~^^

2017-03-29 04:12:31

법해 임언배

거사님 반갑습니다.^^
봉사의 소임을 즐겁게 하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2017-03-28 21:38:38

강상원

조금씩, 꾸준히 하시는 모습 좋아보입니다.

2017-03-28 12:09:33

전체 댓글 보기

정토행자의 하루 ‘동작법당’의 다른 게시글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