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경산법당
낯설지만, 정토회라서 당연한 법당의 투표함

지난달 2월 4일 경주정토회 산하 경주법당, 경산법당, 영천법당 정회원 도반들이 3년 만에 다시 모였습니다. 모인 이유는 법당에 놓여 진 투표함이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정토회는 3년마다 대중들에 의해 정토회를 이끌어가는 각 정토회 대표와 대의원 그리고 행정을 담당하는 총무를 선출하는 선거를 치룹니다. 흔히 정토회는 법륜스님이 이끌고 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정토회의 정회원들인 대중부에서 선출된 총무단과 대의원 그리고 대표들이 각 사안에 대해 논의 결정하여 진행하고, 국회처럼 대의원에서 이를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일을 추진합니다.

공정한 선거를 위해 꼼꼼하게 선거인 명부를 확인하고..
▲ 공정한 선거를 위해 꼼꼼하게 선거인 명부를 확인하고..

우리사회가 어느덧 불의에 항거하여 화염병을 던지던 시대를 지나, 부정한 대통령을 심판하기 위해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서 질서정연하면서도 성숙한 집회를 통해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표현하듯, 정토회는 일과 수행을 별개로 두지 않고 ‘일과 수행의 통일’을 모토로 모든 활동을 대중들이 기획, 준비하여 하나하나 실천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내가 꿈꾸는 세상보다는 더불어 살아가는 정토를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업식을 확인하고 넘어서는 수행의 한 방편으로 정토회에서 각자 활동을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토회에서는 별도의 선거운동이 없습니다. 선거기간 동안 법당에는 피선거권 자들의 사진과 이력이 한쪽 벽면을 채웁니다. 그러면 선거권을 가진 정회원들은 피선거권 자들이 그동안 각 법당에서 일처리를 하는 능력과 무엇보다 수행자로써 어떻게 도반과 함께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는지를 돌아봄으로써 투표의 기준을 세우고 선거날 한 표를 행사합니다.

진지하고 바르게 투표하는 회원
▲ 진지하고 바르게 투표하는 회원

물론 일을 처리하는 업무능력도 주요한 기준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기준은 수행자로써의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일을 처리함에 불가피하게 도반들과 갈등도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의 조율도 있고, 그 속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의 연속에서 얼마나 아상을 깨고, 더불어 한발 나아갈 수 있는지가 주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각자가 선 자리마다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한 것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일을 한 발짝 나아가게 하는 것은 단순히 합리적인 이성으로만 이뤄질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일이면서도 수행인 것입니다.

정토회의 선거는 전법의 방편이며 수행의 기회

제가 처음 정토회에 들어왔을 때 좋았던 것은 직장으로 일하던 시민단체보다 더 함께하고픈 시민단체 같아서였습니다. 그래서 퇴근 후 시민단체 활동하듯이 여러 활동을 하면서 즐거웠고, 부처님의 법을 실천하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스님의 법문이 저의 머리를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정토회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려고 한다면 나가라! 정토회는 수행하는 곳이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환경운동, 평화운동, 통일운동 등 그 어떤 시민단체보다 원칙과 실천력에서 앞서가는 곳인 정토회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려면 나가라고? 그런데, 그 이후로 매일 아침 정진을 하면서, 그리고 법문을 들으면서 조금씩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렇다. 내가 이곳에 온 것은 나의 부족함 때문이었고, 나의 욕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스님의 법문을 통해 조금씩 깨치고, 이를 사회에도 전할 수 있는 방안으로 활동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속에서 여전히 무지하고, 덧없는 욕심을 부리고 있으며, 잘 하고 싶고, 옳다고 생각하여 하는 일들 속에서 도반들과 조금씩 부딪히는 저를 보았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가정에서 또는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직장인들이기에 몰라서 그런다고 생각했던 것이 지난 후에 그때를 돌아보면, 내가 옳다는 생각에 빠져 아집과 독선을 부리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하던 제가 익숙한 직장이 아닌 수행을 하는 도반들과 함께, 정토를 위해 활동하는 정토회 속에서 함께 정진하고, 법문을 듣고, 활동 후 도반들과의 나누기 속에서 수행을 위해 이곳에 있음을, 그리고 우리들은 수행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수행자들인 대중이 더불어 정토를 만들기 위해 각자에게 주어진 담당활동을 하고, 이것을 수행으로 삼는 정토회에 몸을 담고 있는 저를 발견하였습니다. ?정토회에서 담당을 맡는다는 봉사는, 나의 업식을 알아가는 과정이자 이를 넘어서는 수행이며, 세상을 정토로 만들어가는 활동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역할과 사람을 연결하는 정토회의 선거는 우리가 사회에서 보는 개인의 명리를 추구하는 것과 달리 부처님 법을 세상에 전하는 수행의 기회인 것입니다.

공정한 선거를 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 공정한 선거를 마치고 뿌듯한 마음으로

새로운 천일을 맞이하며

천일결사 명심문을 다시 한번 새기며
▲ 천일결사 명심문을 다시 한번 새기며

이제 다시 만일결사 중 9-1차 입재식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명심문과 마주하였습니다.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나의 무지함과 욕심을 깨치고 이를 내려놓으면서 정토세상를 만들어가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글_ 윤용희(경산 희망리포터)
편집_ 박정미(대경지부 편집담당)

전체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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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영신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7-03-30 06: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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