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아침, '또르르~ 똑~ 또르르~ 똑~' 마치 낙숫물이 바위에 닿는 듯 은은한 목탁소리가 광주법당을 채웁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추울 때, 더울 때도 늘 같은 소리와 향기를 불어넣으며 그 자리를 지키는 김인숙 님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민족의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민족의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리포터) 어느덧 정진 600일이 다 되어 가는데요. 소임이 가볍지 않았을 것 같아요. 소임에 대한 첫 마음과 지금 마음은 어떠신지요?

(김인숙 님) 처음 총무님에게서 ‘1000일 통일정진’ 담당을 권유받았을 때, 당연히 내가 할 일이라는 생각으로 참 가볍게 응했습니다. 하지만, 정진일이 주말이다 보니 개인적인 약속이나 집안행사 등으로 시간 내기 어려울 때는 소임을 너무 가볍게 받아 든 자신을 돌아보며 당시 열정과 순수함에 웃음 짓기도 했어요.
간혹 그렇게 개인적인 일들이 겹칠 때면 소임의 부담감에 고민했지만, 자리가 비면 대신 채워주겠다는 마음을 내는 도반들이 하나둘 동참해주니 고민이 내려지면서 어떤 상황이건 가볍게 대하게 되더라고요. 가벼운 마음으로 정진하고 있습니다.

통일정진과 새벽기도를 병행하시는데 정진하며 느끼신 점이 궁금합니다.

통일정진은 새벽기도와 다르게 진정으로 통일만을 염원하며 기도하게 됩니다. 더러는 내 생각에 빠져 놓칠 때도 있지만, 그럴 땐 다시 그 생각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다잡아 오롯이 하나에 집중하는 노력을 해요. 이제는 기도 3년차에 접어들다 보니 기도정진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에 스며들어 일상이 된 것 같아요.
정진만큼 좋은 것이, 정진 후 도반들과의 마음 나누기입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함께 하는 것이 항상 좋은 공부가 되고 우리는 모두 ‘모자이크 붓다’라는 생각을 일깨워줘요. 작은 힘들이 모여 세상을 서서히 변화시킨다는 것에 공감해갑니다.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보더라도, 작년 4월에 치러진 총선 투표율이 거의 60%대로 투표 참여도가 갈수록 올라가는 점을 볼 때나 세계가 놀랄 정도의 평화적 시위인 촛불집회가 장엄하게 진행되는 모습, 집회에서 국민이 자유발언하고,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임을 자각해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들의 염원인 평화통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요즘은 그런 좋은 변화들, 달라지는 시민의식들, 실천하고 참여하는 가능성 등 그러한 것이 더 느껴져서인지 통일정진을 하는 마음에도 희망이 생깁니다.

통일의병들과 함께 (아랫줄 오른쪽이 김인숙 님)▲ 통일의병들과 함께 (아랫줄 오른쪽이 김인숙 님)

통일정진 중에 특별히 인상적이었거나 감동받은 기억이 있으신지요?

여러 도반과 함께하다보니 그 분들의 이야기가 먼저 떠오릅니다.
같이 정진해보자는 부추김에 나오신다기보다는 호기심에 한 번 참여해보고 그 후로는 자발적으로 마음과 시간을 내서 오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에 참 감동적이었어요.
통일에 관심이 없으셨다가 이번 기회에 정진하며 통일의 이유를 생각해보고 더불어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고 감사한 일인지를 느끼게 됐다는 한 도반의 마음 나누기에 덩달아 감사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한 분은 꾸준히 통일정진을 참석하다 보니 집에서 아이들이 토요일에 법당을 가지 않으면 왜 안 가느냐고 물어봐서 이제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안 올 수가 없다고도 하셨고, 지금 시국이나 북한의 상황을 생각하면 울컥하는 감정이 오르고 안타까운 마음이라는 도반, 통일정진 덕분에 나라를 생각하게 되고 방관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던 도반 등등 정말 머리에 스치는 분들이 많습니다. 도반들과 함께한 시간이 감동으로 남아요.

또 특별했던 기억 중에, 설날 백양사에 가서 평화통일기원 정진을 하고, 오후에 법당으로 와 다시 통일정진을 했을 때는 가슴 벅차고 뿌듯했어요. 구례 화엄사뿐 아니라 사찰 어디를 가서도, 꼭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정진을 하게 된 자신이 대견하기도 합니다. (웃음)

통일의병 활동에 참여하여 활짝 웃고 있는 모습▲ 통일의병 활동에 참여하여 활짝 웃고 있는 모습

정진하며 느끼는 본인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지요?

네, 처음 시작할 때는 순수하게 통일만 생각하는 정진이었지만, 꾸준히 이어가다보니 평화통일에 대한 간절함이 커지고 수행의 힘인지 스스로 단단해지는 느낌입니다. 지금의 위치에서의 충만함과 편안함이 큰 변화인 듯해요.

이제 남은 400여일을 어떻게 이끌고 가실 것인지요. 더 많은 도반이 통일정진에 함께 하도록 김인숙 님의 지금 마음을 나누어 주시겠어요.

지금과 같이 가볍게 편안하게 정성스런 마음으로 정진하려 합니다. 다만 할 뿐이죠.

한민족이 분단된 채로 살아온 서글픈 역사의 세월이 참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이제라도 이것을 극복해보자고 큰 원을 세우신 스승님(법륜 스님) 뒤를 많은 분이 따라봤으면 합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가장 어둑한 새벽은 가장 빛나는 아침을 부른다고, 지금 우리 현실이 답답하고 막막해 보일지라도 그 어려운 때가 가장 희망적인 전환점일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나 하나 바로 서서 민족중흥을 일으키는 데에 작게나마 보탬이 된다면, 내 삶이, 또 우리의 삶이 조금 더 가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평화통일을 위한 1000일 정진은 결국 나에게, 모두에게, 큰 선물인 것 같습니다.
봄에는 꽃들이 화사한 선물이듯이, 그렇게 자연이 주는 선물에 감사하며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와 같은 대열에도 함께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봄이 왔고, 선물 같은 봄꽃을 맘껏 만끽하는 날들입니다. 김인숙 님의 이야기처럼 우리가 세상에서 받아온 것들이 얼마나 무수한지를 깨우치며 삶의 가치를 쌓아갈 기회들을 많은 이들이 누려보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굶주리고 아프고 도움이 필요한 북쪽 어느 마을들과 우리 민족을 생각하며, 어서 통일이 오기를 함께 발원하게 되는 인터뷰였습니다.

'나'를 내려놓고 온 마음으로 한결같은 정성과 간절함을 채운 김인숙 님의 정진 한 방울, 한 방울이 바윗돌처럼 굳은 우리 분단의 벽을 뚫고야 말 것 같습니다. 확신으로 당당함이 배어 든 김인숙 님의 얼굴 가득한 미소가 평화통일에 대한 물음에 답해주는 듯합니다. 이번 주말 아침에는 그녀의 뒤에서 함께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북녘의 아이들과 동포들을 위해 한마음 보태야겠습니다.

글_문수미 희망리포터(광주정토회 광주법당)
편집_양지원(광주전라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