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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떼가 줄 지어 가듯, 북한으로 올라가는 쌀 - 강화도에서 보낸 쌀, 입쌀밥이 되고 한 솥 죽이 되거라

강화법당 | 이승숙 희망리포터
2017-04-13 17:00:00 | 조회수 2386

작년 11월엔가 한 일간신문에 눈길을 끄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북한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새터민들이 쌀을 페트병에 담아 바다에 띄운다는 기사였습니다. 바닷물이 가장 많이 빠져나갔다가 밀려들어오는 물때에 맞춰 강화도의 한 바닷가에서 이루어지는 이 행사는 벌써 스무 번도 넘게 진행되었는데, 참여자들 대부분이 북한에서 내려온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이 기사를 본 인천 강화법당의 능인화 김미현 보살님이 신문사로 연락을 해서 함께 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했더니 행사를 주관하는 담당자의 연락처를 알려 주었습니다. 탈북난민들의 인권을 돕는 단체에서 진행하는 이 행사는 한 달에 두 번 있는데, 쌀을 보내기 좋을 물때가 되면 연락을 주겠다고 담당자가 그랬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습니다. 3월 28일에 쌀을 보낼 예정이니 함께 하고 싶으시면 어디로 오라는 전언이었습니다.

물때 맞춰 북한으로 쌀을 보낸다는데...

그 말을 들은 능인화 보살님이 사방에 통기를 했고, 하루 사이에 약 90킬로그램에 달하는 쌀을 얻었습니다. 농사를 짓는 어떤 분은 선뜻 반 가마니(40킬로그램)나 주셨습니다. 배가 고픈 사람은 먹어야 한다며 농사지은 쌀을 내어주셨는데, 건네주는 쌀자루에 그 분의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모은 쌀▲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모은 쌀

약속한 장소에 가보니 인근 각지에서 오신 분들이 여럿 계셨습니다. 멀리 경상도에서 오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새벽 참에 집을 나와 강화도까지 달려왔다니, 그 분들의 정성이 참으로 대단해 보였습니다.

탈북난민들의 인권을 돕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이 행사는 햇수로 벌써 이 년째 진행되고 있습니다. 원래는 약 7년 전부터 시작했는데, 그때는 동해안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보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어 바닷가에서 바로 보낼 수 있는 강화도로 장소를 옮겼다고 그랬습니다. 동해안은 오가는 거리도 멀 뿐만 아니라 배를 빌리는 삯도 많이 들었는데 강화도는 그런 비용이 들지 않아 아낀 돈만큼 쌀을 더 보낼 수 있게 되었다며 그 분들은 흐뭇해했습니다.

강화도는 북한의 황해도 옹진군, 연백반도 등과 인접해 있습니다. 그곳 출신 탈북자의 말에 의하면 남한에서 떠밀려온 해양 쓰레기들을 황해도 바닷가에서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바닷가에서 고무 튜브를 주운 어떤 사람이 그것을 몸에 두르고 바다를 헤엄쳐 남한으로 건너왔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니 강화도에서 페트병에 쌀을 넣어 바다에 띄우면 틀림없이 황해도 해안에 도착할 것이라며 관계자들은 힘주어 말했습니다.

쌀 1킬로그램에 한 달 치 월급이라니...

물이 빠진 바다는 먼 곳까지 갯벌입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이기도 한 강화도의 갯벌은 뻘 흙이 그대로 있어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갯벌은 천연의 자연 정화장치일 뿐만 아니라 바다에 깃대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고마운 생산처입니다. 물이 빠진 갯벌에는 낙지며 조개 같은 먹거리들이 수두룩합니다. 썰물이 들어 바다가 길을 열어주면 사람들은 갯벌로 나갑니다. 그리고 밀물이 들 때까지 조개 따위를 채취합니다.

북녘 땅 배고픈 동포들을 생각하며 한 톨의 쌀알도 소중히 다룹니다.(오른쪽. 강화법당의 최정자 보살님)▲ 북녘 땅 배고픈 동포들을 생각하며 한 톨의 쌀알도 소중히 다룹니다.(오른쪽. 강화법당의 최정자 보살님)

그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드넓은 갯벌은 황해도 바닷가에도 펼쳐져 있을 테고, 그곳 사람들도 조개를 따러 갯벌로 나갈 것입니다. 그렇게 채취한 해산물들을 요리해 먹기도 하겠지만 밀가루며 쌀로 바꾸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하루 종일 허리 굽혀 뻘밭에서 일해 봐야 고작 몇 줌의 밀가루와 바꾸면 그만일 그들에게 쌀이 들어있는 페트병을 발견한다는 것은 거의 ‘심 봤다’와 같은 것이지 않을까요? 횡재도 이런 횡재가 없을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쌀이 귀해서 노동자의 한 달 월급에 맞먹는 돈을 줘야 겨우 쌀 1 킬로그램을 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쌀 1킬로그램이라고 해봤자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 보통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20킬로 한 포대 쌀값이 약 4만 원 가까이 하니, 1 킬로그램이면 우리 돈으로 2천 원 정도 밖에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한 달 치 월급을 줘야 구할 수 있다니, 과연 이 말이 진짜인지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먹을 게 넘쳐나는 지금 우리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말이지만 살길을 찾아 남한으로 온 새터민들이 직접 한 말이니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입쌀밥이 되고 죽이 되는 쌀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어 남한으로 온 탈북이주민들은 자신들이 겪었던 일이라서 그런지 우리와 달랐습니다. 아파본 사람만이 아픈 사람의 심정을 안다고, 그들은 내 일인 양 걱정하였습니다.

빈 페트병에 약 1킬로그램의 쌀을 넣어 보냅니다.▲ 빈 페트병에 약 1킬로그램의 쌀을 넣어 보냅니다.

“이거이 무사히 잘 가서 그쪽 사람들이 받았으면 좋겠네. 그래서 입쌀밥도 해먹고, 쌀 한 줌 넣고 죽도 끓여 먹고 그랬으면 좋겠네.”

함경북도 무산에서 온 아주머니는 연신 그렇게 말하며 페트병에 쌀을 넣었습니다. 한 톨의 쌀도 아까운 지 바닥에 떨어진 쌀알까지 알뜰하게 줍기까지 했습니다.

저만큼 빠졌던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갯벌 안까지 깊숙이 뻗어있는 선착장에도 성큼성큼 물이 차올라왔습니다. 배를 묶어두는 곳까지 물이 찼을 때 페트병을 띄워 보내면 북한까지 가장 잘 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또 얼마간을 기다리다가 마침맞게 물이 들어왔을 때 띄워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보낼 쌀은 모두 합해 480킬로그램 정도입니다. 한 번 할 때마다 이 정도씩 보냈다고 하니 쌀을 구입하는 비용도 엄청 날 것 같습니다.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도와주는 후원자들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바닷물은 달의 힘을 받아 하루에 두 번 드나들기를 반복합니다. 음력 보름과 그믐 때면 물이 최고로 빠지고 또 밀려들어옵니다. 바닷가 사람들이 말하는 '사리'가 그때인데, 사리는 말 그대로 곱배기를 뜻합니다. 즉 물이 보통 때의 곱배기로 많이 들어온다는 말이니, 쌀을 보내기에 가장 좋은 때는 '사리'때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쌀아, 잘 가거라. 배고픈 우리 동포에게"

"이것 해보면 참 재미있어요. 쌀을 담은 페트병들이 마치 오리 떼가 줄 지어 가듯이 물을 따라 북으로 가는데, 참 흐뭇하고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던 어떤 분이 그러셨습니다. 내가 보내는 이 쌀 한 줌이 북한 땅의 배고픈 사람들에게 잘 전달되기를 빌며 쌀을 넣은 페트병을 띄워 보냈을 그 분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쌀아, 부디 잘 가거라. 우리 동포들에게

저 멀리 부옇게 북한 땅이 건너다 보였습니다. 우리가 보낸 이 쌀들은 오늘 저녁 무렵이면 그곳 바닷가에 닿을 것입니다.

"쌀아, 북녘 땅 동포들에게 부디 무사히 잘 가거라. 잘 가거라."
"이다음에는 물길이 아닌 땅 길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디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빈다."

우리는 저마다 그런 소망을 담아서 400개가 넘는 페트병을 바닷길로 보냈습니다. 우리의 소망을 아는지 쌀을 담은 병들은 북으로 올라가는 물길을 따라 줄 지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하늘 길로도 땅 길로도 갈 수 없는 북녘 땅, 그러나 이렇게 물길이라도 있으니 그 얼마나 다행입니까. 그 물길로 따뜻한 마음이 갑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이 되기 위한 우리의 마음이 갑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모아진 우리의 마음이 북으로 북으로 올라갑니다.

오리 떼가 줄을 지어 가듯, 물살을 타고 북으로 올라가는 쌀을 담은 페트병들...▲ 오리 떼가 줄을 지어 가듯, 물살을 타고 북으로 올라가는 쌀을 담은 페트병들...

글 | 이승숙 희망리포터 (인천정토회 강화법당)
편집 | 한명수 (인천경기서부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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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사|2017-04-16삭제
제 마음도 같이 물이 띄워 보냅니다. 배고픈 생명이 없는 세상이 하루 빨리 오기를_()_
오혜영|2017-04-15삭제
꼭 쌀들이 주인 만났으면 좋겠어요. 어서 정권이 바뀌어서 마음껏 굶고 있는 우리 동포에게 맛난것 전해주는 날이 오길 기도합니다.
선덕화|2017-04-15삭제
감사합니다!
유주영|2017-04-15삭제
눈물이 나네요. 많은분들의 정성으로 꼭 전해질거라 믿습니다. 곧 통일이 되어 한반도에 굶주림이 사라지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유은희|2017-04-15삭제
꼭 전해지길 기도합니다.~~
고명주|2017-04-14삭제
갈껍니다? 북녘 땅으로 맘 실린 저 쌀들 잘 갈껍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을 믿어 봅니다?
문희경|2017-04-14삭제
이렇게라도 도울수있는 방법을 찾았군요. 눈물이 납니다.우리의 형제이고 우리의 가족들입니다. 하루속히 정부차원에서도 같이 할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무량덕 |2017-04-14삭제
저도 눈물이 나네요. 하루 빨리 통일을 원하는 정부가 들어서 더 많은 지원를 할 수 있길 바랍니다.
황소연|2017-04-13삭제
눈물이 납니다... 배고픈 사람이 없었으면 합니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길 기원합니다.
보리안|2017-04-13삭제
감사합니다 ...()...
최민정|2017-04-13삭제
감동적이네요..잘 읽었습니다.
한명수|2017-04-13삭제
눈물이 났어요. 감동스럽고, 미안하고... 이렇게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었네요!! 매년 매 달 이 일을 해오신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내용을 잘 전달해주신 리포터님의 능력과 정성도 존경스럽고 감사합니다^^
김미례|2017-04-13삭제
수고많으시네요 ~미안합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네.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밥은 굶지않아 감사합니다 조금이라도후원하고 싶어요
이수향|2017-04-13삭제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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