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대전법당
천 일 동안 사시예불을 올린 제순희 님의 수행이야기

매주 여러 회의로 활기가 넘치는 대전 둔산법당! 한 번쯤 오시면 규모와 크기에 놀라는 대법당에선 매일 오전 9시면 은은한 목탁 소리가 들려옵니다. 곧이어 낭랑히 들려오는 예불문!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천 일 동안 사시예불를 올린 제순희 님 수행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법륜 스님을 만나다

90년대 후반, 대전에 있는 한 절에 다녔습니다. 스님 염불 소리가 좋아 절에 다니면서 천수경도 외우고, 밥도 먹고, 그곳에서 사람도 사귀며 다녔습니다. 그렇게 5년을 다니다 보니, ‘내가 여기 밥 먹으러 오나? 천수경 독송하러 오나? 이거는 집에서 혼자 해도 되는 건데…’ 하며 뭔가를 더 배우고는 싶은 생각이 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평소와 같이 절에 가서 기도도 하고 보시를 하려던 때였습니다. 당시 그 건물 지하엔 운전자불자연합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불교 테이프 판매도 했습니다. 그래서 테이프를 사서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보시해야 할 돈이라 마음에 걸렸지만, 테이프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영인스님의 금강경, 화암스님의 천수경, 반야심경 등등 다양한 테이프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제일 쉬워 보이는 테이프 하나를 골랐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스님이지만 제 수준을 고려해서 고른 게 ‘불교의 첫걸음’, 그것이 법륜스님과 제 인연의 시작이었습니다. 테이프를 다 듣고 ‘아, 불교가 이런 거구나.’ 라는 것을 알았고, 대전 부사법당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간 날이 딱 반야심경을 시작하기 바로 전날이었고 한번 들어보기로 하였습니다.

부처님오신 날 제순희 님
▲ 부처님오신 날 제순희 님

청국장에 싫고 좋고가 있나, 내 마음에 있나?

법륜스님께서 아주 열정적인 법문 1시간을 하시고 난 뒤에,
“청국장에 좋고 싫고가 있는 거요? 내 마음에 있는 거요?”하고 물어보셨습니다. 내가 제일 앞에 앉아서, ‘청국장에 있어요’하니까, 법륜스님께서 “에이, 보살님 외국인들은 그 냄새를 안 좋아해요.”
내 마음이 짓는 거라는데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열심히 배운다고 스님 바로 앞에 앉아서 엉뚱한 소리만 했습니다. 내용도 모르고 다녔는데, ‘그래도 이거다’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요일은 여기가 무조건 1순위이었고, 거의 빠지지않고 지금까지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이니, 무아니, 내 생각이니, 이렇게 하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습니다. 나누기하라고 하면 분별심이 일어나서 힘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법문에 대해서 나누기하지 않고 가정사 얘기하면, 저런 얘기를 여기 와서 왜 하나?’ 이래서 나누기도 하지않고 방에 가서 잡담했습니다. 또 허구한 날 상을 짓지 말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조금씩 알아갔습니다.

사시기도의 시작

금강경을 배우고 있었을 때, 법륜스님께서 백일기도를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사시기도를 금강경 읽는 걸로 100일 동안 했었고, 그후 사시기도 법을 배워서 일곱명이 돌아가면서 했습니다. 그렇게 기도를 하다가 대전 둔산법당이 생기면서 도반들 넷이서 사시기도를 100일씩 맡아서 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하다가 대전정토회 대표인 정경주 님이 사시기도 방법을 좀 바꿔서 법당이 안정되게 한 사람이 3년을 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저는 무슨 3년이야 하면서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갔는데 다시 묘광법사님이 사시기도를 해보라고 부탁을 하는 것입니다. 마음속으로 교통비, 하복비, 동복비, 초, 향도 보시를 받든 안받든 간에 부담이 되어 또 거절했습니다.

또 그렇게 몇 달이 지나갔습니다. 2014년 4월 초, 월정사에서 며칠 머무는데 새벽 4시에 눈이 무릎까지 쌓였을 때인데, 그 엄동설한 추운 날씨임에도 그곳 스님이 온풍기 하나 틀어놓고 기도를 열심히 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나도 뭔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0년 후에도 잘했다고 생각할 것 같아서 이 마음이 변하기 전에 얘기를 하고 그렇게 사시기도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시기도 중
▲ 사시기도 중

1000일을 한결 같이

사람들이 사시기도 하면서 힘든 데 없었냐고 물어보는데, 하기 싫다는 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에 법문 들은 것도 있으니까 나갈 때마다 기도 할 수 있어서 참 좋구나 하는 마음으로 다녔습니다. 그리고 사시기도할 때 관세음보살 관음정근을 15분 했는데, 다섯 명이 처음 시작할 때 관음정근은 더 길게 하자고 했습니다. 그러면 무의식에 더 깊이 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반복해서 하다 보면, 더 길게 할수록, 나를 보는 힘이 더 생기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내 생각, 내 위주로만 봤던 게 진짜 그 사람 문제로 보였습니다. 그 사람 문제로 봐지니까, 내가 휘말리지 않게 되고, 그 사람이 화를 내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는 것입니다. 안 될 것만 같던 게 관점이 바뀌니까 되었습니다. 내 입장, 내 생각을 내려놓는 게 어렵지만 내려놓은 만큼 마음은 편해집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

어깨 인대가 상했는데도 이번 생에 제일 잘한 건 사시기도입니다. 몸이 약해서 힘들면 병이 나는 체질이라 무리를 안하는 편인데 3년 동안 기도 마치고 죽어도 좋다는 심정으로 했습니다. 제 인생은 전부 남편 뒷바라지만 하고, 자식만 키우며 살았고, 저의 발전을 위해서 한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근데 이 1000일은 정말로 오롯이 나를 위해서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도하면서 끝날 때쯤 돌이켜보니 어두운 터널에 갇혀 있었다가 부처님법을 따라서 가다보니까 드디어 그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 나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관점이 바뀌면서 스스로 편해진 게 느껴졌습니다.

이제, 남은 인생은 기도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법륜스님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지만, 혹 다음 생이 있다며 결혼 안 하고 수행자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꼭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사시기도 마지막날 도반과 함께(가운데가 제순희 님)
▲ 사시기도 마지막날 도반과 함께(가운데가 제순희 님)

글_배성화 (대전법당 희망리포터)
편집_하은이 (대전충청지부)

전체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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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안

뭉쿨합니다
진정한 수행자..

2017-05-02 08:46:26

解脫智

감동입니다.
보살님 건강을 기원합니다..^^

2017-05-02 08:43:04

무애장

감동적입니다

2017-05-02 07: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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