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구미법당
김정화 님의 일과 수행의 통일, 미용실은 나의 전법의 장

정토법당 보다 더 정토스러운 미용실

탁자를 빼곡히 채운 정토세상
▲ 탁자를 빼곡히 채운 정토세상

한 사람의 고객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자그마한 미용실 곳곳에 크고 작은 화초들이 빼곡하다. 그렇지 않아도 숲속 미용실로 불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보통 미용실에서 익숙한 독한 약품 냄새가 안 난다. 마침, 자매처럼 손님과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며 머리를 손질해 주는 김정화 님을 기다리며 미용실을 둘러보았다.

먼저 사업자등록증 바로 아래에 ‘인생살이의 원리, 모든 것은 나로부터 나아가 나에게 돌아옵니다. .......’ 스님의 말씀이 보인다. 그 옆 손님용 옷걸이 밑 벽에는 삶의 십계명이 적힌 JTS팸플릿이 있고, 계산대 옆 벽에는 복사꽃 그림이 있는 예쁜 정토회 달력과 ‘나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라는 명심문이 걸려있다. 소파에 앉으니 탁자 위에 여러 권의 JTS소식지와 법륜 스님의 저서 <행복>이, 탁자 유리 밑에는 정토회 경주역사 기행 전단지가 반듯하게 놓여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파에 앉아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게시판에는 빈 그릇 운동 홍보와 스님 도서 미니 홍보 전단과 천일결사의 목표가 있다.

더 놀라운 건 손님의자에 앉아 바라본 거울이 있는 정면 벽이다. ‘깨끗하고 맑은 세상, 아름다운 지구 만들기’ 실천 방법이 있고 캔, 종이컵, 기저귀, 비닐,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용기가 썩는 기간’을 손글씨로 자그맣게 써놓았다. 거울 옆 선반 위에는 JTS 모금 통인 커다란 우유병이 있고 그 아래에는 JTS의 생각 삼계명이 있다. 정토회판 보물찾기가 따로 없다. 긴 시간 머리를 하며 지루할 틈이 없는 구석구석 깨알 전법이다.

숲 속 미용실 김정화 보살님
▲ 숲 속 미용실 김정화 보살님

진짜 수행은 법륜스님을 만나고부터

김정화 님은 2013년 정토회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올해 초 경전반에서 개근상을 받고 졸업하였으며 지금은 수행법회 집전을 하고 있다. “그동안 이 절 저 절 이 산 저 산 천지를 돌아다녀 장판 때 많이 묻혔지만, 진짜 수행은 법륜스님을 만나고부터라고 한다.

“2012년 1월 1일 827차 <깨달음의 장>을 마치고 나오니 문경수련원에 눈이 무릎만큼 쌓였다. 그 산에서 내려오며 나는 비로소 새롭게 태어났음을 실감하였다.”고 한다. 그리고는 천 일 동안 108배를 하고 마음대로 살자고 다짐하였고, 2017년 6월이면 이천일 수행을 회향한다고 하니 그 발심이 짐작이 간다. “<깨달음의 장>을 마치고 구미로 돌아와서 정토 법당을 찾았다. 마침 신생법당으로 할 일이 많았던 구미법당에서 수행법회를 하면서 활동가들과 함께 희망편지 서명운동과 JTS거리모금과 정토회 홍보활동을 하였다. 홍보를 할 때는 찜질방과 캠프장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미용경력 20여 년 동안 기술봉사 활동을 꾸준히 해 온 덕분에 봉사활동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그러는 중에 ‘문경살이 10일’에 참여 할 기회가 있어서 문경수련원 행자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며 릴레이 기도에 동참하였고, 행자들의 만 배 정진에 아픈 몸을 이끌고 동참하기도 하였다. 만 배를 하고는 물에 젖은 스펀지처럼 무겁고 아프던 몸이 거짓말처럼 가벼워져 모든 게 마음의 작용임을 깨달았다. 기도를 하면서 내 것인 줄 알고 쌓아올린 것이 모래성이며 욕심만큼 고통이 따랐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리하게 벌였던 사업이 몰락한 것도 모두 내 욕망의 결과물임을 알게 되었다.”고 김정화 보살은 말한다.

법륜스님께 인정받은 천일의 수행
▲ 법륜스님께 인정받은 천일의 수행

이것이 일과 수행의 통일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지 1년 만에 사업을 한다고 중단했던 미용실을 다시 개업하였다. 매일 아침 정토회 홍보 전단지가 든 가방을 들고 출근을 한다. 출근길에 때로는 마음자리를 살피는 경행을 하며, 때로는 진작에 붙여서 낡은 전단을 교체하며 20여 분간의 귀한 시간을 즐긴다. 미용실에 들어서는 고객들에게 희망편지 앱을 깔아주고, 스님 동영상도 짬짬이 틀어준다. SNS 블로그 밴드에 가입해서 스님 말씀을 전하고, 앞머리 커트 1,000원은 모금통에 손님이 직접 넣어 기부하기를 권한다. 기부하는 마음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저금통에 1,000원을 넣으며 기뻐하는 손님들을 보는 보람이 크기 때문이다. 또, <월간 정토>에 관심을 보이면 빌려주고, EM을 만들어서 무료로 나눠주는 환경실천도 한다.

5년이 되니 이제 미용실은 전법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온갖 자잘한 고충들을 털어놓는 동네 사랑방이 되었다. 차분하고 일상적인 전법활동이지만 교회전도사이면서 사위, 딸, 여동생까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상가주인과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동네에서도 예수쟁이하고 불자가 잘 지낸다는 농담을 편하게 던질 정도로 별 문제 없이 지낸다.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하니 입소문을 타고 멀리서 오는 고객도 있고, 이사를 가서도 머리만큼은 여전히 단골로 드나드는 이들 덕분에 미용실 운영에 큰 어려움은 없다.

손글씨로 전하는 환경실천
▲ 손글씨로 전하는 환경실천

이제 만행을 마치고

“2017년 6월 이천일 회향, 이제는 평화통일 발원을 회향하고 싶다. 불평하면 불평할 일이 생겨나고, 감사하면 감사할 일이 생겨나는 법을 알았으니 나는 이제 바른 길을 흔들림 없이 갈 수 있다. 아는 만큼 나를 찾는 고객에게 전법하겠다. 며 유쾌하게 웃는다. 때론 웃으며 때론 눈물지으며 긴 시간 나누기를 한 김정화 님의 배웅을 받으며 미용실을 나서는데, 이런 정화 님을 품고 있는 정토회에 새삼 큰 신심이 우러난다. “돌아보니 정처 없던 만행이었다.”는 보살님의 삶의 나눔에 무척 감사하다.

글_신갑순(구미정토회 희망리포터)
편집_박정미(대경지부)

전체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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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순

와우..
바로 옆동네로군요.
가슴 뭉클해지는 수행담.
훈훈합니다.

2018-02-01 06:32:52

전채민

정말 인생을 멋들어지게 맛깔나게 사시는 김정화보살님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따라 배우기라도 해야할 것 같아요~^^

2017-05-12 02:29:23

이서현

존경스럽습니다~^^수행자들에게 모범이 되십니다~본받고 뒤에서 따라가도록 수행정진 하겠습니다.

2017-05-11 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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