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최은희 님의 기고글입니다.

송파법당 최은희 님은 스님의 법문을 통해 마음수행을 하신 분입니다.
번뇌를 너머 스승의 말씀에 따라 마음 들여다보기, 알아차림 등으로 길을 찾아가는 여행기.
그리고 그 여행 끝에 나를 기다려주며 숨고르기 하는 돌아봄까지.
최은희 님의 수행담을 들어보시겠습니다.

수행은 '진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입니다.
▲ 수행은 '진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입니다.

수행이라는 빛

지금 저는 매우 행복합니다. 처음부터 만족하고 감사하는 마음이었을까요? 아닙니다. 2013년 불교대학에 입학할 당시에는 ‘나만 피해자고 희생자’라고 생각하며 억울해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미움으로 가득했습니다. ‘이혼’과 ‘하우스 푸어’는 내 인생의 재앙이었습니다. 왜 나만 재수 없는 이런 불행을 겪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괴로워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스님의 ‘즉문즉설’을 접하게 되었지요.

많은 법문 중에서도 자식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는지 자녀에 관한 법문이 가슴에 더 와 닿더군요. 핵심은 ‘자식 잘 되기를 바란다면 배우자에게 참회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스님이 남자라서 남자 편만 드시는 것 아냐?”, “내가 뭘 잘못했는데 참회를 해? 저 인간이 참회를 해야지.” 하는 의구심과 반발심이 일어났지만 “그냥 해보라”라는 말씀대로 ‘그냥’ 했습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뭔들 못하겠냐는 심정이었지요.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나의 잘못이 하나둘씩 떠오르며 남편에게 진정으로 참회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그때까지 남편은 천하의 나쁜 놈(?)이고, 나는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착한 여자였습니다.

남편에게 참회 기도를 한지 한 달쯤 지나자 남편에게 연락이 왔고, 아이들도 저에게 아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아빠 이야기만 하면 화를 내는 엄마를 피해 아빠와 아이들은 연락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남편에 대한 참회에 이어 딸과 동생, 아들 내외와 부모님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참회 기도를 하였습니다.

그동안 내가 죄를 죄인 줄도 모르고 살았음을 알았습니다. 스님 말씀처럼 저는 ‘착한 여자 병’ 중증 환자였습니다. 비로소 내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로 주변 사람들을 엄청 괴롭혔다는 자각을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주변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들에게 빚쟁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엉킨 실타래 같았던 내 삶이 술술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일어나는 답답한 일도 기도하면 신기하게 술술 해결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기도를 열심히 하게 되더군요. 여행을 가도 기도할 장소를 물색해서 반드시 했습니다.

어떤 때는 테니스 코트장에서 혹은 찜질방 한쪽 구석에서도 했습니다. 그런데 더 열심히 하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도반이 추천해 준 절 수행으로 장애를 극복한 한경혜 님의 책을 읽었고, 그로 인해 절 수행에 더 매진했습니다. 그야말로 절이 하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였습니다. 다른 절 철야 기도회에도 참석해 밤새 절하기도 하고 산에 있는 절에서 천 배를 하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천 배를 20여 일쯤 했을 때 이 또한 욕심이라는 법문이 들려왔습니다. 기도를 하면 바라던 바가 이루어지니 더 많은 기대감으로 기도에 욕심을 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절 수행에 대한 욕구가 줄어 차분한 마음으로 아침 수행만을 하였습니다.

내가 나를 기다려주기

이렇듯 꾸준히 하던 수행에 마가 끼었습니다. 갑자기 기도하기가 싫어졌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내키는 대로 삼사일 하다가 조금씩 기도를 잘라먹고 하다가 아예 중단해 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불편하면 다시 시작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도를 중단하게 된 발단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스페인 장기 여행이었습니다.

지난해 3년 기도를 100일쯤 남겨둔 시기에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걸었습니다. 이 여행을 통해 나의 모든 업식을 털어버리고 정토회에 매진하겠다는 나름의 각오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후 수행자의 삶에 대한 열정이 완전히 식어버렸습니다.

처음에는 내 스스로도 놀라 법사님께 상담도 받았습니다. ‘마음에서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씀을 듣고는 나의 나태함을 합리화했습니다. 가끔씩 마음이 내키면 수행기도를 하곤 합니다. 이는 기도로 얻었던 성공사례에 대한 향수라고나 할까요. 이내 세상 재미에 휩쓸려 다시 기도를 중단합니다. 그러다가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은 지난 세월의 공덕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잘 살기 위해서는 지금 그 공덕의 씨앗을 심어야 한다'는 말씀을 떠올리며 다시 수행을 시작하지만 이내 포기하고 맙니다.

예전의 꾸준함을 어떻게 해야 되찾을 수 있을까요? 라고 묻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다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이 종교 저 종교 이 절 저 절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지 말라는 수행문에 걸려 혼자 끙끙거리고 있습니다. 비록 건성 건성이지만 수행의 끈은 놓지 않고 있어 다행입니다. 처음 수행할 때의 초발심을 되찾아 제대로 된 수행자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돌아보자

며칠 전, 아들과 아버지, 딸과 아버지 사이의 갈등을 보면서 내가 휩쓸려 싸움판을 크게 만들 뻔했습니다. 그러나 스님께 배운 법문을 내게 적용한 덕분에 싸움이 크게 일지 않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남편과 자식 양쪽을 나무라며 화를 내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나는 나대로 화를 내어 괴롭고, 그들은 내가 키운 싸움판에서 더 큰 화를 내며 서로 상처를 주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갈등을 싫어하는 나의 불편한 마음을 그동안 남 탓으로만 돌려왔던 내 어리석음을 보았습니다.

예전에 스님의 법문을 그저 남들의 이야기로 재미로만 여겼습니다. 그것을 내 삶에 적용까지는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한번 적용하고 나니 두 번째는 훨씬 수월하였습니다. 이러한 일은 어리석음을 조금이나마 벗겨 지혜의 길로 가는 느낌입니다. 저는 누군가의 공덕으로 지금까지 잘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괴물에서 인간으로, 그것도 행복한 수행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스님의 은혜도 알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오늘만 아니라 내일의 행복을 위하고, 그동안 입은 모두의 은혜를 갚기 위해 부지런하게 수행 정진하겠다는 다짐입니다. 그 다짐을 꼭 지키기 위해 널리 알리는 수행 선언문입니다. 일체 만중생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글_최은희(송파법당)
정리_ 김희정 희망리포터(송파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