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북미서북부지구
우리는 행복한 수행자
봉축법회 소식

매년 정토회뿐 아니라 모든 절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행사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시애틀 법당에서도 4월 30일 일요일에 봉축법회가 열렸습니다. 보통 5월 중에 부처님 오신 날 행사가 있는데 올해는 윤달이 있어서 일찍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서 한 달 전부터 연등을 만들고, 법당 안과 밖에 연등을 다는 등 많은 준비를 합니다. 또 많은 분이 참석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홍보 활동도 합니다.

이곳이 바로 정토 세계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위해 한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팀을 나눠 준비를 합니다. 한 팀은 공양간 위층 방에서 연등을 만들고 다른 한 팀은 연등을 달 줄을 매달고, 플라스틱 연등 다는 작업을 합니다. 연등 만드는 팀은 일단 새로 바꿔야 하는 연등이 몇 개나 되는지 살펴보고 목표량을 정하고, 낡은 연등을 들어내 꽃잎과 안에 싸여 있는 종이를 떼어내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봉축법회 준비에 처음 참여하는 도반들과 한 살에서 다섯 살 된 아이까지 모두 신이 나서 달려듭니다. 날씨까지 도와주니 모든 일이 축제의 한순간 같습니다.

매년 하던 도반들은 풀을 능숙하게 준비하고 하얀 속종이를 붙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연잎 하나하나 접어서 붙이는 작업을 손수 보여주며 노하우를 전수해줍니다. 그리고 정토에서 빠질 수 없는 마음 나누기를 서슴없이 합니다. 이곳이 바로 정토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얀 속종이를 붙이며 도란도란 담소 중인 도반들 (왼쪽부터 송인철 님, 변경임 님, 다섯 살 된 정이선 님, 이혜정 님, 오숙진 님)
▲ 하얀 속종이를 붙이며 도란도란 담소 중인 도반들 (왼쪽부터 송인철 님, 변경임 님, 다섯 살 된 정이선 님, 이혜정 님, 오숙진 님)

어우러진 연등 색감

밖에서 연등을 다는 팀은 아무래도 힘을 쓰는 일이라 남자 도반들이 대부분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모든 법당 일에 솔선수범하는 김학로 님의 진두지휘 아래 모든 분이 ‘예’하고 따릅니다. 남자분들이 색에 대한 감각도 있으셔서 다른 색의 연등이 서로 어우러지게 잘도 다십니다. 이렇게 단 바깥 연등은 봉축법회가 끝나도 5월 내내 달려있을 예정입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종이로 만든 연등이나 플라스틱 연등이나 어느 것 할 것 없이 연등 색깔은 어떻게 이리 아름다울까요? 제 눈에만 그리 보이는 것은 아니겠지요? 여기 시애틀에서는 매년 아시아인들의 행사가 열리는데 한인들은 연잎을 구해와 연등 만드는 행사를 합니다. 그럴 때마다 외국 사람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그 이쁜 색깔을 감탄하며 서로 만들기 위해 줄을 섭니다. 그러니 저만 그렇게 보는 것은 아닌 게 분명합니다.

조화롭게 연등을 다는 남자 도반들 (왼쪽부터 최재동 님, 김학로 님, 박현수 님, 하주홍 님)
▲ 조화롭게 연등을 다는 남자 도반들 (왼쪽부터 최재동 님, 김학로 님, 박현수 님, 하주홍 님)

연등 울력

시애틀 법당은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매년 하루 정도 시간을 내어 차로 1시간 떨어져 있는 서미사라는 절에 가서 연등 울력을 합니다. 서미사의 신도분들은 다들 연세가 꽤 있으셔서 연등을 다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 사정을 아는 시애틀 도반들이 매년 마음을 내어 출동합니다. 도반들의 마음과 정성이 대단하지요? 저는 그런 도반들이 있는 우리 법당이 자랑스럽습니다.

서미사 주지 스님이신 일면스님은 이렇게 마음을 내주는 정토 도반들이 일을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그 모습을 지켜보시며 무엇이 필요한지 쉼 없이 살피십니다. 매년 하던 일이라 이제는 뭐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훤합니다. 연등 달 줄을 매기 위해 기둥을 가져오고 사다리에 올라가 줄을 매는 사람, 사다리를 잡아주는 사람, 기둥이 설 자리를 아는 분의 지휘로 일사천리 실수 없이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은 절의 곳곳에 삐져나와 있는 풀을 호미로 야무지게 뽑습니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신이 나서 돌에 담긴 물을 가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매년 함께 오는 아이들이니 올 때마다 한 살씩 먹습니다. 이것 또한 해마다 신기합니다.

서미사 울력을 하면서 또 좋은 일 중의 하나가 모든 일을 마치고 함께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하고 헤어진다는 것입니다. 노동하고 먹는 식사이니 얼마나 맛있겠습니까. 법당에서 하는 봉사도 뿌듯하고 행복하지만 법당 밖에서 하는 봉사도 감동스러울 때가 참 많습니다. 내년에 또 봬요 스님.

서마사 울력을 마친 도반들 (아래 왼쪽부터 박근애 님, 김학로 님, 어린 정이선 님, 일면스님, 어린 정이안 님, 주상휴 님, 김지원 님, 자고 있는 어린 도반 송유나 님; 윗줄 왼쪽부터 송호성 님, 박현수 님, 정현준 님, 하주홍 님, 하혜숙 님, 이경숙 님)
▲ 서마사 울력을 마친 도반들 (아래 왼쪽부터 박근애 님, 김학로 님, 어린 정이선 님, 일면스님, 어린 정이안 님, 주상휴 님, 김지원 님, 자고 있는 어린 도반 송유나 님; 윗줄 왼쪽부터 송호성 님, 박현수 님, 정현준 님, 하주홍 님, 하혜숙 님, 이경숙 님)

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회

4월 30일 봉축법회 행사가 있는 날입니다. 그 전날 예행연습을 하긴 했지만, 제 9차년도 천일결사가 시작되면서 전면적으로 바뀐 실무진이 처음 치루게 되는 행사라 실수를 줄이기 위해 다들 분주합니다. 그 전 주까지는 괜찮았는데 마침 행사 당일에 비가 옵니다. 아무래도 해가 맑을 때보다는 오시려고 했던 분들의 발걸음이 무겁지 않을까 살짝 걱정해봅니다. 하지만 우리는 수행자이니 다만 자신의 소임을 다할 뿐입니다.

시애틀 법당에서 제일 연세가 많으시지만, 마음에는 제일 주름이 없으신 최재동 님이 흔쾌히 연등 접수하는 소임을 맡아주셨습니다. 영가등과 연등에 붙일 종이 위에 쓰는 이름 한 자 한 자에 정성을 기울이시는 모습이 감명스럽습니다. 제가 70세가 넘어서 최재동 님의 모습 비슷하게라도 열린 마음과 정성스러운 마음을 동시에 가지게 된다면 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정성스레 연등을 접수하는 도반들 (왼쪽부터 최재동 님, 오숙진 님)
▲ 정성스레 연등을 접수하는 도반들 (왼쪽부터 최재동 님, 오숙진 님)

시애틀 법당의 마스코트

행사 진행 중 헌등을 할 때는 시애틀 법당의 첫 어린 도반으로서 마스코트가 되어버린 정이선 님이 함께 해주었습니다. 그의 뒤를 따라 동생 정이안 님이 함께 동행합니다. 이번 봉축법회 프로그램은 미래의 새싹들이 함께 하게 되어 의미가 더 큰 것 같습니다.

헌등을 하는 어린 도반들 (왼쪽부터 박선민 님, 정이선 님, 정이안 님)
▲ 헌등을 하는 어린 도반들 (왼쪽부터 박선민 님, 정이선 님, 정이안 님)

이만하면 잘 치른 행사

이번 봉축법회에는 시애틀 정토회원 약 35명과 외부 손님 15분 정도가 참석했습니다. 법회가 시작되기 전에는 오색연등과 행사를 위해 한복으로 곱게 단장한 보살님들 그리고 하객들로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법회가 시작되면서 법당은 편안하고 안정된 분위기로 바뀌어 법륜스님의 법문, 욕불의식 및 천도재 시간에는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였습니다. 법회 후에는 도반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점심 공양으로 분위기가 다시 축제 분위기로 바뀌어 자원봉사자는 물론 참석해주신 하객들도 공양과 담화를 맘껏 즐기고 돌아가셨습니다.

행사 도중 마이크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은 점을 제외하고는 행사를 잘 치른 것 같아 시애틀 도반들의 감회가 남다릅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내년에는 어떤 점을 개선하고 어떤 방법으로 더 효과적으로 많은 분에게 법의 인연을 맺어줄지를 고민하는 자리도 가졌습니다.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한 길을 함께 걸어가는 도반들이 있어 더없이 행복합니다. 우리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봉축법회에 참여한 수행자들과 법의 새싹들
▲ 봉축법회에 참여한 수행자들과 법의 새싹들

글_박근애 희망리포터 (북미서북부 시애틀)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

전체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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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선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네요...거사님들의 모습이 많이 보여 더욱 아름답네요...늘 행복한 법당 가꾸어가시기 기원합니다..._()_...

2017-05-27 14:13:53

이수향

모자이크 붓다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다른 절에 가셔서 봉사하는 모습도 감동적입니다.^^

2017-05-22 09:2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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