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북미동남부지구
생일 선물 같은 불대 수업
가을 불대생 김은혜 님 수행담

내 마음의 고통의 원인이 무엇일까.
마음의 참모습을 찾은 끝에 만난 진짜 나의 모습.
김은혜 님의 가슴을 울리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친구들이 말없이 떠나버리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부터 같이 학교 수업을 들으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나이가 한참 어린 동생들 사이에서 공부를 해야 했던 상황이라 동갑인 그 친구와 저는 금방 아주 친하게 되었고 단짝처럼 붙어 다니며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무슨 일인지 그 친구가 절 멀리하는 게 느껴졌고 연락도 받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친구가 떠나고 한참이 지나 저보다 나이가 두 살 많은 언니와 친하게 되었습니다. 그 언니와 저는 기독교가 강한 미국 사회에서 둘 다 불교 집안에서 자랐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더 쉽게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기독교 신앙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저는 오히려 한국 불교에 대한 관심을 점점 가지게 되었고, 마침 우연히 한국 책방에서 현각스님의 <만행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란 책을 접하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중 친하게 지내던 그 언니가 연락을 끊었고, 저를 회피하는 몇 년 전과 거의 똑같은 결별의 과정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수업을 마치고 도반들과 함께 (가운데에 김은혜 님)
▲ 불교대학 수업을 마치고 도반들과 함께 (가운데에 김은혜 님)

지난번 친구가 떠났을 땐 그 친구가 이상한 사람이어서 날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또 같은 일이 벌어지자 이건 친구들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친구들과 사귐에 있어 이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책감, 또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는 억울함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얼마나 그 시간이 힘들었으면 평소 용기가 없어 가지 못했던, 숭산스님의 제자들이 세운 미국 절에 나가게 되었고, 우연히 한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나를 둘러싼 모든 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엄청난 집착과 주위 사람들에게 완벽한 나의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강한 욕망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들이 이상해서 날 떠난 것도 아니었고, 내가 고통스러웠던 이유가 그 친구들이 떠난 게 슬퍼서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고통스러웠던 이유는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주위 사람들이 날 떠나니 다른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웠던 것이었고,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에 금이 가는 게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나의 본성을 찾아서

명상 중인 김은혜 님
▲ 명상 중인 김은혜 님

그렇게 잠시나마 진리의 열매 맛을 본 저는 계속 부처님의 가르침에 목이 말랐습니다. 그러던 차에 한국인이 많이 사는 버지니아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우연히 뉴스에서 '법륜스님'의 이름을 듣게 되어 인터넷에서 스님의 즉문즉설을 찾아 듣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스님께서 제가 살던 지역으로 강연을 오셔서 강연회도 직접 나가봤습니다.

‘아! 이 스님은 알고 계시는구나. 이 스님을 따라 공부하면 나도 진리를 찾을 수 있겠구나!’

기대에 찬 저는 불교대학에 등록을 하고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공부를 마치고 또 미국에서도 공부를 하게 되었지만, 진리는 찾아지지 않고 허전한 마음이 가슴 한켠에 항상 남아있었는데, 불교대학 교육과정을 보면서 그 공허함이 기대감으로 바뀌게 되고, 기쁜 마음으로 가을 불교대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직장 일을 마치자마자 급하게 저녁을 먹고 듣는 수업이라 때로는 육체적으로 힘이 들기도 하고, 졸음이 오기도 하고 꾀가 생겨 빠지고 싶기도 하지만, 일단 수업이 시작되고나니 인간 본성과 그것에 대한 부처님의 명확한 통찰과 분석, 그리고 그것을 너무나 쉽게 설명해주시는 법륜스님의 가르침에 마치 화요일 저녁은 생일날, 생일 선물을 뜯어보는 아이 같은 마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불대 수업을 준비 중인 김은혜 님
▲ 불대 수업을 준비 중인 김은혜 님

사람들이 날 무시한 게 아니라 내가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것이 고통의 원인이었고, 누구에게나 완벽해 보이고 싶은 내 모습은 허상일 뿐이지 실제의 내가 아니었고, 그러다 보니 허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생길 때마다 고통스러웠던 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내 환상을 알아차리고 내 본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니 마음이 평온해질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과의 관계도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업식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리는 없는 법. 앞으로도 꾸준히 배우고 수련하여 제 마음의 행복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불행도 알아차리고 도와줄 수 있는 삶을 살기를, 그것을 수행 과제로 삼고 실천하기 위해 정진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글_김은혜 (북미동부 버지니아법회)
담당_김선태 희망리포터 (북미동부 버지니아법회)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

전체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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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명심

불교대 수업에 생일 선물을 뜯어보는 아이 같은 마음이라고 하셔서 인상 깊었습니다. 수행담으로 마음이 따듯해집니다. 감사합니다.

2017-06-12 21:59:45

이정인

진솔한 나누기가 울림이 있네요~, 법 만난 도반님 축하합니다!!

2017-06-12 21:26:04

김선태

같은 버지니아 가을 불대생으로써 재밌게 읽었습니다!

2017-06-12 21: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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