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법을 아는 사람은 애써서 사람을 사귀지 않는다고 합니다. 인연일 때 곁에 있고 언제든 집착하지 않고 떠난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은 사귀지 않아도 어느 날 문득 곁에서 나란히 걸어줍니다.

지난 금요일 늘 그렇게 옆에 있었던 사람처럼 반가운 목소리로 “오셨어요” 하며 반겨주는 김민정 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언제나 법당에 들어서는 모든 도반의 이름을 불러주고 반갑게 맞이하는 사하법당의 행복에너지 김민정 님을 소개합니다.

방긋  웃으며 도반을 맞이하는 김민정 님▲ 방긋 웃으며 도반을 맞이하는 김민정 님

갑자기 기사를 써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앞이 막막하였습니다. 마침 가을불교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어 리포터와는 2016년 가을불교대학 저녁반 모둠장과 학생이라는 인연으로 만난 가을불교대학 저녁반 담당자 김민정 님의 삶과 수행 이야기를 써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전화 하니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약속이 있어 조금 늦은 시간 죄송한 마음으로 법당에 들어서니 김민정 님은 늘 그렇듯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통일정진 300배 집전을 마치고 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늦은 시간이었고 다음 날 정토회 활동가들과 아침 일찍 워크숍을 다녀와야 해서 가벼운 얘기로 차나 커피 한 잔 마시며 김민정 님의 삶 속으로 함께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다른 훌륭하신 분들이 많으신데, 제가 삶과 수행 얘기를 할 인물이 될는지.. ”

평상시 말괄량이 삐삐를 연상케 하는 모습과는 달리 부끄러워하는 모습, 반쯤 고개를 들어 허공에다 먼 눈길을 보냅니다. 어미 새를 쫓아가는 아기 새 마냥 저도 그 길을 따라갑니다.

하얀 눈밭에서~~(맨 앞쪽:김민정 님)▲ 하얀 눈밭에서~~(맨 앞쪽:김민정 님)

정토회와의 인연

"2003년 남편 사업차 아이들(딸 하나 아들 하나) 데리고 태국에 갔었어요.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이국 땅에서 외로울 때 성당 다니시는 분이 정토회를 소개해주었고 정토지를 보고 금강경을 들으러 갔어요. 그때는 컴퓨터로 영상을 보지 않고 일반 가정집에 모여서 녹음 테이프로 법륜 스님의 법문을 들었지요. 지금처럼 스마트 폰도 없던 때라 “00 님, 일어나셨어요?” 하며 새벽에 전화해서 도반들과 새벽 수행을 했지요. 지금도 문자 보내는 것보단 전화하는 게 편하답니다. (하하)"

가을 불교대학 저녁반 JTS 거리모금 ▲ 가을 불교대학 저녁반 JTS 거리모금

이국땅에서 힘든 것은 없었는지, 있다면 극복한 계기는요 ?

"쿠데타가 일어나고 사스에 쓰나미까지, 어휴, 말도 말아요. 이런 사건들이 남편의 사업에 영향을 미쳐 아이들 학교도 겨우겨우 보냈어요. 아이들 학교 보내고 오전 10시에 법당에 가서 사시 예불을 드리며 그때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왜 이렇게 참을 수 없는 일들이 많을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참고 있을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법륜 스님께서는 인도 가시기 전이나 다녀오고 나서 태국에 들르시면 저희가 가정집에서 공양을 해드렸어요. 스님께서 저를 보며 하시는 말씀이 “착한 여자 무섭다.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으세요?”였어요."

김민정 님은 말을 하며 다소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의외네요. 지금은 늘 당당하시잖아요?” 하니 당시의 마음을 떠올리며 말합니다.

"남편에게 많이 의지했었거든요. '만약 남편이 갑자기 죽게 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에 겁이 났었어요. ‘내 인생의 주인이 되겠습니다’라는 명심문으로 기도하며 생활했지만, 태국에 있는 여러 도반님들의 도움으로 한국으로 갈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었어요.
6개월 정도는 거의 밖에 나가지도 않고 집에만 머물러 있다가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요양보호사 자격증 공부와 함께 지금의 사하법당을 찾게 되었지요. 처음 사하법당에 와서는 내가 주인이라는 느낌보다는 손님이라는 기분이 강했어요.
봉사나 소임을 맡기면 언젠가는 다시 남편이 있는 태국으로 가야 한다는 마음에 일하는 것을 꺼렸었어요."

“상상이 안 됩니다. 이렇게 뭐든 열심히 하는데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게.”

"학원도 다니고 있어서 이 핑계 저 핑계 많이 둘러대었죠. (멋쩍게 웃으십니다)
어느 날 “나는 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니까 저녁부 담당자께서 "갈 때 가더라도 2016년 가을불교대학 저녁반 모둠장 한번 해보고 가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 이 인연으로 지금 할 수 있을 때 해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왜 한국에 왔는지, 왜 정토회에 들어왔는지, 삼보에 귀의하고 수행자로 살기로 다짐했는지가 보이더군요."

“지금은 어떠셔요?”
"보시다시피 이렇게 자신감 넘치잖아요.” 하며 양팔을 아래위로 흔듭니다. 방금 촉촉했던 눈가는 웃음꽃이 피어나는 거름이 됩니다.

수요법회 홍보 중~~(오른쪽 첫번째 김민정 님)▲ 수요법회 홍보 중~~(오른쪽 첫번째 김민정 님)

담당자 소임을 맡으며 느낀 점과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사람을 좋아하고 잘 챙기는 편이라 가을불교대학 모둠장을 할 때는 재밌었어요. 법당 사정상 제가 가을불교대학 담당자가 되어야 할 때는 컴퓨터를 다루어야 하는 일이 많은데, 제가 컴퓨터를 못해서 겁이 나기도 했었어요.
그래도 이번 기회에 한 번 컴퓨터를 이겨 보자는 마음에 모르는 건 묻고 끙끙대며 밤늦도록 컴퓨터 앞에 앉아 씨름하기도 했어요. 도반들의 도움으로 지금은 컴퓨터 켜는 일에 두려움은 없어졌어요. ’도반이 수행의 전부다.’ 이 말은 담당자 하면서 다시금 되새겨지는 말입니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개인 사정상 못 나오겠다던 도반, 결석을 많이 하던 도반을 도반들의 힘으로 끝까지 함께 가는 모습을 보며 봉사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어요. 제가 맡은 자리가 부탁해야 할 일이 많은데 다들 어려운 와중에도 거절하지 않고 묵묵히 해주니 감사함을 느껴요.

언젠가는 남편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겠죠. (그러면서 남편이 보내주신 문자를 보여주십니다) 이것 보셔요. 우리 남편이 보낸 문자에요. ('언제 돌아올 거냐’라는 글이 보입니다')앞으로의 계획 그런 것보단 지금 여기서 행복하게 살 겁니다."

졸업여행에서 도반들과 함께~~▲ 졸업여행에서 도반들과 함께~~

'언젠가는...' 이란 말이 제게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처럼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법당 생활이 힘들 때, 수행에 지칠 때 저에게 힘이 되어주는 분입니다. “힘드실 때 어떤 마음으로 이겨내셨어요?" 라고 했을 때 “그냥 합니다.”라는 그 말이 리포터에게는 어려웠습니다.

그냥? 그냥 한다는 게 가능할까? 온갖 마음이 올라오는 데 그것이 가능한가? 넘어지고 뒤척이며 끙끙대던 불교대학 학생에서 경전반을 올라가는 리포터도 이제는 놀랍게도 속으로 영어 단어 외우듯 ‘그냥 합니다’를 속으로 외웁니다. 다가가야 할 때, 떠나가야 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만난 인연에 더없이 눈물 나게 감사하고 저희 가을불교대학 도반들의 담당자이어서 감사합니다.

글_김형석 희망리포터(사하정토회 사하법당)
편집_유은희 희망리포터(부산울산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