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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무대에 오를 생각은 꿈에도 꿔본 적 없는 듯 공연에는 늘 무덤덤하던 광주법당 도반들은 그저 익숙하게 뒷짐 져온 두 손으로 천일결사 입재식 때마다 전국의 다른 도반들의 공연무대를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기만 했습니다.
어느 날 우리도 같이 한번 공연해보자는 동참과 협조를 도반들에게 구하던 첫 마음! 모든 ‘처음’이 그러하듯, 과연 ‘할 수 있을까?’, ‘왜 굳이?’라는 의구심과 낯섦 속에 과연 몇 명이나 모일는지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입재식 공연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수행은 고요 속에 머무는 상태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출가수행자보다 재가수행자가 훌륭한 이유는, 이 치열한 일상과 부딪히며 매번 맞닥뜨리는 기회들을 무수한 실전으로 삼고 진정한 연습으로 축적시키기 때문이다!”라는 스님의 말씀이 도반들에게 전해져 관점을 새로이 하며, ‘아! 이것 참 재미있는 기회가 되겠구나.’라는 마음을 내어 모여든 서른여섯 별과 꽃과 새와 나비들! 서로 속내를 알지 못하는 채로도 끈끈한 만남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연습시간을 정하고, 노래를 정하고, 안무를 바꿔보는 등 함께 모여 만들어내는 5분 50초의 러닝 타임!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광주법당은 뭔가 보통과 다른 기운이 감돕니다. 흔히 불금이라고 하며 일주일 중 가장 황금과 같다는 그 시간에 갖가지 약속들을 포기하고서 3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연습에 거친 호흡과 뼈 쑤실 때 나올법한 외마디 소리를 내면서도 행복을 전하기 위한 마음으로 법당을 채우는 사랑스러운 도반들의 넘치는 애정을 봅니다.
공연연습도 수행의 하나이며 나를 들여다볼 좋은 기회임을 알아 연습이 시작되기 전, 도반들은 명심문으로 마음을 맑힙니다.
“우리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우리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우리는 행복한 수행자입니다.”
함께 뛰고, 땀 흘리며, 노래 부르는 속에서도 이것이 곧 오늘까지 내가 가진 업식을 뛰어넘게 한 하나의 소중한 체험이었을 것입니다. 몸치, 박치, 음치, 온갖 겸손들로 빚어진 자신을 향한 낮은 평가를 어느새 멈추며 한껏 당당하게 어루만지는 시간이었고, 내가 먼저 행복해서 하는 일이기에 오천 명 앞에서든 만 명 앞에서든 이제 더는 겁내고 위축될 것이 없다 느껴보는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한 주 한 주 연습시간이 보태어지면서 도반들의 마냥 생글생글 미소 짓고 함께하는 힘을 온전히 누리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봅니다.
- 어린 시절, 다시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지 말라고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은 이후 그 상처가 깊이 박혀 이런 자리에 내가 함께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꿨는데, 이번 경험은 나에게 용기를 심어주며 변화를 일으킬 절호의 기회라고 하시는 도반
- 스님 법문 듣는 것만큼이나 공연 준비하며 웃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도반
- 스스로 완벽하다 느끼지 않으면 감히 남들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내보일 엄두도 내보지 않았다는 도반
- 웃고 노래하고 춤추는 시끄러움이 수행에 방해되는 것 같아 솔직히 동참할 마음이 나지 않았었다는 도반
- 이런 기회에 꼭 해보고 싶었는데 남편의 반대로 아쉽지만, 다음에 다시 용기를 내보고 싶다는 도반
- 법당에 자주 나오질 못하고 뜸한 걸음으로 멀어지고 있던 차에 이렇게 참여하여 법당 나오는 걸음이 가벼워지면서 나도 보탬이 되어보자는 마음이 일어났다는 도반
- 이렇게 기다려지고 설레는 입재식은 처음이라며, 좋은 추억이 하나 생길 것 같은 예감에 입재식을 기다리는 내내 참 행복하다는 도반
- 노래에 춤에 자신 없고 잘하지도 못하는 내가 감히 마이크를 잡아도 되는지, 감히 함께해서 민폐가 되는 것은 아닌지, 재차 미안해하고 뒷걸음질을 하다가도 이 업식 넘어보겠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즐겁게 임하는 도반
- 다른 사람보다 둔한 몸이기에 연습만이 살 길이다며 마음으로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자신과 싸움을 고요히 이어오던 도반
- 지금은 누구보다 빛을 발휘하고 자신감이 충만해졌다는 도반까지!
밤이 새도록 일일이 다 늘어놓고 싶어지는 서른여섯 개의 스토리들, 서른여섯 개 각각의 가슴시린 삶들, 무겁게 짓눌리고 긴 세월 켜켜이 새겨진 서른여섯 개의 업식은, 불타는 금요일 저녁이 되면 서른여섯 개의 별과 서른여섯 송이 꽃들, 서른여섯 마리의 새와 나비들로 변신하고야 맙니다. 밤 10시가 될 때까지 이어지는 연습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채여도 어느 한 분 자리를 비우지 않고 다 같이 두 손 모아 마음나누기까지 함께 마치는 풍경에서 삶의 경이를 깨닫게 합니다.
만일결사를 지내오는 긴 시간동안 소극적이기만 했던 관객모드의 뒷짐 진 두 손을 풀고 즐겁고 힘차게 무대 위로 올라가보려 합니다. 다가오는 7월 2일 9-2차 천일결사 입재식에는 전국의 도반들을 향해, 손을 활짝 펴서 미소로 행복을 담아 손짓할 것입니다.
“우리, 자책하지 말고, 안 된다 하지 말고, 버럭 화내지 말고, 습관에 굴복당하지 말고,
그냥 한번 해븝시다! 그냥 가볍게 해블게요!”
글_문수미 희망리포터(광주정토회 광주법당)
편집_양지원(광주전라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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