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6월의 태양 아래 의병들의 발자취를 느끼다

경주역사기행을 겸해 시작된 이 날 행사는 태종무열왕릉을 시작으로 황룡사지, 선덕여왕릉, 사천왕사지를 차례로 거치며 진행되었습니다. 법륜스님께서는 가는 곳마다 법문을 통해 이들 장소가 가지는 당시 신라통일의 의미와 현재 우리가 처한 남북분단의 현실, 또한 통일한국을 향한 의미를 각각 재조명해 주셨습니다. 참가자들은 황룡사지에서의 발원기도를 비롯해 국난극복과 통일의 염원을 담아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하였습니다. 마침내 동국대학교에 도착하여 통일의병대회를 가졌는데, 먼저 통일의병들에게 임명장 수여가 있었고 뒤이어 통일의병이 가져야 할 의병정신에 관한 스님의 법문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통일의병들의 선언문 낭독 후 모든 행사를 마쳤습니다.

통일의병 5기 발대식, 경주 태종무열왕릉▲ 통일의병 5기 발대식, 경주 태종무열왕릉

추희숙 님: 의병대회에 참가하기 전 다른 해외 수련 참가자들과 함께 두북마을 작은 학교에서 잤습니다. 그 학교는 스님께서 어릴 때 다니셨던 초등학교라고 합니다. 정갈하고 깨끗한 잠자리에서 전날의 피로를 푼 후, 아침 예불을 마친 다음 호기심을 가득 안고 경주에 도착했는데, 몇 해 전 남편과 둘이 경주를 방문했을 때와는 많이 다르게 와 닿았습니다.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을 받으며 모여 앉아 의병에 관한 스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평소엔 본연의 임무인 생활인으로 살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땐 생업을 뒤로 한 채 삽과 곡괭이를 들고 전쟁터로 나갔던 의병들. 전쟁터에서 죽으면 그뿐, 죽음에 대한 보상도 공로에 대한 보상도 없었던 의병들. 단지 나라가 구해주길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나아갔던 의병들. 그들의 피가 나에게도 흐르니 이렇게 더운 여름날, 여기 경주에서 그들의 발자취를 찾아 의병 정신을 되새깁니다. 너무 덥고 힘이 들어서 그늘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자주 일어났지만, 이 더위에 삶과 죽음을 넘나들었던 그분들 생각에 쉬고 싶은 욕구를 뒤로하고 대회를 끝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정치인들과 그들을 선택하는 시민들이 더 깨어나서 우리와 우리 후손들은 전쟁터가 아닌 삶의 터전에서 평화롭게 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해외 통일의병들과 함께, 왼쪽 둘째줄 세 번째가 추희숙 님▲ 해외 통일의병들과 함께, 왼쪽 둘째줄 세 번째가 추희숙 님

유럽 통일의병 1기, 한국에서 그 첫 깃발을 들다

신재숙 님: <정토행자의 하루>를 통해 통일의병에 관한 기사를 읽거나 스님의 통일에 관한 말씀을 들을 때마다 통일의병 교육을 받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습니다. 올 초, 마침내 해외에서도 처음으로 통일의병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독일 소재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세 법당에서 뜻 맞는 도반들이 뒤셀도르프에서 모여 교육을 받고 예비의병이 되었습니다. 지난 5월 말, 문경 수련원에서 개최된 해외 활동가 수련이 끝나는 마지막 날, 경주에서 5기 통일의병 발대식이 열려 제1기 해외 예비 통일의병들이 국내 의병들과 함께 발대식에 참가했습니다. 지난 1월 인도 성지순례를 다녀온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예비 통일의병 교육을 받으러 3주를 프랑크푸르트와 뒤셀도르프를 왕복했었습니다. 선로 공사나 기차 노선 변경으로 기차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다시 기차를 타고 가기도 했고, 한 번은 남편이 열차가 끊긴 역까지 마중을 와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은 통일의병 발대식뿐만 아니라 활동가 수련 참가를 반대하는 남편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석 달 동안 네 차례 시도하는 동안 자존심이 상하기도했고 자상한 남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에 대해 미안함도 느꼈습니다. 포기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최선이라는 생각조차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내 안에서 올라왔습니다. 남편의 마음은 이미 알고 있고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깨끗하게 포기하지 못하면서 갈등을 회피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같은 주제로 더 이상 논쟁하기 싫다며, 대화의 여지도 주지 않는 남편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저는 제5기 의병번호 3231번을 가진 정식 통일의병이 되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장갑까지 끼고 선배 의병들이 깃발을 들어 올렸습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개인의 안위를 버리고 대의를 위해 일어나서 나라를 구한 의병들을 상징하는 깃발이었습니다. 새내기 의병들을 이끄는 의병 선배들의 모습이 든든했고 존경스러웠습니다. 분단은 고착화 되고 주위 강대국은 자신들의 이득만 추구하며 전쟁조차 불사하겠다는 입장까지 나오는 요즘, 한국도 아닌 해외에서 통일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이번 남편을 설득하며 느낀 중요한 깨달음은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작전을 짜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평화통일을 위해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해보기로 했습니다.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는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 (중략) 백의종군, 공공성, 자발성, 헌신성의 의병정신을 계승한다’는 통일의병의 서약을 마음에 새깁니다.

지난5월 문경에서 열린 해외 활동가 수련, 왼쪽부터 하노이 총무 고명주, 프랑크프루트 총무 신재숙, 마닐라 총무 윤보연, 뒤셀도르프 총무 최순진 님▲ 지난5월 문경에서 열린 해외 활동가 수련, 왼쪽부터 하노이 총무 고명주, 프랑크프루트 총무 신재숙, 마닐라 총무 윤보연, 뒤셀도르프 총무 최순진 님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제1기 해외 통일의병들. 우리나라가 다시는 전쟁터가 아닌 삶의 터전으로서만 영속할 수 있도록,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겠다는 두 분의 다짐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한반도의 현재와 미래, 우리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늦춰질 수 없는,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고 행동해야 할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2기, 제3기에는 더 많은 해외 통일의병들이 배출되어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이 세계 전역에서 한마음 한뜻으로 모이리라 기대합니다.

글_임진선 희망리포터 (독일 뒤셀도르프법당)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