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거제법당
다름을 이해하는 함께하기
2017년 애광원 가을 나들이를 돌아보며

하룻동안의 나의 짝지, 도진 씨와 함께한 하루!
왜 내 마음이 울컥했을까요. 지금부터 찬찬히 이야기해드릴께요.

친절한 나의 짝지, 도진 씨

2015년 봄불교대학 입학 후 몇 번의 나들이 기회가 있었지만, 종일 아이를 혼자 두면 안 된다는 남편의 반대와 나들이 전날 아이의 입원 등으로 오늘에야 첫 애광원 나들이를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비어있는 집에 들어서길 싫어하는 딸아이도 애광원 나들이에 관해 설명을 들은 후엔 두말하지 않고 흔쾌히 허락해줍니다. 조금 미안하지만 이해해주니 고맙습니다.

'애쓰지 말고 가볍게'라는 마음으로 집을 나섭니다. 쌍계사 주차장에서 애광원 거주인을 맞이합니다. 거기서 김도진(가명) 씨를 처음 만났습니다.
나의 짝지, 도진 씨는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이 없고, 눈도 잘 마주치지 않습니다. 도와주러 왔다면서 '오히려 나로 인해 불편하지는 않아야 할 텐데'라는 마음이 들어 가만히 그의 행동을 살핍니다. 걸음도 빠르고, 식사도 잘하고, 화장실 사용도 척척, 꼭 필요한 대답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표현도 해줍니다. ‘애쓰지 말자’하고 왔더니 정말 애쓸 일이 없습니다.

 쌍계사에서 내려오는 길에서(왼쪽에서 두 번째 권희진 님)
▲ 쌍계사에서 내려오는 길에서(왼쪽에서 두 번째 권희진 님)

다정한 성격이 못 되는 나는 살갑게 짝지를 챙겨주는 다른 봉사자를 보며 '내가 더 잘 살펴주면 더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 미안한 마음이 잠시 일어납니다.
도진 씨는 밥을 먹고 방에서 나오며 흐트러져 있는 다른 이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줍니다. 신발의 주인이 찾아 신으니 기분이 좋은지 방긋 웃습니다. 버스에 앉을 땐 벨트부터 합니다. 가방도 벗으면 끈을 정리하고 말이죠. 참 반듯한 도진 씨입니다.

 하동 레일바이크 타러 가며(오른쪽에서 세 번째 권희진 님)
▲ 하동 레일바이크 타러 가며(오른쪽에서 세 번째 권희진 님)

크게 표현이 없던 도진 씨는 레일바이크를 탈 땐 '하하하' 크게 웃으며 말하고 싶은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킵니다. 철로 옆 말갛게 익어가는 감나무를 볼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좋아합니다. 꾸미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신이 나서 페달도 쉬지 않고 밟습니다. 처음 해보는 것에 행복해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다름을 이해하기

다른 짝지를 둘러보니 식사보조가 필요하거나, 걸음이 불편해서 부축해야 하는, 도움이 필요한 거주인도 더러 있습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노래가 나오면 신나게 춤을 추는 친구, 애광원 원장님을 보고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어머니'라고 알려주는 친구도 있습니다. 의사 표현을 하는 거주인을 봉사자가 무슨 말인지 몰라 애광원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면 소통이 되는 모습을 보고 '함께하는 것'의 의미도 생각해봅니다. 이해입니다. 함께 시간을 보낸 만큼 서로 다른 너와 내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가는 것입니다.

특별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던 마음이 헤어질 땐 왜인지 울컥합니다. 장애인은 왜 장애인일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 적이 있는데, 오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름이 무엇인지 알게 해줍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와 같지 않다고 시비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지 않는다고 분별하는 어리석디 어리석은 나에게 ‘다름이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람들이구나, 다름이 틀림이 아님을 오롯이 보여주는구나, 싶습니다. 온종일 꼭 잡고 있어서겠지요? 꽉 쥐었던 손이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허전합니다. 다시 또 잡아야 할 것만 같습니다. 도진씨가 하루종일 내 마음의 거울이었습니다.

하동 송림 공원에서 다 함께.
▲ 하동 송림 공원에서 다 함께.

나들이를 떠나기 전 소감문을 써달라는 부탁을 미리 받고 하루를 보내니 흘러가는 생각도 일어나는 마음도 한 번 더 살피게 됩니다. 정토행자로서의 하루가 이렇게 또 지나갑니다. 보고 배웁니다. 스님, 도반들, 애광원 선생님, 거주인들 모두에게서. 애광원 친구들 덕분에 아름다운 가을날 나들이 잘 다녀왔습니다. 내가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나의 길을 가겠습니다.

많은 인원이 온종일 일정을 소화하며 어떤 부분도 문제없이 잘 지나가는 걸 보며 '역시'라는 생각도 듭니다. 몇 번이고 사전답사도 마다하지 않은 스태프들의 수고에 감사하고 이렇게 함께 갈 수 있음에 한 번 더 감사합니다.

글_권희진(마산정토회 거제법당)
정리_강민정 희망리포터(마산정토회 거제법당)
편집_목인숙(경남지부)

[2017 법륜스님 즉문즉설 <행복한 대화> 강연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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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댓글 2

0/200

감로

다름을 이해하기, 애쓰지 말고 가볍게.
감사합니다!!

2017-12-01 11:22:43

대지행

잔잔하게 읽었는데.. 저도 어느 순간 울컥하네요 ㅠㅠ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12-01 10: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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