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열린 세부열린법회

3년 전 법륜스님께서 세부에 오셔서 강연하시니 같이 준비해 보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이런 제안이 반가웠던 이유는, 그보다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깨달음의장>에 참가했을 때, 필리핀 세부로 가서 열린법회를 시작해 보라며 한 봉사자께서 주신 CD를 그냥 가지고 있었던 것이 늘 마음에 부담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3년 전 스님의 강연을 계기로 3~4명의 적은 인원이 모여 세부법회도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부강연장에서 스님과 한 컷, 김언섭 님과 남편인 김영탁 님▲ 세부강연장에서 스님과 한 컷, 김언섭 님과 남편인 김영탁 님

정토회와 함께했던 3년의 시간은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힘든 시기였습니다. 엄마로서 아이들 공부를 한창 돌봐야 할 시기에, 무엇에 홀린 듯 카페를 해보겠다고 우겨 남편의 반대에도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생애 처음 해보는 장사라 정말 여러 가지로 힘들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힘든 시간 동안 불법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매일을 버텨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을 어차피 겪어 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며 가볍게 받아들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가끔 집이나 가게에서 예불문을 틀어두고 일하면, 어느새 필리핀 직원도 흥얼흥얼 따라부르며 청소를 하고, 아들도 귀에 익었는지 노래처럼 따라부르곤 했습니다. 법회에서 들었던 법문을 매 순간 적용하다 보니 날뛰던 마음이 다스려지면서 일이 순조롭게 마무리되어갔고, 힘들게만 느껴졌던 시간이 나를 위한 수행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것도 함부로 여기지 않는 겸손함 또한 배우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카페에서 법회를 진행하면서 제 카페가 잘 쓰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습니다. 법당이 없는 세부에 기꺼이 카페를 기증하고 싶은 마음도 내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3년 전 강연준비로 모인 3~4명의 적은 인원으로 법회를 시작해 지금 세부법회는 20명이 넘는 도반이 참석하고 불교대학 4기, 경전반 2기생들이 불법을 만나고 있습니다.

필리핀 세부 수행 법회▲ 필리핀 세부 수행 법회

이후 카페를 젊은 청년에게 인수하면서 아끼던 법륜스님 책과 불교 서적 30여 권을 카페 책꽂이에 두기로 했습니다. 내 방 서재로 가져오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커피 한잔 마시는 손님으로 와서 우연히 읽은 법륜스님의 책 한 권으로 언젠가 불법을 만나게 되리라는 바람으로 작은 씨앗을 뿌려두었습니다.
열린법회를 시작으로 불교대학 공부도 하게 되었지만, 몸이 고단했던 시기여서 졸다가 오기 일쑤였습니다.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할 일요일 밤에 공부한다는 것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시작했으면 마무리를 지어야지 하는 마음과, 이렇게 힘들게 다녀서 뭐하나,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늘 싸우고 화해하면서 야간 불교대학을 거쳐 어느덧 경전반까지 마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커다란 변화로 주변에 모범이 되지는 못하지만 내 마음속 숱한 갈등을 뒤로한 채, 꾸준히 출석했습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듯이 예불문과 천일결사문이 마음으로 들리고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불법을 만나기 전 취미 생활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과거 비디오 무한 반복 돌려보기’였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성 탈모를 겪으면서 엄청난 병원비도 지급했습니다. 의사의 처방은 스트레스를 2시간 안에 해소하지 않으면 병이 되는 체질이라며 스트레스를 잘 다스리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신체적 건강을 담당하는 108배, 정신건강을 담당해주는 법륜스님의 행복톡 등 절약된 병원비만큼은 보시해야 할 듯합니다.
세상에 보이는 내 모습이 중요했던 저에게 이제는 잡념에 쏟아붓는 에너지를 나를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는 데 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밖으로만 향하던 시선을 안으로 돌리자 지난날의 모습들이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참회 기도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사실 3년간 꾸준히 출석하는 일은 힘들었어도 엄마인 제가 스스로 중심을 잡으려 애쓰니 남편도 아이들도 잘 따라와 주었고, 시선이 안으로 향하니 남의 말에 상처받는 일이 점점 적어졌습니다.

싱가포르 강연장에서 봉사하는 김언섭 님 자녀들▲ 싱가포르 강연장에서 봉사하는 김언섭 님 자녀들

엄마, 인생에 정답은 없대

그즈음 필리핀 학교의 학제가 바뀌면서 딸은 싱가포르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딸과 아들은 바쁜 와중에도 기꺼이 마음을 내어 스님의 싱가포르 강연에 봉사자로 참여했습니다. 스님의 강연을 듣고 “엄마, 인생에 정답은 없대.”라고 말해주는 아이를 보니 엄마로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옆자리에 김제동 씨가 앉아서 봉사의 보람이 두 배가 되었다고 합니다.
삼겹살 실컷 먹고 불교대학에 참가하는 저를 보고 남편은 '고기 잔뜩 먹고 부처님 만나러 가냐'며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사실 묵묵히 일요일 저녁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주며 수업 다녀오라고 배려해 준 것도 참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법륜스님 오실 때마다 운전이며 힘든 일을 도맡아 해주는 남편도 자발적으로 법회와 불교대학에서 공부했으면 하는 자그마한 바람이 드는 건 아직도 제가 더 많은 수행이 필요하단 것이겠지요.

불법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전과 같이 남편과 아이들에게 집착하며 스스로의 인생을 살지 못하고 원망하며 살았을 것입니다. 지금의 저는 인생이 이토록 당당하고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겉으로 큰 변화는 없어 보이나 내가 일으킨 한 생각으로 나를 병들게 하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에 깨어있어 내 꼬라지를 알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합니다.
지독하게 이해력이 떨어졌던 저는, 고등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께서 이름을 부르시며 “누구야 이해되었니?” 물으시고는 제가 이해되었다 하면 다른 친구들도 다 이해된 거라며 진도를 나갈 정도였습니다. 제가 부처님 법을 만난 것도 득템이며 낯선 이에게 <깨달음의장>을 권해준 선생님, 세부에서 열린법회 해보라며 얘기해 준 봉사자, 때마침 같이 해보자며 전화를 준 수승화 님 등, 제가 부처님 법을 만날 수 있게 된 모든 분도 제 인생의 득템입니다. 누군가 진심으로 해주는 한 마디가 씨앗이 되어 세부에서 불법을 만나게 된 것이 제 인생 최대의 득템이었듯이 저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씨앗이 되고 싶습니다. 제 법명 보리화처럼 깨달은 자가 되어 더 많은 사람이 불법을 만나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 수행하는 수행자가 되어 보려 합니다.

글_김언섭 님 (세부법회)
정리_서용미 희망리포터 (세부법회)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