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전주법당
허공 자율비행 연수 중
조효숙 님 수행이야기

차갑게 청량한 겨울 하늘, 눈부신 햇살이 하얀 눈을 녹이고 있는 12월 어느 날 오후 전주법당 조효숙 님을 만났습니다.

내가 그리던 결혼은...

‘우린 완벽할 수 없는 부족함이 있는 인간이니까, 서로 의지하고 동고동락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지금의 남편 손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제멋대로 결정하고, 격노하고, 비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꼴 보기 싫었습니다. 결혼하고서 이혼 생각 안 해 본 여성이 없다는데, 나는 출가를 할까 고민이었습니다.

남편을 연구하다...

대학원에서 심리상담 공부를 하면서 남편이 성장한 환경을 들여다보며 그의 성격을 이해하려고 참 애를 많이 썼습니다. 남편은 7남매 중 막둥이로서 ‘잘 생기고 똘똘하다’며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지만, 사춘기를 매우 힘들게 보냈다고 했습니다. 큰형으로 인해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고, 그에 좌절감으로 술독에 빠져 사신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며, 분노를 억압하고 우울하게 중고등학교 생활을 했던 것이 남편의 성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하며 이해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관련된 심리학책도 많이 읽고 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남편을 헤아려 보았음에도 ‘어쩜 인간이 저럴 수가 있나?’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남편은 도로에서 역주행하는 차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를 연구하다...

남편과의 성향차이로 인한 어려움이 쉽게 해결되지 않아 고민하던 중, 다니던 교회 전도사님께서 법륜스님에 대해 말씀해 주신 것이 떠올라 인터넷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정토회 홈페이지에서 <깨달음의장> 프로그램을 보고 ‘이거다!’ 싶었고, 전주에도 정토회 법당이 있는 것을 알고 불교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그때가 2012년 가을이었습니다. 이후 <수행 맛보기>와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고 천일결사에 입재하며 남편만 바라보던 시선이 비로소 나의 내면을 향하기 시작했습니다. 내 것이라는 소유의식, ‘내가 맞지 않냐?’는 고집, 특별한 관심을 받고 싶었던 욕구, 온정과 사랑을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한 나를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술 취한 남편 모습이 너무 보기 싫어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이 실은 내가 남편에게서 무언가 얻으려고 하는 게 있어 괴로워하는 것임을 알게 됐습니다. 남편에 대해 내가 바람직하다고 그려왔던 모습과 기대만큼 스스로 상처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다치지 않는 법, 허공을 맛보다...

수행을 하며 내 안의 욕구를 하나하나 알아차리게 되면서, 인정받으려 하고 기대를 채우려 하고 있음을 지켜보는 것으로 남편에 대한 집착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중 ‘상대가 칼을 휘두른다 해도 허공이 되면 다칠 일이 없다.’는 말씀을 듣고, ‘인간인데 어떻게 허공이 될 수 있는가?’ 자신에게 물었습니다. 내 안에 쌓아온 남편을 향한 기대와 바람으로 내가 지은 상과 사로잡힘에서 하나씩 벗어나 ‘있는 그대로 본다. 전체로 본다.’는 것이 그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의 수행을 통해 남편을 있는 그대로 보는 마음이 넓어지고, 서로의 관계도 부드러워지고 있습니다.

도로 위 역주행에서 벗어나 허공 속에서 걸림 없이 나는 법을 계속 익히기 위해 수행법회와 천일정진에 참여하며 수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작년 천일결사 입재식에서 행복학교 소임 맡을 사람 손들어 보라는 말씀에, 스님 법문의 공덕에 감사한 마음으로 손을 번쩍 든 계기로 지금은 전주 행복학교 주간 담당을 하고 있습니다.

전주 행복학교와 9-3차 백일의 약속 중 평화통일 캠페인(가운데 조효숙 님)
▲ 전주 행복학교와 9-3차 백일의 약속 중 평화통일 캠페인(가운데 조효숙 님)

조효숙 님과 인터뷰를 맺으며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결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을 드렸더니,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평화’라고 답하였습니다. 새해 가정과 우리 사회 모두 평화로우시길 기원합니다.

글_이은정 희망리포터(전주정토회 전주법당)
편집_양지원(광주전라지부)

전체댓글 8

0/200

박미진

고우신목소리만큼 마음도 고우십니다
함께여서 감사합니다

2018-12-08 22:44:58

최은주

감사합니다.
허공 자율비행 수행담 잘 읽었습니다.

2017-12-25 15:59:21

장민재

마음에 확 와 닿는 수행담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2017-12-25 09: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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