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순 님의 인도성지순례 일기

사르나트 초전법륜성지 수계식 후 23조 (오른쪽 두 번째 문미양 님 네 번째 노상순 님)▲ 사르나트 초전법륜성지 수계식 후 23조 (오른쪽 두 번째 문미양 님 네 번째 노상순 님)

스님 따라 걷고 또 걸으며

정토불교대학 다니면서, <부처님의 일생>을 배우면서 이왕 하는 공부 부처님께서 태어나시고 깨달음을 얻으신 인도에 가고싶어졌다.
가을입학생이라 오랜 기다림이 있었다. 성지순례 신청하고는 한달 가량 너무 좋고 기대에 부풀어 잠도 설치고 온통 성지순례 생각 뿐이었다. 불교방송에서 법륜스님이 안내하는 <붓다의 길, 깨달음의 길>을 다시보기도 하고 책도 두 번이나 읽고 오랜 기다림이 있었다.

인도는 안개가 많다.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스님 따라 걷고 또 걸었다. 사르나트에서 순례자들의 수계식이 있었고 출가 수행자가 되듯 가사를 수하고 연비의식도 했다. 순례기간 동안 출가 수행자처럼 살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인도의 거리는 사람, 자동차, 자전거, 오토바이, 말, 소, 개 정말 다닐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나와있다. 각종 배설물과 먼지, 쓰레기 등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도 많았지만 며칠 다니니 서서히 적응이 되어갔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강가강▲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강가강

부처님처럼 전정각산에서 명상하다

강가강에서 스님과 같은 배를 타게 되어 영광이다. 강가강은 삶과 죽음이 따로 없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한쪽에서는 시체를 태우고 다른 쪽에서는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하기도 하고 강변에서 사람도 개도 소도 그냥 바닥에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보인다. 전정각산에서 예불 드리고 경전 읽고 바위산에 오르니 어릴 때 산으로 들로 쏘다닌 생각이 절로 났다. 스님은 지치지도 않으신지... 전정각산 칼바위산을 오르고 내려오며 유영굴 들러서 내려오는 길, 아이들은 슬리퍼를 신고도 날듯이 달린다. 또다시 아침, 전정각산을 올라 부처님께서 명상하신 곳에서 명상하고 산세를 보니 참 아름답다. 보드가야에 갈 때는 안개가 가득했다. 머리에도 눈썹에도 안개비가 내려앉고...그래도 먼지는 일어나니..

안개 낀 새벽 행선_기원정사▲ 안개 낀 새벽 행선_기원정사

룸비니 동산에서 예불

아침 일찍 인도와 네팔 국경으로 이동. 종일 기다림이다. 삼삼오오 다니면서 가게도 들러보고 군것질도 하고 그래도 종일 시간 낭비가 심했다. 늦은 시간 룸비니 동산에 도착. 부처님이 태어나신 곳이다. 늦게 도착했음에도 법륜스님께서 기다리고 계셔서 반갑고 놀랍다. 예불 올리고 경전 읽고 스님 법문 듣고 정말 대단하다.

쿠단. 부처님 가족들과의 재회

정반왕은 아들 부처님이 오신다 하여 천막과 음식을 마련하였지만 부처님은 탁발을 하고 왕족임을 완전히 놓아버려 아버지 정반왕을 실망시켜 드렸다.

랑그람 진신사리탑에서 노상순 님▲ 랑그람 진신사리탑에서 노상순 님

모든 분별심은 다 내 업식이 짓는 상일 뿐임을 깨달은 나!

걷고 또 걷고, 스님 뒤를 따라 정신없이 다니고, 또 법문을 듣고, 예불 드리며 순례 기간 동안 보람있게 보냈다. 인도에 와서도 조금 더 빨리 더 좋은 자리를 욕심내는 나 자신을 보며 '여기 와서도 상을 짓고 있구나', '분별심을 일으키는구나' 하는 느낌도 많았다. “모든 분별심은 다 내 업식이 짓는 상일 뿐입니다.” 수행문이 딱 맞다. 순례 기간 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 발판삼아 수행하는데 도움되도록 해야겠다. 같이 해준 도반들께 감사하고 모든 일정 잘 이끌어준 스텝 분들, 그리고 마지막까지 같이 해주시고 이끌어 주신 법륜스님께 감사드린다.

항상 가진 게 적다고 불만이 많았지만 성지순례를 다녀 온 지금 다시 되돌아보니 내가 가진게 너무 많아 사용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크고 많은 것을 주는게 아니더라도 작은 것 하나라도 내가 필요로 하지 않은 것,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나누고 싶다. 따뜻한 마음 따뜻한 손길은 덤으로. 오늘은 감사와 참회의 절을 더 해야겠다.

문미양 님의 인도성지순례 일기

인도성지순례 영상을 보며 설레었던 나

정토회 오기 전, 절에 다니던 나는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순례의 길을 떠나고 싶었다. 불교를 믿는다면 한 번쯤은 순례를 다녀와야지 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는데 마땅한 단체를 찾지 못했다. 내 안의 두려움도 컸다. 2014년 가을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이 꿈은 더 간절하였다. 불교신자로 지내던 나는 불법을 배우며 마음공부를 했다. 여러 번 듣고 책을 보고 수행을 하였지만 단박에 내 것이 되지 않았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법당에도 꾸준히 나가고 수행, 보시, 봉사로 실천하는 정토행자로 살았지만 가족들은 내게 변한 게 없다고 했다.
불교대학에서 같이 공부하던 도반들과 함께 가자고 몇 번이나 약속을 했지만 각자 사정으로 미루다 제 29차 인도순례 모집 영상을 보며 가슴이 설레었다. 인도 순례를 가면 나도 부처님같이 될 수 있을까?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해질 수 있겠지? 복잡한 집안 문제에서 벗어나고 자유로울 수 있을까? 등 기대 반 설레임 반으로 가게 되었다.

아그라호텔 만찬_차장들 격려 (23조 차장 문미양 님)▲ 아그라호텔 만찬_차장들 격려 (23조 차장 문미양 님)

불편하지만 불평하지 말자

바라나시에 도착하여 사르나트를 가는데 버스와 승용차, 자전거릭샤, 오토릭샤, 트럭, 사람, 동물 등 중앙선도 없이 통행하고 계속되는 경적소리와 혼잡한 도로가 아찔하였다. 무질서 속의 질서가 여기에 있구나. 순례 며칠만에 적응이 되어가는 나.
순례 일정의 빡빡함에도 아침 기상 시간은 놓치지 않았다. 어느새 양치질만 하고 짐을 챙겨나가는 나를 보며 순례가 체질인 거 같은 느낌. 부처님이 가신 길을 수행자로서 꾸밈없이 함께 하고 있다. 순례가 아니면 체험할 수 없는 이 기분...
누가 억지로 시키면 못할 일정들을 불평하지 않고 보드가야까지의 대장정을 6시간 걷고, 제띠안 옛길 15Km를 행군하는 것처럼 척척 발소리를 들으며 걸으니 전율이 일어났다. 걸어가는 발걸음마다 발밑의 똥을 살펴야 하지만 400명의 순례자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걸었을까? 그 마음 새기니 무한 긍정이 되는 나! 참 신기하다.

상카시아 담마 교육 센타 (회향식 문미양 님)▲ 상카시아 담마 교육 센타 (회향식 문미양 님)

사전 교육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먹고 입고 자는 문제는 곳곳에서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반찬은 순례자들이 준비한 것을 먹기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거의 반복되는 반찬,찰기없는 밥은 혓바닥이 먼저 알아 가끔은 먹기 힘들다고 투정을 하기도 했지만, 건강한 순례를 위해 먹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였다. 온수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씻는 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으며 빨래는 엄두를 내지 못했고 양말은 씻어 4~5일을 차 안에서 말렸다. 그리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에 들어오면 습기로 인해 시트가 축축하여 그냥 앉을 수가 없어 침낭과 핫팩을 유용하게 잘 썼다.
여러 사람이 모이니 낯선 사람에 대한 첫인상이나 말투에 마음을 다쳐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모든 분별심은 내 업식이 짓는 상일 뿐입니다.”라는 명심문 덕에 나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명심문으로 인해 모든 불편함은 그저 순례의 일부가 되어 나를 괴롭히지 않았다.

거친 카레밥은 나의 입맛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인도 카레밥은 한국에서 먹는 카레밥과 완전 다르다. 향신료 냄새도 강하고 밥은 펄펄 날아 숟가락으로 퍼도 잘 담기지 않았지만, 몇 숟갈 먹으니 카레밥은 적응이 되었다. 수자타가 부처님께 공양 올린 유미죽, 참 달다. 디저트도 느끼할 정도로 달았다. 옆자리의 무변심법사님, 정말 맛나게 잘 드셔서 미안하였다. 음식 남기지 않기와 환경실천 모습을 보며 나를 돌아보며 반성하였다.

삐쁘라하와에서 여광법사님과 함께 (오른 쪽 뒷줄 첫 번째 문미양, 노상순 님)▲ 삐쁘라하와에서 여광법사님과 함께 (오른 쪽 뒷줄 첫 번째 문미양, 노상순 님)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

‘지금은 이래서 안 돼! 저래서 안 돼!’ 하지만 여행이나 순례도 건강해야 가능하다. 지금 가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인도성지순례 사전 교육자료집을 참고로 짐은 더도 덜도 말고 자료집 그대로 가져가면 되겠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더 넣었다면 역시나 하는 마음으로 빼면 가볍게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중생에서 보살로 가는 순례길

부처님을 마음에 새기며 부처님이 가신 길을 수행자로서 함께 가고 싶었다. 먹고 입고 자는 문제를 넘어서 부처님의 참제자로서 함께하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문화, 기후, 생활 습관, 환경으로 나를 곤혹스럽게 하였다. 그럼에도 나는 중생에서 보살로 가는 길을 걷는 수행자로서 부처님께서 전법의 길을 가실 때의 마음을 새기며 새롭게 발심을 하고자 한다. 만인의 공덕으로 살아감을 알게 되니 고맙고 감사하다.

허리가 좋지 않아 처음엔 망설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17일 간의 휴가를 받아 떠난 여행이었다. 출발하기 전 크고 작은 일들이 생겨 순례를 포기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남편이 다녀오라고 한다.이 정도면 남편 잘 만났다!
인도 공항에 도착하여 잠자리부터 나에게 분별심을 일으키게 했지만 집에 있을 때보다 알아차리기가 잘 되니 받아들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16박 17일 혼자가 아닌 지도법사님과 진행 스텝, 차량의 담당 법사님과 현지 스텝, 기사님, 조수, 조장, 조원을 보며 ‘내가 느끼는 불편함은 사치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순례를 하면서 ‘내가 가진 것이 참 많다’라는 생각을 하니 모든 것에 감사하고 고마웠다. 한국에서 나는 남과 비교하면서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나를, 남편을, 아이들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였다. 부처님 나라에 와서 나를 돌아보며 내 생각의 관점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에 감사하다. 어리석은 나는 순례를 통해 내가 누군지 조금씩 알아간다.

나는 입버릇처럼 “정년 퇴직을 하면 문경에 들어가 살 것이다” 라고 말했다. 이번 순례를 통해 남편과 가족의 소중함이 크게 다가와 고맙고 감사하였다. 그동안 내 안 깊숙이 간직한 앙금으로 내가 남편을 미워하고 원망했다 .내가 앙금을 놓아버리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남편을 우리집 부처님으로 보게 되었다. 순례지마다 열심히 기도한 공덕인지 모르지만 지금 나는 그 누구보다 행복한 수행자다.

글_노상순 님, 문미양 님 (진주정토회 사천법당)
정리_박선영 희망리포터 (진주정토회 사천법당)
편집_목인숙 (경남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