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광주법당에는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는 김민정 님이 있습니다.
누구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지만 친구 따라 만 배를 하셨답니다.
무릎 쑤시고 허리 결리지만 오직 감사했다는 마음 나누기, 함께 들어볼까요?

나도 한 번 해볼까?

유튜브로 스님을 알게 된 후 수행법회를 시작으로 불교대학, 경전반을 졸업하고도 6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느덧 수행을 시작한지도 3년이 되어 갑니다. 3년 전의 내가 자전거였다면 지금은 비행기라 할만큼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쑥 올라오는 ‘내가 옳다’는 고집과 분별심은 나를 힘들게 했습니다.

불교대학생 시절 통일담당 소임을 맡아 통일축전에서 봉사하는 모습▲ 불교대학생 시절 통일담당 소임을 맡아 통일축전에서 봉사하는 모습

설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한 도반님의 만배정진 기도를 시작한다는 나누기를 보았습니다.‘대단하시다.’ 생각하면서 문득 나는 삼천 배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관세음보살을 부르며 절을 시작했습니다. 108염주 한 바퀴에 15분씩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천배는 그냥 무사히, 또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이천 배를 하며 꿈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분별심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욱하기도 하며 이걸해서 뭐하나,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나 확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한 번 믿어보기로 하고 이천 배를 무사히 끝냈습니다. 조금 쉬고 다시 삼천 배 시작했지만 오백 배를 하고 나니 배도 고프고 힘이 들어서 드러누웠습니다. 지칠 대로 지친 내 눈에 과자가 보였습니다. 허겁지겁 집어 먹고 싶었지만 팔, 다리가 너무 아픈 나머지 개처럼 과자를 혀로 핧아 먹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주 맛있었습니다. 다시 힘을 내 나머지 오백 배를 무사히 마치고 뿌듯함과 고단함으로 널브러져 있을 때 남편이 퇴근했습니다. 삼천배 했다고 자랑했지만 평소 정토 활동으로 불만이 많은 남편은 그런걸 왜 하냐고 무시합니다. 움직이지 않는 다리와 허리로 저녁을 해먹고 커피를 한 잔 마시니 눈물이 주르르 흐를 만큼 행복했습니다.

그때 삼천 배 나누기를 보신 이명순 지부장님이 전화를 주셨고, 물론 다른 일 때문이었지만, 격려와 함께 본인의 만배정진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만 배의 공덕은 대단하니 시간이 되면 꼭 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삼천 배를 마치고 행복하던 나는 다시 심란해졌습니다. 삼천 배도 힘들었는데 칠천 배를 더 한다 생각하니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동시에 나를 한 번 뛰어넘어보자는 대결정심이 일고 있었습니다.

오른쪽이 김민정 님.▲ 오른쪽이 김민정 님.

오직 나에게 집중…가슴 벅찬 충만함

다음날 아침 두려움으로 주저하다가 10시 30분부터 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스님의 즉문즉설을 틀어놓고 절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말씀을 새겨 듣다가 어느 순간은 몸이 힘드니 정신이 혼미해지는듯 했습니다. 스님 목소리가 싫어졌다가 다시 집중하기를 반복했습니다. 한 배, 한 배 엎드릴 때 마다 온 우주 속에 나 혼자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없는 걱정을 움켜쥐고 있는, 만족하지 못하고 헐떡이며 욕망를 쫓고 있는 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듯 잔뜩 긴장해 있는 내 몸 안의 세포들을 느끼며 결국 나를 해치고 있는 것은 나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내 안에서 일렁이던 불안이나 그토록 바랬던 소망들은 다 사라지고 감사만이 자리했습니다. 내가 지금 여기 있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 기다림 속에 가능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내가 우주인 듯한 느낌…. 나는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는 생각에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어느새 나는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고 있었고 내 가슴은 말 할 수 없는 충만감으로 가득 했습니다. 그렇게 안될 것 같았던 천 배, 이천 배, 삼천 배가 또 끝났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이제 6천 배를 했으니 4천 배만 하면 되는데 몸은 점점 땅 속으로 꺼져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찍 끝내려는 마음에 새벽 두 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진 몸은 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흐르는데 할 일도 많고 약속도 있어서 어찌해야 좋을지 잠시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이번에 만 배를 하지 못한다면 언제 다시 해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결국 모든 일과 약속을 미루고 만 배에 집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결정을 하고나니 마음만은 가벼워졌습니다. 앞으로도 나는 어떤 결정을 할 때 무엇보다 소중한 나를 위해 해야겠구나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9천 배라도 끝낼 마음에 엎드리고 또 엎드렸지만 속도는 점점 더 느려졌습니다. 다리는 저리다 못해 감각이 무뎌질 지경이고 허리는 끊어질 듯 아팠습니다. 이런 나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남편의 퇴근 시간은 점점 다가왔습니다. 밥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는데 몸은 안 움직이고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거렸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남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외식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다행이다 싶은 마음과 함께‘안 되는 일은 없구나, 하고자 마음 먹으면 어떻게든 도움의 손길이 오는구나.’하는 깨달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저녁을 먹고 나니 다시 기운이 솟았습니다. 이렇게 마지막 천 배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오직 감사할 뿐

만 배를 마치니 걸림이 없이 한없이 가볍고 행복하며 오로지 남은 건 감사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경계에 부딪히게 되거나 생각 속에서 미움이 생겼습니다. 만 배 할 때는 감사했는데 지금은 왜 미울까 생각해보니 내 머리의 회로가 고장이 났구나 알아졌습니다. 고장인줄 알고 나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가 쉬워졌습니다. 습관처럼 미친 증상이 생길 때마다 내가 미쳤구나 알아차리니 경계에 끄달려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참 소중한 보물을 얻었다 생각합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잘살고 있는데 나는 괜히 그들의 인생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경계인지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가깝게는 남편과 가족들, 멀게는 도반과 또는 연예인들. 그들은 나름 자기 방식대로 잘 살고 있습니다. 나는 고요히 내 수행에 전념합니다. 내가 부처이면서 나 외의 모든 사람이 부처입니다. 그들의 마음을 받아주고 맞추다보면 혹은 맞출 줄 알게 되면 그것이 부처의 자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 하나 바로 서는 것이 전부입니다. 나는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글_김민정 님(분당정토회 경기광주법당)
정리_이영선 희망리포터(분당정토회 경기광주법당)
편집_전선희(강원경기동부지부)

[삶을 바꾸는 공부, 정토불교대학]
원서접수 기간 : 2018. 3. 25 (일)까지

문의 : 02-587-8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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