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배의 두려움을 극복한 49일 문경살이

전 지금 미국 교포 남편과 결혼해서 오하이오 콜럼버스에서 살고 있어요. 미국에 온 지는 3년 되었고 아직 직업은 없어요. 2013년 한국에 있을 때 직장동료가 법륜스님 즉문즉설 유튜브를 알려주었어요. 그냥 가볍게 권유한 정도였는데, 그 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계속 보고 정토회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2014년, ‘결혼하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리스트를 작성해 보았고 그중 하나가 백일출가였어요. 백일출가 면접에 가서 3일 안에 만 배를 해야 한다는 말에 자신도 없고 두려운 마음이 들어 포기했어요. 그러다가 2015년에 ‘49일 문경살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만 배가 두려워서 백일출가를 포기했는데 또 만 배를 준비해 오라는 안내를 받으니 망설여졌어요. 이번엔 그냥 해 보기로 했어요. 두 달 뒤에 한국을 떠나고 나면 다음에는 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후 미국에 와서 콜럼버스정토회를 다니게 되었어요.

2015년 2월, ‘49일 문경살이’에 참여한 정혜진 님 (왼쪽)▲ 2015년 2월, ‘49일 문경살이’에 참여한 정혜진 님 (왼쪽)

저는 현재 콜럼버스법당에서 경전반과 지원 담당을 맡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수행법회에 비빔밥 재료를 만들어 가고, 법륜스님 영문 페이스북 페이지에 원고와 이미지를 받아 업로드해요. 한 달에 한 번은 수행법회에서 사시예불을 맡아 하고 있어요.

2017년 부처님 오신 날에 고운 한복을 입고 있는 정혜진 님▲ 2017년 부처님 오신 날에 고운 한복을 입고 있는 정혜진 님

지원 담당 업무 중 하나인 회의록을 기록하다 보면 뭔가 정리를 하는 것 같아 뿌듯한 기분이 들어요. 제 일상 대부분이 영어수업과 집안일로 채워지다 보니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는데, 정토회 일을 하면 서류라는 결과물이 남으니깐 흐뭇해요. 솔직히 전 늘 소임 맡기를 싫어하는데 부끄럽지만 뭐든 대충하고 마무리도 깔끔하게 하려 하지 않아요. 하기 싫은 걸 해내는 게 저에게는 수행과제입니다. 정토회 소임을 통해 그런 점을 극복해 가는 중이라고 할까요?

먼저 기부하고 쓴다

정토회에 나오면서 생긴 제 삶의 변화 중 하나는 돈에 대한 저의 관점이 바뀌었다는 겁니다. 저는 다른 것보다 우선순위로 돈은 아끼고 모으고 굴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26살에 직장 다닐 때 직장동료가 일본으로 장기 여행을 다녀와서 일본에서 경험한 것과 새로운 세계를 설명하며 본인이 많이 변했다고 이야기하는데, 저에게는 오로지 ‘돈 낭비’라는 생각 밖에 안들더라구요. ‘변하긴 뭐가 변해. 돈을 많이 썼으니 핑계 대는 거지.’라고 생각했죠. 돈에 대한 저의 관점이 <깨달음의장> 이후에 바뀌었어요. ‘돈이 남으면 기부한다’에서 ‘먼저 기부 좀 하고 쓴다’고요. 인도에서 3개월 동안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 봉사한 경험이 떠오르네요. 습한 날씨에 설사와 벌레와 매연으로 고생하면서도 청소와 빨래를 매일 하고 기도하면서 장애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던 봉사자들의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죠. 종교를 떠나 정토회에서의 봉사도 같은 맥락이라고 여겨집니다. 앞으로 좋은 일 많이 하며 살고 싶다고 결심하게 되었어요.

2016년 12월 JTS홍보, 제일 왼쪽에 정혜진 님▲ 2016년 12월 JTS홍보, 제일 왼쪽에 정혜진 님

수행 3년 차 천일결사자

2015년 2월, 49일 문경살이를 할 때 천일결사에 입재하게 되었지요. 문경살이를 끝내고 나오는 차 안에서 정토회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없어 천일결사를 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되었어요. 몇천 명이 모인 장소에서 한 사람 말 듣고 다들 손뼉 치고, 이런 모임을 100일에 한 번씩 한다니 완전 사이비종교 같았거든요. 그러다 경전을 읽었는데 내용이 참 좋았어요. 그냥 한번 해 보자 한 게 지금까지 이어졌네요.
수행하면서는 엄마와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어요. 또 내가 어떤 성격인지, 무엇에 취약한지, 여러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지 알아가고 있어요. 제가 천일결사를 시작한 이유는 뭔가 끈질기게 못 하는 업식을 바꾸고 싶어서였는데 어느새 수행 3년 차가 되어 가네요. 수행을 하기 싫어서 안 하고 싶다가도 그 날 하루가 끝나기 직전에라도 끝내고 나면 뿌듯해요. 나 자신을 이긴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남편과 대화하다가 싸울 거 같거나 대화가 안 될 거 같으면 얼른 “기도하러 가!” 하면서 다른 방으로 가요. 방에서 기도하고 나면 남편과의 대화 내용도 잊어버리고 언성을 높이려던 순간도 넘기게 돼요. 기도를 통해 얻는 부수입이라고나 할까요?

젖소 복장으로 참여한 평화집회

작년 말 콜럼버스법당 평화집회 때 입은 복장과 퍼포먼스가 인상적이었단 얘길 듣습니다. 추운 날에 그냥 서 있는 거보다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 할로윈 때 입는 젖소 복장을 하고 피켓을 들었어요. 그 사진을 남편에게 보여주었더니 다시는 입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알겠다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또 입을 거지?”라고 다시 묻더군요. “응!” 똑똑한 남편은 저를 잘 알고 있는 거죠.

2017년 12월 평화집회에서- 문제의 젖소 복장▲ 2017년 12월 평화집회에서- 문제의 젖소 복장

지난 1월에는 한국으로 <깨달음의장> 바라지를 다녀왔습니다. 바라지 하면서 5일 동안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예불하니 정신이 맑아지더라고요. 평상시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멍한 정신으로 살았는지 부끄러워졌어요. 반짝반짝 별이 쏟아지던 깜깜한 밤에 총총 걸어가는데 전라도에서 오신 도반님이 “미국도 밤하늘에 별은 똑같죠잉?” 하며 순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2018년 1월 문경 바라지장.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에 정혜진 님▲ 2018년 1월 문경 바라지장.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에 정혜진 님

또 한국에서 9-4차 입재식에 참석했습니다. 이번 입재식은 경상도 지역만 체육관에서 하고 다른 지역은 각자의 법당이나 따로 장소를 빌려서 진행을 했어요. 저는 친정집 근처에 있는 서울 강서법당에서 30여 명의 도반들과 함께 입재식을 했어요. 강서법당이 꽉 차서 잔칫집 같은 분위기였어요. 남의(?) 법당에서 입재식을 하니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가 스님 말씀이 더 잘 들어오더군요.

 2018년 2월, 사진 정면에 정혜진 님▲ 2018년 2월, 사진 정면에 정혜진 님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정토회에서 활동해 온 발자취를 되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정혜진 님. 작년 말 해외 정일사 수련에서 처음 만났던 정혜진 님은 솔직담백한 모습으로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하지는 못했지만,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과정을 통해 누군가를 알아가는 과정이 설레고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정혜진 님의 작은 여정들이 차곡차곡 쌓여 희망과 행복의 향기를 나누어 주는 아름다운 정토행자가 되길 바랍니다.

정리_이두라 희망리포터 (달라스법회)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