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버지를 떠나 보낼 준비를 하며 정토회와 인연을 맺다

정토회는 2013년 대구 송현법당에서 불교대학에 입학하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전 해에 친정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았고 제가 불교대학 입학하던 즈음에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셨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편안히 가시게 도와드리고 싶다는 것을 고민하면서 정토회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괴로우니까 안정을 찾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불교대학 첫 수업 후 아버지 상태가 안 좋아져 직장에 휴가를 내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보살펴 드렸습니다. 다시 불교대학에 돌아오니 <수행 맛보기>라는 수업이 있었는데 때마침 있던 아버지 49제와 맞물려 그때의 경험이 저에게 많이 와 닿았습니다. 기도를 통한 참회, 기도를 통한 감사 등의 수행을 하면서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고 마음도 평안해졌습니다. 저에게는 불교대학의 다른 과목 공부보다 수행이 훨씬 더 많은 자극을 주었습니다.

최근 2년 동안 불교대학과 경전반 담당 소임을 수행한 마포법당 문경민 님▲ 최근 2년 동안 불교대학과 경전반 담당 소임을 수행한 마포법당 문경민 님

소중한 가르침을 복기(復棋)하고자 불교대학 담당 소임을 맡다

대구에서 1년 반 정도 공부하고, 서울 성동법당으로 전학하여 경전반까지 마친 후 2015년에 마포법당으로 옮겨 수행법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법당으로부터 수행법회 담당을 요청받고 수행법회를 진행했습니다. 곧 이어 불교대학 저녁반의 담당 소임을 요청 받게 되었는데 법당에서는 저녁 늦게 끝나는 저녁반에서 봉사할 담당을 찾기 힘들다고 합니다.

저는 저녁반 불교대학 담당 소임 요청을 받자 선뜻 응하게 되었는데, 마음을 낸 첫 번째 이유는 회향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불교대학에서 배울 때 담당으로 봉사하셨던 분들 덕분에 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감사한 마음에 최소 2년은 해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두 번째는 법문을 다시 배우고 싶었습니다. 2년을 배웠는데 기억하는 게 별로 없고 한번 하고 지나가기에는 아까웠습니다. 실제 해보니까 모든 법문들이 새로웠고 예전엔 안 들렸던 내용이 다시 들렸습니다. 처음 배울 때는 몰랐던 숨겨진 깊은 뜻을 깨달으면서 더 감동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봉사를 한 이유가 정토회 와서 배운 바른 가르침을 유지하고 싶은 저의 욕심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랫동안 교사로서 경험을 쌓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었고, 공부 욕심도 많은 제게 가장 탁월한 선택을 했었던 것인데 지금껏 ‘마치 내가 받은 은혜를 갚는다는 마음이었다고만 생각해왔구나’ 하고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정토회 불교대학, 불교에 대한 선입견을 떨치다!

저는 2006년도에 법륜스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 기복신앙, 미신적인 부분 때문에 불교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법륜스님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생겼고, 스님의 가르침이 궁금해졌습니다. 공부를 하게 된다면 법륜스님의 가르침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불교대학에 들어와서 근본불교를 배우면서 공부는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불교는 철학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수행이 뒷받침 되지 않고 지식으로 배우는 불교는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일 수행문을 통해 자기점검을 하게 되고, 하기 싫은 마음이 올라와도 수행이 결국 나에게 좋으니까 지속적으로 하게 됩니다.

불교대학은 오리엔테이션 개념이라고 할까, ‘이런 것이 불교다’라는 전체적인 조망이라고 한다면 경전반은 부처님과 제자들의 문답법을 통해 부처님 당시의 가르침을 직접 듣는 듯한 생생한 현장감으로 법문을 공부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듣는 게 어렵긴 하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혼자서는 어려운 담당 역할, 함께 해준 고마운 분들

마포법당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불교대학 담당을 맡게 되었을 때, 사람들을 잘 몰라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때 부담당을 맡아준 도반의 도움이 정말 컸습니다. 부담당님은 같은 학생의 입장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분별심이 생기는지 심정을 잘 이해했고 저에게 그들의 입장을 잘 전달해 주었습니다. 큰 도움을 받았고 지금도 너무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영상을 지원해주신 분도 있고 고마운 분들이 많습니다.

2018년 2월 충주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경전반 졸업생과 함께(아래줄 맨 왼쪽이 문경민 님)▲ 2018년 2월 충주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경전반 졸업생과 함께(아래줄 맨 왼쪽이 문경민 님)

불교대학 담당 최대의 도전은 1년 동안 꾸준히 출석하는 것

불교대학 담당을 맡아 가장 부담스러웠던 것은 결석을 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담당을 하면서 결석을 1번 했는데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입니다.

불교대학 담당 시절 남편이 은퇴를 하게 되어 저와 함께 여행을 가고 싶어했는데 매주 수업 출석이 필요한 불교대학이 우선순위라서 남편의 요구를 잘 들어주지 못했고 남편의 불평을 많이 들었습니다. 가족의 요구와 불교대학 담당으로서의 책임 사이에서 갈등 할 수 밖에 없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담당의 딜레마, 학생의 선택에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할까 vs. 더 설득해야 할까

불교대학 졸업을 위해서는 수업 출석과 함께 봉사시간이 필요한데 주로 직장 생활을 하는 저녁반 학생들은 수업이 늦게 끝나므로 수업 후 봉사활동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업 중 봉사활동이 중요한데 이것만으로는 봉사 시간이 충분치 않을 수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학생의 졸업을 위해 봉사 시간을 채우게 하려고 신경을 쓰면서도 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주의했습니다.

초기에는 수업 종료 후 늦은 시간이라 피곤할까봐 청소봉사를 많이 안 시키고, 제가 청소를 하면서 감당했는데 이후에는 학생들이 봉사에 대한 마음이 자리잡지 않은 것 같아 ‘내가 잘못했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학생의 결석에 대비하여 사회도 2-3명, 영상도 2-3명 등 여러 학생들에게 역할을 익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더니, 한 사람이 꾸준히 자신의 역할을 한 것보다 책임감이 약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녁반이다 보니까 JTS모금에도 학생들이 안 나가면 제가 나가게 되었습니다. 담당의 고민은 늘 학생에게 ‘좀 더 푸시해야 하나, 아니면 이쯤에서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나, 자꾸 말하면 강요가 될까 봐’ 그 사이에서 항상 딜레마가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은 꼭 졸업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게 아닐 수 있다. 중간에 출석을 하지 않거나 봉사시간이 모자라더라도 형편 되는 대로 하기 때문에 끝까지 다녀야 하는 마음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문경민 님의 환한 웃음.▲ 문경민 님의 환한 웃음.

응답이 없는 학생들과의 소통 노력도 공부

제가 담당했던 학생들은 대체로 모범생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학교의 학생들은 정성들인 만큼 이끌 수 있지만 여기는 성인들이므로 표 안 나게 정성을 다했습니다. 학교는 사정 때문에 못 나오는 학생들은 설득하거나 도움을 주면 해결되는데 반해서 여기서는 각자의 개인사정은 안타깝지만 제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습니다. 이 또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게 공부였습니다.

또한 학생들에게 연락을 했는데 아무 응답이 없을 때가 제일 힘들었습니다. 연락을 하면 “예”, 혹은 ”아니오”라는 답변을 받으면 좋을 텐데 그 답변 조차 없는 경우는 몹시 답답했습니다. 전화를 받아주는 사람이 그저 고마울 뿐이었습니다. ‘상대방은 무슨 이유가 있겠지’ 라고 이해하면 마음이 편할 텐데 그렇지 못하고 ‘답을 해주는 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라는 분별심이 올라오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담당하면서 ‘이런 게 공부하는 거구나, 상대방이 답을 해주면 고맙지만 그 사람이 답을 꼭 해야 할 이유는 없지 않나’라고 내가 시비하는 마음을 내지 않도록 생각하고 있습니다.

뿌듯하고 고마운 학생의 졸업

1년 동안 담당한 불교대학 학생 중 15명이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불교대학 졸업 때까지 학생 중 3명이 바빠서 <깨달음의 장>에 가지 못했습니다. 그 중 가톨릭 신자인 한 학생은 경전반까지 입학을 하였는데 회사가 판교로 이전하는 바람에 마포법당에서 수업을 다니기 어려워졌습니다. 이 분을 놔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도반님, <깨달음의 장>에 다녀오시면 경전반 졸업 안 하셔도 됩니다.”라고 참가할 것을 추천했습니다. 결국 그 분은 제 말을 믿고 <깨달음의 장>에 참가했고 경전반 졸업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 다닐 때 제가 이 분에게 처음 권했을 때는 쿨하게 거절하여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었고, 경전반에 와서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설득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그 가톨릭신자 학생은 경전반을 그만두려고 한 시점에 제가 <깨달음의 장>을 권했다고 합니다. 그 분은 1년 반 동안 제가 정성을 들였다는 것을 느꼈고 신뢰감이 쌓인 상태에서 추천하자 불교대학 학생시절과는 다르게 저의 추천을 기꺼이 받아들인 것입니다. 결국 추석연휴기간에 시간을 내어 <깨달음의 장>을 다녀왔고, 서초법당 주말 수업까지 다니는 노력 끝에 졸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전반 학생들도 10명이 졸업을 해서 모두 고마운 일이지만 그 가톨릭신자였던 학생의 졸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마지막까지 노력해서 졸업한 것이 고맙습니다. 본인 이야기를 잘 안 하시는데 졸업 때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적어 보냈는데 그것을 읽으면서 뿌듯했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너무 고마웠습니다.

힘이 되어 준 법문,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겠습니다.”

불교대학 담당을 하면서 지침으로 삼는 것은 수행할 때 읽는 참회문이었습니다. <수행 맛보기> 하면서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겠습니다”라는 명심문을 처음 접하고 전기 충격을 받은 듯 했습니다. 저는 늘 ‘내가 옳다’는 생각에 살아왔으며 책임감 강하고, 능력은 있으면서도 나를 희생하며 산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다른 어떤 법문보다 이것을 늘 마음에 새기고 있으며 아침기도 할 때마다 되새기고 있습니다. 법륜스님을 만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바로 이 명심문입니다.

내 업식을 보았던 시간, 불대담당 소임 후의 소회

불교대학 담당을 해보고 느낀 것은 여전히 내 식으로 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담당을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담당하면서 여전히 내 식으로 하려는 업식이 강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도 내 방식으로, 가이드 하는 것도 내 방식으로 하려 했습니다. 나를 보게 하는 거울이 되었다는 게 좋았습니다. 비록 불교대학 담당 소임을 수행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그 전에는 바깥을 많이 보아왔는데 담당을 하면서 “학생 때문에”라는 생각에서 “내가 일으키는 것이다.” 로 변화되었고 그런 것을 연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담당이 아니면 일주일에 한번씩 나가는 것, 예전에 못보고 지나친 것이 어느덧 보인다거나, 그 과정을 통해서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는 것은 저에게는 무척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향후 불교대학 담당 소임을 맡을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그냥 고맙습니다. 마음을 내준 사람에게 고마울 뿐입니다. 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미 모든 마음을 다할 것이므로…. 한번 더 공부할 수 있으며 자발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불교대학 학생은 자발적으로 공부를 하러 왔지만 차려진 밥상을 먹는 것처럼 수동적일 수 있습니다. 반면에 불교대학 담당이 수업을 듣는 것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마치 스폰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 전에는 미처 안 들렸던 것이 들리는 새로운 깨달음의 기쁨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기회를 적극 활용하시라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문경민 님을 취재하면서 불교대학 담당은 불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몸소 실천하는 수행자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새삼 리포터의 불교대학 시절 담당 역시 얼마나 친절했고 잘 이끌어준 안내자였는지를 상기하며 감사한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담당들의 공덕을 칭송하며, 이런 감사한 마음들은 언젠가 회향을 실천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예감합니다.

글_최문영 희망리포터(서대문정토회 마포법당)
편집_권지연 (서울제주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