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있었던 저녁반 정회원들을 위한 정초법회 날, 법회 말미가 되니 피곤도 하고, 한 사람의 질문에 대한 스님의 법문이 길어지자 조금 답답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근데 희망리포터의 앞자리에서 호기심 가득히, 끝까지 집중하며 법문을 듣는 박경미 님의 모습이 인상 깊어 정토행자의 하루로 초대했습니다. 성큼 다가온 따뜻한 봄날 오후, 통일기도의 목탁 소리가 차분히 울리는 청주법당에서 박경미 님을 만났습니다.

정토회에서 맡고 있는 소임은 뭔가요?

얼마 전부터 저녁반 수행법회 담당을 맡고 있어요. 작년에 다른 담당 권유가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물러서는 마음이 있었어요. 올해는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작년에 명상도 하고 스님 법문 계속 들으면서 '이제는 물러설 일이 아니구나. 내가 가는 거지, 누구에게 기대고 할 일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명상수련을 많이 하셨나요?

작년에 4박 5일 명상수련 두 번, 9박 10일 명상바라지, 연말 명상바라지를 다녀왔어요. 오창법당에서 매달 있는 하루 명상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어요. 집에서도 하루에 한두 타임 정도 40분 명상을 계속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제 밑 마음도 좀 보게 되었어요.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두려움, 불안 같은 것이 있는데, 두려움이 점점 커지면 자신도 감당을 못할 정도로 온몸이 떨렸어요. 근데 명상하면서 그 불안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그 이후에는 알아차림이 어느 정도 되니까 불안이 올라올 때 멈출 수 있도록 바라 볼 수 있게 되었어요.

명상수련 바라지 봉사자들과 함께(두 번째 줄, 왼쪽 첫 번째 박경미 님)
▲ 명상수련 바라지 봉사자들과 함께(두 번째 줄, 왼쪽 첫 번째 박경미 님)

명상 중에 알게 된 불안의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살아오면서 겪었던 아이 아빠와의 불화로 인해 처음 불안이 생긴 줄 알았어요. 근데 제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던 5살 때 사고가 명상 중에 떠올랐어요. 동네 대추나무에서 떨어져 팔이 심하게 찢어졌는데, 워낙 시골이어서 동네에 하나뿐인 병원에는 마취과 의사도 없었어요. 위급한 상황인지라 마취 없이 생으로 팔을 꿰맸으니 어린애가 얼마나 아팠겠어요. 제가 수술받으면서 '살려주세요.' '죽여주세요.'라고 별소리를 다 했어요. 근데 가족들이 나중에 집에 와서 “쟤 병원에서 너무 수다스럽게 굴더라.”라고 말하는 거예요. 저는 그렇게 아팠는데 가족들이 그런 식으로 얘기하니까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던 것 같아요. 명상 중에 그 일이 떠오른 이후에는 불안이 팍 줄어들었어요.

명상 중에 불안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부럽습니다. 음, 결혼생활이 상당히 어려우셨나요?

아이 아빠와 30년을 살면서 무지로 인해 생겨난 갈등이 많았어요. 그러한 갈등으로 인해 제가 늘 불안에 싸여 살았어요. 아이 아빠는 제가 어디를 잠깐 갔다 와도 “어디 갔었냐. 무슨 일로 갔었냐.”라고 물으며 사람을 의심하니까, 동네 슈퍼를 가야지하고 생각만 해도 불안이 올라와서 청심환이나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했어요. 어릴 적 사고로 생긴 불안과 결혼생활의 어려움이 겹쳐 불안이 증폭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동안 정신과도 다녔어요.

음, 그러셨군요. 정토회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30년 동안 절에 다녔어요. 그냥 기복이었죠. (웃음) 한 10년 전에 법륜스님을 알게 되어 법문은 계속 들었는데, ‘좋다. 좋다.’라고만 했지 법당에 나와 체계적으로 공부할 생각은 못 했어요. 지나간 일이지만 지금처럼 제대로 공부했다면 ‘이혼을 안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어요. ‘불교대학을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청주법당에 다니던 언니하고 인연이 되어 3년 전 불교대학에 입학하게 되었어요.

불교대학에서 공부해보니 어떠셨나요?

법문을 들으면서 엄청 울었어요. 진실하게 마음으로 와 닿으니까. 아무튼, 엄청 울었어요. 이전에는 부처님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고 그냥 좋은 말씀 하신 분이라고만 막연히 생각했어요. 부처님이 어떤 분인지 알게 되고 어떻게 공부하셨고, 어떻게 사셨는지를 배우게 되니 좋았어요.

보통 <부처님의 일생>수업을 지루해하는데 재밌었나 보네요?

처음 불교대학을 다닐 때는 놓쳤어요. 많아 놓쳤어요. 근데 작년에 가을불교대학에서 봉사자로 수업을 다시 들으면서 많은 부분이 새롭게 들렸어요. 최근에 <부처님의 일생> 법문을 다시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또 새로웠어요. 다 연결되어 있구나. 반야심경도 금강경도 명상도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쪼끔 보이더라고요.(웃음)

불교대학에서의 봉사 활동은 어떠셨나요?

그냥 했어요. JTS 거리모금, 불교대학 홍보 등 할 일이 있다고 하면 그냥 나와서 했어요. 봉사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도반들과 즐겁게 봉사하는 박경미 님(왼쪽에서 세 번째)▲ 도반들과 즐겁게 봉사하는 박경미 님(왼쪽에서 세 번째)

정토회에 와서 좋아진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행복하다는 것. (활짝 웃음) 좋아진 점을 말하자면 이루 헤아릴 수 없어요. 아까 말한 것처럼 불안이 많이 줄었어요. 요즘에도 하루에 몇 번씩 불안이 올라오는데, 또 ‘습관처럼 올라오네.’ 하며 마주할 수 있게 되었어요. 불안에 토를 달지 않아요. 저는 그 동안 스스로 마음을 꺼낼 줄 모르고 감추려고만 했어요. 그렇게 살아가야만 되는 줄 알았어요. 정토회 만나서 마음속의 응어리를 처음 다 털어놓았어요. 제게는 큰 선물이었지요. 이렇게 많은 분의 정성으로 마음을 이끌어 내주는 과정이 신선한 감동이었어요.
그리고 가장 행복한 것은 내가 아플 때 갈 곳이 있다는 것. (웃음) 날씨가 좋으면 예전처럼 어디 놀러 가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고 문경에 바라지 가고 싶어요. 다른 어느 곳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다는 것을 아니까요.

앞으로의 목표는 뭔가요?

물러서지 않고 지금 이대로 수행하는 거예요. 최근에 명상하다 보면 억울함, 분함, 서러움이 자꾸 올라와요. 힘들었던 결혼생활 때문인 것 같아요. ‘그도 어쩔 수 없었다. 나의 어리석음도 있었다.’라고 자비심을 내서 치유하려고 해도 아직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조만간 <나눔의장>에 참가하여 점검을 받고 싶어요.

박경미 님은 정토회에서 마음공부를 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집착이 많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그 변화는 가정 내의 전법으로 이어져, 따님도 오창법당에서 불교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박경미 님은 인터뷰 중 여러 차례 “이제는 물러나지 않겠다.”라고 했습니다. 진지하고 담대한 수행자의 모습이 자연스레 풍겨 나왔습니다. 어려웠던 지난날들을 뛰어넘어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는 박경미 님께 큰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글_박경미 님(청주정토회 청주법당)
정리_김성욱 희망리포터(청주정토회 청주법당)
편집_하은이(대전충청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