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특집] 정토행자상 수상자
환경상 사공옥숙 님의 수행이야기

대구법당에는 총무님과 늘 함께 상주하시는 도반이 계십니다. 한결같은 표정으로 묵묵히 공양간지기를 하는 그 분이 어떤 분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대구법당의 10년 환경지킴이 사공옥숙 님의 이야기 궁금하신가요?

환경상을 수상하시는 사공옥숙 님.
▲ 환경상을 수상하시는 사공옥숙 님.

화광법사님과 기쁜 날을 함께한 한 컷.
▲ 화광법사님과 기쁜 날을 함께한 한 컷.

내가 만드는 행복!

행복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불행도 내가 만드는 것이네
진실로 그 행복과 불행
다른 사람이 만드는 것 아니네 -법구경

2018년 정토행자상 환경상을 수상하신 대구법당 사공옥숙님을 표현하는 가장 알맞은 글귀라 생각됩니다.

9-4차 입재식에서 정토행자상을 수상할 때 대구법당은 순간 축제의 장이 되었습니다. 대구법당 도반들은 ‘당연히 받으셔야 할 분이 잘 받았다’는 반응과 함께 진심어린 축하와 환호를 해주는 모습은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다른 도반들도 ‘입은 닫고 몸으로 말하는 도반님을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1990년도에 결혼을 하고 보니 시어머니는 걸어서 신혼방과 5분 거리의 단칸방에 홀로 계셨고 몸은 매우 비대하고 다리에 관절염이 있어서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상태였어요. 시어머니는 매일 삼시 세끼 따뜻한 밥을 요구해서 남편과 시어머니의 밥을 하는 것이 중요한 하루의 일과였지요. 어느 날 제가 몸이 아파서 5분 늦게 저녁을 해드리러 갔는데 시어머니께서 불같이 화를 내시면서 ‘굶겨 죽이려고 그러냐?’ 하시면서 밥도 드시지 않더라고요.”

평상시에도 시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없어서 맛이 없으니 친정에 가서 더 배워오라는 등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사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저녁에 남편이 시어머니 집을 들렀는데 시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집에 와서 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네가 우리 어머니를 굶겨 죽이려고 하나? 너는 살 필요가 없다.’ 하면서...

“그때 너무 겁이 나고 두려워 입은 옷 그대로 밤에 집을 뛰쳐나가서 7일 동안을 밖에서 배회하였지만 부모님 걱정시켜 드릴까 봐 친정에도 갈 수가 없었지요. 다행히 계절은 여름이었지만 품에는 돈 한 푼 없어서 낮에는 은행에 가서 정수기에서 물 받아먹고 쉬고, 밤에는 공원 벤치에서 잠을 잤어요. 7일이 지나자 더는 배고픔을 참을 수 없어서 집에 들어갔는데 시어머니와 남편은 아무런 말이 없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친정에서도 걱정을 많이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마음이 너무 아팠던 이때가 결혼하고 3개월 되었을 때였어요.”

집을 나갔다 돌아온 후 사공옥숙님이 시어머니와 살림을 합치는 것을 제안하자 남편도 시어머니도 쾌히 승낙하여 그 날부터 돌아가시는 날까지 11년을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습니다. 그 길고 긴 시간 동안 시어머니 봉양 때문에 가고 싶은 친정 나들이도 할 수 없어서 안타깝고 힘든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끊임없는 시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이 답답하고 위장병이 만성이 되어 건강에도 많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였고, 이렇게 힘든 날을 살아가는 동안 남편, 시어머니, 아들, 시누이, 그 누구도 내 편이 되어 주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어릴 때 무엇이든 사달라고 보채면 교육을 위해 사주지 않으면 시어머니는 ‘하나 있는 아들 왜 그렇게 힘들게 하냐?’ 하면서 손자가 원하는 것은 다 들어주셔서 어린 아들은 엄마보다는 할머니를 더 좋아하더라고요. 내성적이고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에 뭐라 말도 못해 늘 혼자 외톨이로 지냈지요."

시어머니는 관절염이 매우 심해져서 수시로 병원에 모시고 가야 했고, 잦은 입원 뒷바라지도 혼자서 다 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도 ‘힘들다’ ‘버겁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다가오는 날들을 의무와 책임감으로 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지치고 힘든 자신을 추스를 여유도 용기도 없어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지내던 중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시누이의 권유로 정토법당에서 천도재를 지내게 되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수행법회에 가끔 참석하다가 2007년 불교대학을 입학하면서 정토회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불교에 대한 지식도 없었고 불심도 크게 없었지만 불교대학 입학을 시작으로 정토회에 다니면서부터 편안함과 따뜻함을 많이 느꼈어요. 소극적이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외로움이 많았었는데 선배 도반들의 배려와 관심이 좋고 그 따뜻함이 좋아서 꾸준히 다니게 되었지요.”

10년을 하루같이

요리엔 거의 문외한이었지만 현재 행복학교에서 활동하는 장금옥 님이 공양간 소임을 제안하여 기꺼이 맡아서 현재까지 10여 년간 공양간 봉사와 환경 소임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늘 못한다고 질책하시던 시어머니와 달리 친절히 가르쳐주고 칭찬도 많이 해주던 선배 도반들의 관심과 배려, 공양간에서 같이 활동하는 도반들에게 조리법을 배우고, 제가 만든 음식을 도반들이 먹으면서 맛있다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할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집에서도 늘 하는 일이고, 허드렛일이라는 생각으로 남들이 특히 싫어하는 소임 중 하나인 공양간 소임을 맡아 10년을 하루 같이 하지만, 마음이 답답하고 불쑥 올라오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도반들이 함께하기로 한 빈그릇 운동을 하지 않을 때나, 음식물 쓰레기를 지렁이에게 줄 것, 말릴 것, 발효시켜 퇴비로 활용할 것 등을 공양간에 잘 안내해 두었지만 그냥 한곳에 섞어서 버려놓았을 때는 마음이 답답해져요. 그런 순간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하나씩 분류하고 그릇을 씻으면서 답답한 마음도 흘려보내다 보면 금세 편안해지기도 하지요.”

대구법당 도반들과 함께. 맨 오른쪽이 사공옥숙 님.
▲ 대구법당 도반들과 함께. 맨 오른쪽이 사공옥숙 님.

10여 년을 공양간과 환경 소임을 맡아 살림을 살다 보니 그 방면에선 훤히 알게 되고 개선해야 할 점들도 보였습니다. 음식쓰레기 처리가 가장 큰 문제인데. 특히 여름엔 부패로 인해 벌레와 악취가 심하여 처리에 고심하던 중 환경교육을 통해 EM을 넣어 음식물 찌꺼기를 발효시켜 퇴비로 사용하기, 지렁이 배양을 통한 음식쓰레기 처리하는 방법을 배워 하나씩 개선해 나갔습니다. 음식쓰레기 처리는 누구나 꺼리는 일이지만 누구보다 세밀하고 책임감 있게 하여 대구법당은 음식쓰레기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청정법당이 되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환경에 있어서 자칫 지나치기 쉬운 부분까지도 몸으로 실천하는 모습에서 나를 비롯한 도반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해줍니다.

“정토회 활동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성격이 매우 무뚝뚝하고 사교적이지 못해 사람들과 잘 사귀지 못하지만, 도반들이 먼저 말을 걸어주어 대화도 많아져 조금씩 사교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저의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주고, 모르는 것은 하나씩 하나씩 알려주는 것이 좋아 즐거운 마음으로 공양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법륜스님의 법문은 마음가짐을 항상 올곧게 가지도록 이끌어 주시고 인생의 지침이 되어 수행법회는 물론 모든 법당 행사에도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고 그것이 수행의 기본이라 생각해요.”

정토회 활동을 하면 할수록 삶이 올곧아지고 가벼워져서 행복하다고 합니다.

“원래도 착한 사람이지만 워낙 효자라 언제나 시어머니 편만 들던 남편도 이제는 하루도 빠짐없이 법당에 나오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고요 그런 남편이 참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봉사하면서 수행자로 살고 싶어요.”

공양간과 환경부문에서 함께 활동하는 정순자 님은 '대비심(사공옥숙 님 법명)처럼 되기 위해서 수행을 하고 있다'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수행의 관점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바로 잡아주는 도반입니다.

말수가 적은 분과 인터뷰 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자신의 괴로움, 행복, 자유로운 삶, 수행에 대한 이야기를 많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듯하여 진심이 엿보였습니다.
젊은이는 청춘을 예찬하지 않고 청산에 사는 사람은 청산을 노래하지 않듯, 사공옥숙 님은 진정 괴로움이 없는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기에 편안하고 꾸밈없는 분으로 느껴졌습니다. 수행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뭔가 거창한 일을 하고 특별나게 애를 쓰는 삶이 아니라 소임을 하면서 그 행과 마음이 편안하며 걸림이 없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달변가는 아니지만,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하면서도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진정 보살의 삶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런 사공옥숙님이 부러웠습니다.

글_김영희 희망리포터, 정순자(대구정토회 대구법당)
편집_박정미(대구경북지부)

전체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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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광

보살님의 수행담
감동 감동 입니다.
건강 챙기면서 행복 하셔요.
감사하오나이다.

2018-04-04 06:20:24

광명일

한결같이 꾸준히 봉사하신 보살님
이젠 늘 행복한 시간으로 지내시길
바라옵고 바랍니다.

2018-04-04 05:50:46

보리안

아.. 대구법당에 가보았습니다.
보살님의 손길이 닿은 것이었군요.
공양간과 지렁이박스... 인상적이었는데,..
10년을 하루같이... 대단하십니다.

2018-04-03 11: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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