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필리핀 마닐라법당의 한금화 님은 지난 20여 년간 마닐라정토회와 역사를 함께해 온 마닐라법당의 든든한 버팀목이십니다. 그 시작과 인연에 대한 이야기 함께 나눕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985년에 3살, 6개월 된 두 아들과 마닐라에서 사업을 시작한 남편을 따라 5년 거주를 목표로 마닐라에 왔다가 현재 35년간 살고있는 한금화입니다.

민다나오에서 스님과 함께: 한금화 님 부부▲ 민다나오에서 스님과 함께: 한금화 님 부부

제가 정토회를 알게 된 것은 1999년 어느 날 ’머리카락 없는 손님’과의 인연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큰아이가 한국인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한국에서 손님이 왔는데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왔다고 말했습니다. “엄마 이상하지 않아요?” 하는 말을 듣고 같이 웃다가 순간 혹시 스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바로 전화번호를 물어 아이 친구집에 전화를 해보니 매주 수요일 오전에 마음나누기 모임을 하고 있고 전날 법륜스님이 다녀가셨다며 언제든 오라는 친절한 안내를 받았습니다.

정토회가 어떤 단체인지, 법륜스님이 어떤 분인지는 모르지만 10여 년의 외국 생활 동안 주위에 교회와 기독교인들만 접하다가 불교 모임이라는 말을 듣고 반가워 그다음 주부터 바로 모임에 나갔습니다. 요즘 말로 열린법회였습니다. 모임을 주도하는 분은 한국에서 당시 2년짜리 정토불교대학을 졸업하고 남편의 마닐라 지사 발령으로 마닐라에 온 분이었습니다. 불법을 만나고 법륜스님과 같은 스승님을 만난 것이 너무 행복하고 좋아서 불법을 전하려 모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2018년 활동가 수련 후: 왼쪽에서 네 번째에 한금화 님▲ 2018년 활동가 수련 후: 왼쪽에서 네 번째에 한금화 님

모임에 나가며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기복 신앙으로서의 불교가 아닌 생활불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교재도 아무것도 없던 때라 《월간정토》를 읽고, 또는 한 주간 생활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며 '그때 내 마음은 이러이러했다'는 마음나누기를 하는 모임이었습니다. 모임을 통해 불교의 핵심은 마음을 잘 관찰하여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삶, 내가 내 인생의 주인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마음공부를 할수록 신선하고 좋아서 더 열심히 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어느 정도 엄마의 손길을 벗어나 약간의 무료함을 느끼는 시기였고, 매사 계획적이고 진지하고 깔끔한 남편에 비해 무계획적이고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항상 긴장하고 기죽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더 많이 참고 이해하며 산다는 억울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불교 공부를 할수록 ‘꼼꼼하고 깔끔한 사람이 나를 만나 불평 없이 살아줬구나, 나를 봐주며 살아준 남편이 보살이구나’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니 남편이 정말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또한 그런 제 성격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행복해지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JTS 후원 바자회에서▲ JTS 후원 바자회에서

그러던 중 2001년 제게 법을 전한 그 도반이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어 그 이후부터 우리집에서 열린법회를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해인 2002년 법륜스님께서 굶주리는 북한 동포를 위한 활동으로 아시아의 노벨상이라는 필리핀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법륜스님은 시상식에서 만난 추기경 님으로부터 종교 갈등으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민다나오 사람들의 평화를 위해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굶주리고 방치된 어린이들을 보신 후, 받은 상금으로 필리핀 JTS를 설립, 제 남편이 대표를 맡아서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후 2003년 필리핀정토회 마닐라법당 개원을 하고 총무가 뭔지도 모른 채 총무로 8년, 아시아지구장으로 3년을 보냈습니다. 초기의 정토회는 지금과 같은 조직이 없어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제가 받은 은혜를 생각하며 한 발 한 발 여기까지 왔습니다.

JTS기금마련 국수판매장에서: 가운데에 한금화 님▲ JTS기금마련 국수판매장에서: 가운데에 한금화 님

저희 부부는 딱히 종교에 관심이 없었으나 법륜스님을 만난 이후 수행과 봉사를 하며 서로에게 좋은 도반으로 나날이 행복하게 살고 있어 인생 후반이 참 행복하고 평안합니다. 그야말로 부처님 법 만난 것이 자랑스럽고 법륜스님 제자됨이 자랑스러워 수행, 보시, 봉사는 저절로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는 마닐라법당에서 천일결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편과 함께 민다나오 오지 마을의 빈곤과 문맹 퇴치를 위해 봉사하고 인연이 닿으면 지방 도시에 열린법회를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어느 날 찾아온 ‘머리카락 없는 손님’은 제게 이렇게 소중한 인연이 되어 지금도 그분으로 인해 행복한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처님 법 만난 것이 자랑스럽고 법륜스님 제자됨이 자랑스러워 수행, 보시, 봉사는 저절로 하게 된다는 한금화 님의 말씀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더 많은 분이 불법을 통해 괴로움이 없는 자유로운 삶, 내가 주인되는 행복한 삶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글_한금화 (마닐라법당)
정리_남주현 희망리포터 (마닐라법당)
편집_이진선 (해외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