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법당에 맥가이버가 떴습니다. 그가 나타나면 고장난 전구에 불이 들어오고, 망가진 모든 게 원위치로 돌아옵니다. 그는 수시로 법당에 들러 고장난 것, 불편한 것들을 고쳐놓고 사라집니다. 마치 우렁각시처럼요. 그래서 그의 성을 붙여 도반들은 그를 '신 맥가이버'라고 부릅니다. 법당과 문경정토수련원을 오가며 잘 쓰이고 있는 신윤선 님을 소개합니다.

처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신윤선 님은 자신이 수행이 부족하다며 진정한 수행자가 못 된다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래서 총무님을 통해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신윤선 님은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2시간씩 통일정진기도를 맡아 해오고, JTS 활동 담당자로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당 내 전기나 시설관리는 물론 법당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성상 조사를 해오고 있고, 뒤에서 남모르게 법당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성실한 도반입니다."
겸손하기까지 한 신 맥가이버, 신윤선 님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정토회와의 인연

저는 어디 가서 수행자다, 불자라 말하기에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아침수행을 108배와 명상으로 간략히 운동 삼아 하는 상태입니다.
정토회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팟캐스트 정치방송을 청취하면서부터 방송 순위에 법륜스님 즉문즉설이 항상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이 듣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재미있고 유익해서 자주 듣다가 가까운 곳에 정토법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 종교를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을 때라 충주법당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법당에서 법회를 하는 것부터 모든 게 어색했습니다. 하지만 나누기라는 것을 통하여 수행과 마음을 공유하는 게 좋았습니다. 불교대학 경전반 외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입학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불교대학 졸업식 때 환하게 웃고 있는 신윤선 님▲ 불교대학 졸업식 때 환하게 웃고 있는 신윤선 님

부처님 그녀가 빨리 돌아오게 해주세요

한 도반이 저를 성실한 사람으로 보았는지, 외국에 나가 있는 여동생이 돌아오면 소개해 준다는 말에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미혼이라서 사심이 생겨, 입학 전부터 법당 활동을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천일결사에도 참여하고, 눈보라가 휘날리는 추운 겨울이나 비바람과 번개 치는 날에도 전봇대에 매달려 불교대학 및 희망강연 홍보 현수막을 달곤 했습니다. 그때부터 법당에서는 '맥가이버', '현수막의 달인'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JTS 활동도 도맡아 했습니다. 여러 도반과 어울려 하다 보니 신나고 즐거움 속에 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토요일은 통일정진 담당을 맡았습니다. 정진을 하면서 통일을 간절히 염원하는 기도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부처님 그녀가 빨리 돌아오게 해주세요.” 하며 불순한 생각으로 형식적인 기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법당 도반들은 제가 열심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불심 깊은 수행자로 오해를 하지만, 본 모습은 사심 가득한 중생이었습니다.

법당 도반들과 JTS거리모금운동 (맨 왼쪽이 신윤선님)
▲ 법당 도반들과 JTS거리모금운동 (맨 왼쪽이 신윤선님)

마침내 그녀는 돌아왔지만, 인연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녀에 대해 스스로 만든 상을 짓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회의감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 뒤론 법당활동도 소홀해지고 형식적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일요일의 남자

그러던 중에 <깨달음의장>을 다녀오면서 나름대로 사고의 틀도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덕생법사님께서 전기관리 일을 하고 있으니, 가끔 문경수련원에 와서 시설관리 일을 도와주는 게 어떻겠냐고 했습니다. 40대 노총각인 저는 주말에 시간이 많아 집에서 할 일 없이 뒹굴뒹굴하느니, 보람된 일을 하는 게 좋겠다 싶어 일요일마다 문경수련원을 가게 되었습니다. 문경수련원 일을 돕는 게 고될 때도 있었지만, 즐거울 때가 많았습니다. 대광법사님께서 ‘일요일의 남자’라는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문경수련원에서 겪은 에피소드가 참 많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 때입니다. 저녁예불을 마치고, 상근자 10여 분과 함께 정토회와 인연이 깊은 연제식 레오 신부님 댁을 방문해서 성탄전야 미사를 드렸습니다. 주의 기도문과 반야심경을 함께 독송하고, 가톨릭 성가도 불렀습니다. “각각의 종교란 등산로는 달라도 정상에 오르면 결국에는 같은 것입니다.“라는 신부님 설교가 마음에 남습니다. 미사에 참석하신 신부님과 수녀님들은 몇 년 전에 <깨달음의장>을 마치고 10년 이상을 정토회와 인연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미사를 마치고 신부님께서 직접 재배하신 농산물로 만든 떡과 과일을 먹으며 도반들의 노래도 듣고, 담소도 나누며 내생에 가장 의미 있는 크리스마스를 보냈습니다.

성탄전야 미사▲ 성탄전야 미사

그 외에도 여름 명상수련 때는 폭우가 내려 물길 작업하느라 허리 아프게 삽질도 했지만, 도반들과 함께라 즐거웠습니다. 어떤 때는 땅벌한테 제대로 쏘여서 일주일 정도 팔이 퉁퉁 부운 적도 있습니다. 명상원에 계시는 자행스님께 세뱃돈을 받았는데 아직도 잘 간직하고 있기도 합니다.
문경 바라지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도반들과 함께 일하며 사심 없이 대화하며 친해지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봄이면 쑥 뜯어다가 쑥버무리 무쳐 먹고, 두릅이나 엄나무 순, 산딸기, 오디 등등 따먹고,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가을이면 감 따서 곶감 만들어 널고, 홍시도 따서 나눠 먹고 계절별로 다양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제가 수행은 게을리 하지만, 문경수련원에서 나름 잘 쓰인다 생각하니 보람을 느끼고 일요일이 기다려집니다. 문경수련원에는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 있고 다양한 공부 거리가 있습니다.
정토회를 만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지금이 행복합니다.

명상수련중 물길 작업 후 쉬는 시간(오른쪽 두번째 검정우비가 신윤선 님)▲ 명상수련중 물길 작업 후 쉬는 시간(오른쪽 두번째 검정우비가 신윤선 님)

그는 법당에 수시로 들러 확인 점검을 합니다. 전깃불이 켜져 있는지, 보일러는 꺼져 있는지, 법당일지는 잘 쓰고 있는지, 쓰레기 분류는 잘되고 있는지, 기타 등등.
그리고 그는 법당과 문경수련원을 수시로 오가며, 스스로 할 일을 찾아내어 인생의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곳에도 그를 기다리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전기시설부터 세탁기 고장, 때론 밭일까지. 그가 필요한 곳이면 언제 어디든 달려갑니다. 꽃비를 맞으며 꽃바람 휘날리며 문경으로 향할 것입니다. 그가 필요한 곳으로...

글_신윤선 님(청주정토회 충주법당)
정리_최익란 희망리포터(청주정토회 충주법당)
편집_하은이(대전충청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