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특집] 정토행자상 수상자
통일상 이미은 님의 수행이야기

안녕하세요. 오늘은 2017년 정토행자상 특집 기사 시리즈의 통일부분 수상자인 이미은 님의 ‘내 마음의 평화와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정진 이야기’ 입니다.

이미은 님의 새벽 통일정진 모습

▲ 이미은 님의 통일정진 현장 영상

당신을 만나 함께하는 것이 기적입니다!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을 6일 앞두고 있어 이번 특집기사는 더욱 뜻 깊습니다. 정토회 서초법당에서는 2015년 8월 27일 4시부터 24시간 단 1초도 멈추지 않는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천일 정진'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평화에 대한 소식들이 도반들의 간절한 기도에 대한 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서초법당에서는 기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천일 통일정진기도 담당자인 이미은 님이 2017년 정토행자상 통일 부분 수상자였습니다.

 2017년 정토행자상 통일부분 수상자 이미은 님
▲ 2017년 정토행자상 통일부분 수상자 이미은 님

이미은 님은 상을 받았을 때 무척 기뻤지만 이 상은 함께 천일 정진을 하고 있는 도반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상이라고 환희 웃으며 이야기 합니다. 보통 새벽 시간에 마음을 내어 주는 분들이 적어서 이미은 님이 새벽시간 특히 새벽 1시부터 4시까지 가장 많이 담당한 분 중에 한 분이 되었는데요. 먼저 통일 정진과 관련된 이미은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통일정진 에피소드들

통일정진 새벽 시간 기도를 한 번 펑크 낸 적이 있었습니다. 서초법당 공동체 분들이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순서대로 대기를 합니다. 숙직자가 대기자를 깨워서 무사히 기도를 끝냈습니다. 그날 저 대신 통일정진 기도를 한 친구에게 연락했습니다. 너무 미안해하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 지나간 일이예요. 괜찮아요.’

2016년 설날 때었어요. 제가 새벽 2시부터 3시까지 기도를 하고 나누기를 하러 갔습니다. 제 앞에 12시부터 2시까지 기도했던 분의 나누기를 보고는 울컥 하였습니다. “북에 있는 가족들, 설 명절이라도 배불리 먹게 해달라는 바람으로 기도하였습니다. 통일 되어 만나는 그날까지 건강하기를...” 그 분은 새터민이었습니다. 아무리 간절하다 해도 제가 그분들만큼 간절히 기도 할 수 있을까요. 그날 이후 정말 통일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더 간절하게 들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 3시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데 법당 입구에서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시는 지도법사님을 뵈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종일 신고 다니신 하얀 고무신을 마치 슬로우 비디오처럼 천천히 집어 올려 신발장에 가지런히 정리해 두시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가느다란 목소리로 ‘아이고’ 하시며 상체를 엎드렸다 다시 일으켜 세우시는 그 모습에 부처님의 법이 온전히 묻어나 있음을 보았습니다. 그 찰나에 저는 힘들다며 최근에 자주 뱉었던 ‘아이고’ 소리와 함께 엄살 부렸던 것이 어찌나 부끄럽고 죄송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작년 1인 평화 피켓 시위, 광화문 앞에서
▲ 작년 1인 평화 피켓 시위, 광화문 앞에서

이미은 님을 인터뷰하기 전에 서초법당 도반님들을 만났습니다. 이번에 서초법당에서는 수상자가 두 명이나 있었습니다. 도반님들은 하나같이 정말 두 분이 대단하다고 상을 받을 만하다며 기쁜 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먼저 도반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윤영선 님(서초법당 저녁책임팀장): 이미은 님은 서초 저녁 부총무부터 통일기도 정진 총괄까지 꾸준히 활발하게 많은 일을 해오시는 분이죠. 사람들이 가장 하지 않은 시간대에 통일정진 기도를 많이 했어요. 특히 새벽 마의 시간에 거의 담당으로 하셨어요.

김윤정 님 (서초법당 자활팀장) : 법사님이 되려고 태어나셨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어떤 것도 거리낌 없이 일 하는 것을 보면, 어떻게 저런 힘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정선 님 (서초법당 불대팀장) : 새벽시간에 보통 펑크가 많이 나는데, 새벽 시간을 담당할 만큼, 통일 정진을 하는 분입니다. 봉사에 온 마음을 담아 해요. 그렇게 하면서 스스로가 자유로워지겠다 싶기도 합니다.

김성현 님 (서초법당 저녁지원팀장) : 외부 행사 때 차를 같이 타고 온 적이 있었는데, 차 안에서도 끊임없이 정토회 일로 소통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해가 안 가면서도 ‘와 대단하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사람의 성격이 같을 수가 없잖아요. 사람들하고 부딪히기도 하고 그러나 큰 문제없이 불편하더라도 불평없이 항상 웃으면서 일하는 분입니다

새벽 1시부터 4시까지 소위 ‘마의 시간’에 가장 많이 기도한 분이라는 이야기에 뭉클했습니다. 천일 정진기도는 그 새벽 시간에도 1분 1초의 멈춤이 없습니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랴, 밤에는 서울제주지부 저녁 선임팀장으로 일하면서 새벽에는 통일정진 기도까지... 종종 함께 소임 할 기회가 되면 반갑게 잘 안내해주시던 그분이 보통 분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토회와는 어떻게 인연이 된 건지, 어떤 힘으로 그 많은 일을 척척 해 내시는지 더욱 궁금해집니다. 호기심과 설렘으로 이미은 님의 수행해 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냥 오면 되는데, 그냥 하면 되는데

“봉사를 하고 싶은데 어떤 게 있을까 하던 차에 인연이 닿아 인도 캘커타의 마더 테레사 센터에 가게 되었습니다. 벌써 20여 년 전이네요. 그때 근처 도미토리에서 지냈는데, 선주법사님이 수자타 아카데미에서 한국으로 가기 위해 하룻밤을 같은 숙소에 묶게 되었죠. 선주법사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통해 정토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한국에 와서 가끔 힘들 때면 선주법사님께 연락하곤 했었어요. 그러다 정말 힘든 때, 서초법당에서 선주법사님을 만났는데 그때 백일출가 안내를 받았습니다. 2007년 제3기 백일출가를 했었죠.

 20년이 지난 뒤에 다시 인도에서 선주법사님과 함께, 2018년 1월 인도 성지순례에서
▲ 20년이 지난 뒤에 다시 인도에서 선주법사님과 함께, 2018년 1월 인도 성지순례에서

어렸을 적부터 저는 ‘내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게 많이 궁금했습니다. 백일출가 할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어디론가 가고 싶은데 현실에 묶여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만 했었던 것 같아요. 백일출가 만 배를 하고 난 후 다음날 아침에 문경 수련원의 백화암을 내려다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 달린 짐승이 이렇게 오면 되는데...’ 매일 간다 간다 하기만 하고 현실을 떠나지 못했던 제가 사실은 밖의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그것이 좋았구나.’ 하는 것을 알았죠.

백일출가가 끝나고 더 있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언니가 임신해서 잠깐 언니 일을 봐주러 서울로 왔는데 그때 아버지가 암에 걸린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회향을 하게 되었지요.

백일출가, 윗줄 오른쪽 네 번째가 이미은 님
▲ 백일출가, 윗줄 오른쪽 네 번째가 이미은 님

저는 제가 잘 쓰여지는 것, 이렇게 활동하고 봉사하는 삶이 좋습니다. 정토회에서 수행자로써 일을 하고 있을 때 저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런 길을 계속 가고 싶은데 언니가 가장 걸렸어요. 저는 어릴 적부터 언니가 좋았습니다. 제가 키도 더 크고 덩치도 언니보다 더 큰데 ‘언니 언니’ 하면서 언니를 쫓아 다녔죠. ‘세상의 모든 사람이 이해를 못해도 언니 한 사람이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언니에게 말했습니다. 언니는 제가 수행자로서 이렇게 봉사하고 사는 것 보다는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바랐지요. 언니가 운영하는 웨딩샵에서 일하면서 그렇게 시간이 갔습니다. 그러다가 언니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습니다. 저는 바로 서초법당 불교대학을 입학했어요.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 불교대학 경전반 2년

2013년 봄불교대학 입학, 2014년 경전반 입학. 저는 그 2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수업이 너무 좋았어요. 제가 제 자신에게 준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었어요. 2년 동안 단 한 번도 수업을 빠지지 않았어요. 졸수도 없었지요. 마치 가뭄에 말라가던 잎들에게 비가 내려 생명이 활짝 피어나듯 그렇게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수업을 듣는 내내 부처님과 같이 있는 느낌이었어요. 농담으로 ‘아마도 내가 부처님 당시 옆에서 법문을 들은 풀벌레이지 않았을까’ 하는 말을 하곤 했었지요. 저는 그 2년의 수업을 들으면서 ‘행복했던 시간만큼 회향하면서 살아야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백일출가 하기 전에도 씩씩하고 긍정적인 성격이었지만 스스로에게 상처를 많이 줬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교대학 다니며 수행하며 많이 치유가 되었다고 합니다.

“늘 자신에게 ‘괜찮아. 괜찮아 너는 괜찮아’ 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았던 거죠. 그러다 불교대학 들어오면서 2년 동안 아픔이 많이 치유가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그랬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회향하는 마음으로 하는 봉사활동

이미은 님은 2013년 경전반 수업을 들으면서 봄불교대학 담당을 시작으로, 2014년 봄불교대학 팀장, 2015년 서초법당 저녁 부총무 소임을 맡게 됩니다. 그리고 2015년 통일 천일정진 총괄 소임을 겸하게 되지요. 가장 힘든 때가 언제였는지,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내왔는지를 물었습니다.

“2016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당시 서초법당 저녁 부총무 소임과, 통일 천일정진 총괄 이외에도 강남법당 불사(2월 시작), 청년 붓다(5월), 공동체 붓다하우스(10월 시작)을 했었거든요.”

평화와 통일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던 동북아 역사 순례에서, 사진 왼쪽 첫 번째
▲ 평화와 통일의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던 동북아 역사 순례에서, 사진 왼쪽 첫 번째

수행의 전부인 도반, 함께 하기에 가능합니다

“그냥 하라고 하면 마다하지 않는 편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단 한 번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그 힘든 일들 모두 도반의 힘이 가장 컸습니다. 강남법당 불사를 할 때도 강남에 살고 있는 도반들이 모여 함께했습니다. 매일 아침 기도하고 함께 마음 나누기 하면서 정말 즐거웠어요. 아마 도반들이 아니었으면 아무것도 못했을 거예요.”

서초법당 저녁 부총무시절, 강남불사 도반들과 기도 후에, 오른쪽 세번째
▲ 서초법당 저녁 부총무시절, 강남불사 도반들과 기도 후에, 오른쪽 세번째

“통일 정진하면서도 수행의 전부는 도반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초반에는 밤에 어떻게 진행할지 몰라 서초 저녁부 팀장님들이 돌아가면서 숙직을 했어요. 6명이 돌아가면서 지켜가며 했지요. 통일정진 시작할 때 소임을 나눠서, 접수장 만드는 일, 신청자 접수장에 입력하는 일, 서초법당 주간 도반들의 기도자 안내소임, 정진실 청소 등 관리소임, 목탁 교육 등... 함께 해준 도반님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서울제주지부 저녁팀장님들과 함께, 첫 번째 줄 맨 오른쪽
▲ 서울제주지부 저녁팀장님들과 함께, 첫 번째 줄 맨 오른쪽

매일의 기적, 이 인연들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기적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제가 정토회를 그때 오지 않고 그 전에 왔었다면 이 사람들을 못 만나지 않았을까. 정말 전혀 모르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이런 인연으로 이렇게 만나서 뜻 모아 같은 길을 갈 수 있을까. 그 인연이 고맙고 소중하다는 것을 매 순간 느끼게 됩니다. 정토회랑 인연된 것이 기적입니다. 그 시기에 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이 기적입니다.
지금 함께 공동체 생활하고 있는 가족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제가 방장인데 잔소리도 하고 가끔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짜증나는 나를 보게 하니 그 인연이 감사합니다.”

이미은 님은 수행을 통해서 부모님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느꼈다고 합니다. 정토회 활동하면서 가장 기분이 좋았을 때가 어머니를 그대로 보아 줄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 때라고 합니다.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노래 부르는 것처럼 온전히 봐지게 되던 날 내 마음이 너무 편안한 거에요. 지금은 엄마가 무슨 이야기를 하셔도 마음에 요동이 없습니다. 그렇게 엄마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엄마에게 자주 전화해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렇게 건강한 육체를, 건강한 생각으로 살 수 있게 한 모든 것이 부모님 덕분입니다. 정토회를 만난 것도 부모님 공덕입니다.”

마지막으로 정토회 활동의 서원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아침 기도를 안 빠뜨리고 하고 싶다는 생각에, 청년 붓다를 같이 한 도반들과 공동체 ‘붓다 하우스’를 2016년부터 시작했었습니다. 저는 이런 공동체를 늘려가고 싶습니다. 공동체는 기상벨이 울리면 유수스님 예불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또 통일이 되면 평양법당 불사를 하고 싶습니다. 만약 평양에 불사한다면 앞장서서 신나게 놀아보고 싶습니다.”

역시 통일상을 받은 분 같은 서원입니다. 평양 불사라는 말을 들으니 제 마음도 쿵쾅 거립니다. 그날이 오면 저도 발벗고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붓다 하우스에 같이 사는 도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청년붓다 회향 날.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이미은 님
▲ 청년붓다 회향 날. 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이미은 님

임여원 님(국제부 영어 봉사자): 같이 생활하는데 생활의 디테일한 부분을 잘 알려줍니다. 화장실 청소, 다림질 하지 않아도 되는 빨래 너는 법, 못 박는 법 등 맥가이버 같다고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 같이 사는 도반들 중 가장 청결 수준이 높아서 집이 청결한 상태로 유지가 되는 것 같아요.

통일 정진이 아무래도 새벽 시간에 종종 펑크가 나는데, 그걸 메꾸는 것을 보면 어떻게 그걸 다 할 수 있을까 짠할 때가 많아요. 상 받았을 때 울컥하고 기뻤습니다. 자랑스럽기도 하구요. 직장생활을 하고 일상적으로 욕구에 끄달릴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이미은 님과 이야기를 하면 도움이 되어요. 수행의 관점을 법사님처럼 잘 잡아 주거든요. 이미은 님은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처럼 가볍게 모든 일들을 합니다. 그렇게 가볍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 저도 닮고 싶어요.

이제 통일 천일정진 기도가 약 한 달 남았습니다. 지금도 서초법당의 통일정진 기도 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글, 영상_박성희 희망리포터(서울정토회 관악법당)
편집_권지연(서울제주지부)

전체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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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홍

법당에서 얼굴보고 인사하던게 전부였는데. 이렇게 활동했던 이야기를 들으니 참 멋지십니다.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글로 써주서서 감사합니다~

2020-09-06 19:32:12

서정민

새벽에 우연히 읽게 된 수행담.
감동받았어요
뭐라 말을 할수 없을 정도로...

2019-04-22 05:15:15

김 한영

짝짝짝~~~
감동입니다.

2018-04-23 15: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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