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회와 인연을 맺기까지

어릴 적 아버지께서는 매일 새벽 4시가 되면 항상 금강경 등 경전을 독송하셨습니다. 비록 글자는 몰랐지만, 매일같이 이어지는 아버지의 경전 독송으로 어머니께서도 금강경을 다 외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불교를 생활화하는 부모님 곁에서 자랐지만, 저는 불교가 와 닿지 않아 절을 가까이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평탄하게 잘 살던 제게 IMF라는 시련이 닥쳤습니다. 남편이 친구에게 보증을 섰던 게 문제가 되어 모든 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어디에 마음을 의지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아, 처음으로 절을 찾게 되었습니다.

힘들어진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그로부터 근 20년간을 절에 다니며 법문과 참선 수행으로 나를 다잡아가며 불교에 의지하여 생활하였습니다. 참선 수행을 하며 어려움 속에서도 제 나름대로 행복을 찾았고, 그 이전보다 가족들에게도 너그러워지고, 행복해지려 애쓰는 마음을 남편도 알아주어 제가 절에 가고 참선 수행에 참여하는 것을 남편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습니다. 저는 이대로 참선 공부만 하다 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한유나 님(법당에서 수행정진 후)▲ 한유나 님(법당에서 수행정진 후)

딸에게도 절에 다닐 것을 권유하였는데, 얼마 뒤 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엄마, 나 정토회 불교대학에 입학했어.” 정토회는 생소하였지만, 절에 다니며 법문을 듣고 가르침을 받으면 된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딸이 “엄마! 정토회에서 들으니, 부처님 법이 엄마가 말한 부처님 법과 다르던데? 부처님 법은 빌어서 무엇을 구하는 게 아니고, 내 안의 부처를 찾아내는 공부를 하는 거래.” 저는 순간 머리가 띵하며,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름대로 20년간 불법 공부에 매진하며 살아왔는데 그 말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말인지라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정토회와 인연의 시기가 도래했는지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정토회 가을불교대학’ 홍보 안내지를 받았습니다. 홍보지를 받아들며, 다른 절에 다니는데 가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나눠주는 분도 그랬다며 괜찮다고 용기를 주어 입학식을 하루 앞두고 불교대학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토회에 와서 찾은 온전한 행복

불교대학 입학식 법문을 들으며, ‘내가 부처님 법에 대해 아는 게 없구나. 진정한 부처님의 말씀은 건너뛰고, 참선 공부에만 매진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불교대학 다니며 한 강의 한 강의가 너무 재미있고 신이 났습니다. 그래서 개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불교대학에 다니며 법문도 너무 좋았지만, 환경운동, 봉사활동에도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뻤습니다. 항상 마음 한구석에 환경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 있어 환경 살리기에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나이가 드니 봉사활동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정토회의 환경운동, JTS활동, 통일에 관련된 활동들을 체험하며 누군가 뒤에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며 감동스러웠고 나도 동참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습니다.

정토회 수련 중 하나인 <깨달음의장>에 참여하면서는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참선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20년간 찾아 헤맨 것을 제대로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물건과 사람에 대해 집착하는 내 마음을 보았고, 가족들에 대한 크고 작은 묵은 감정까지도 다 돌아볼 수 있어 마지막 날에는 날아갈 것 같은 가벼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수련에 참가한 나를 위해 딸이 바라지까지 해주어 너무 고맙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수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남편이 앉아 있는 방문을 열며, 내가 한 첫 마디는 “여보, 내가 당신 하나는 평생 행복하게 해줄게.”였습니다. 그동안 어려워진 상황을 만회하려 애쓰며, 나와 가족의 행복만을 위해 달려와 준 남편의 마음을 이제야 알게 되어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경전반 도반들과 공양간 봉사 후(왼쪽에서 두 번째가 한유나 님)▲ 경전반 도반들과 공양간 봉사 후(왼쪽에서 두 번째가 한유나 님)

이미 이전에 다른 절에 다니면서도 수행을 해왔었습니다. 그런데 집안 행사나 명절을 거치고 나면 수행이 중단되기 일쑤였고, 해마다 200일을 넘기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정토회는 혼자 하는 수행이 아닌, 도반과 함께 하는 수행에 넘어질 때쯤 다시 일으켜 세워주고, 또 넘어질 때쯤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수행의 순서도 잘 짜여 있어 하루도 놓치지 않고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불교대학을 시작으로 해서 정토회와 인연을 맺은 2년의 시간,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었던가? 그 전까지는 괴로움이 내 삶에 들어오는 게 싫어 행복해지려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현재는 온전히 행복합니다.

내가 이토록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수행’입니다. 매일 ‘수행정진’을 해나가며 얻은 것을 몇 가지 꼽으라면 부정적인 무의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상황을, 사람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어 행복해졌고, 나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예전에 절에 다니며 가족을 위한 ‘3년 기도 정진’을 시작했었습니다. 불교대학을 다니며 그만두었는데 ‘3년 기도 정진을 중간에 그만두면 오히려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거 아닐까?’하는 불안한 마음이 예전 같았으면 생길 법도 한데, 수행을 해나가니 이제는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내 속에 뭐든 다 있는데 밖에서 구할 필요가 있겠냐며 나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전혀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그 굳은 마음이 저도 신기했습니다. 예전에는 부처님과 스님들께 기원하고 축원을 부탁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어려운 일이 있다고 해도 내가 헤쳐나갈 일이고,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며 든든합니다. 이처럼 나를 혁신적으로 바뀌게 해 준 수행의 길을 알게 됨이 제일 큰 복인 것 같습니다.

삶의 지혜로 인생의 풍요로움을 더해 준 정토회

내가 주고 싶은 만큼의 사랑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만큼을 사랑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인도성지순례를 하면서 지금 내게 주어진 상황들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원래 지인들을 초대해 베풀고 나누는 걸 좋아하는 나였지만 누구든 맞이하였을 때 정성을 다해 그 사람을 대접하는 것이 최고의 선물임을, 표현을 잘하는 남편과 달리 표현이 어색했던 내가 이제는 늘 남편에게 “고마워요, 잘했어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됨을, 갈등 상황이 일어나는 속에서도 내 마음 알아차림으로 쉽게 넘길 수 있게 됨을,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부처님 정법을 전해주어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준 정토회! 너무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행복의 길을 열어주는 정토회와 함께하며, 지금처럼 수행하고, 도반들과 봉사하고 나누며, 행복한 여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죽림정사 사찰순례(맨 앞 왼쪽 두 번째가 한유나 님)▲ 죽림정사 사찰순례(맨 앞 왼쪽 두 번째가 한유나 님)

한유나 님을 인터뷰하며 엄마로서, 딸로서, 아내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울컥울컥 하였습니다. 그리고 수행담을 들으며 아직 못 가 본 인도성지순례를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는 봄경전반 학생인데 이제 일 년 남짓 수행을 해나가며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선배 도반들의 수행담을 들으며 인터뷰를 마칠 때면 몇 계단을 훌쩍 뛰어오른 듯한 느낌입니다. 이 희망리포터도 행복으로 이어지는 수행의 길을 멈춤 없이 정진하겠습니다. 긴 시간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한유나 님 감사합니다.

글_고채인 희망리포터(해운대정토회 해운대법당)
편집_방현주(부산울산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