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행자의 하루

의정부법당
언제나 어디서나 막내딸과 함께하는 수행·보시·봉사의 삶

안녕하세요. 요 며칠 미세먼지가 기승입니다. 점점 높아져가는 기온과 탁한 공기는 일상 생활을 불편하게 합니다. 이런 환경 조건이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루 하루 수행·보시·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오늘은 막내 딸과 함께 행복한 수행자의 길을 가고 있는 차주엽 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종교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특별히 어느 종교도 가슴에 와 닿은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행동을 하던 이 종교를 믿기만 하면 천당에 간다는 말을 들을 때면 마땅찮음에 차라리 '나는 지옥에 가겠다'라고 가슴으로 외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무교로 지내왔습니다.

진리의 수레바퀴(法輪)를 찾아보자

2015년 여름. 인생의 고뇌가 많아져 100대 명산 산행을 하며 마음의 실타래를 풀어보려 했습니다. 8월에 연천 감악산을 시작으로 ‘진리의 수레바퀴(法輪)를 찾아보자’는 목적을 세웠습니다. 이때부터 법륜(法輪)스님과 인연이 시작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휴가나 주말이면 열심히 이 산 저 산을 찾아다녔습니다. 그 와중에 우연히 법륜스님의 《붓다, 나를 흔들다》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고, ‘불법이란 이렇게 명쾌한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인생의 고뇌를 해결해보고자 산행 뿐 아니라 법륜스님, 숭산스님, 원효스님 등의 책을 읽으며 마음 수양을 하고자 했습니다.

6개월 동안 24개의 산을 찾아다니며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오히려 아내와의 관계가 점점 나빠져 별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할 때, 문득 떠오른 분이 법륜스님이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유튜브 검색을 해보았고 <즉문즉설> 강연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말씀은 한마디로 명쾌하였습니다. 어느 <즉문즉설>에서 ‘일체중생을 구제하지는 못하더라도 가족들만이라도 구제하라’고 하셨는데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그동안 소홀했던 막내딸에게 모든 생활을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대학생인 첫째와 고등학생인 둘째는 법륜스님의 말씀에 따라 관심을 끊었습니다.
2016년 1월부터 108배를 시작하였고, <즉문즉설> 강연뿐만 아니라 반야심경, 근본불교, 육조단경 등의 강의를 몇 번씩 반복해 들으며 내용을 정리하였습니다. 강의를 듣다 보니 정토회에 나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처음으로 의정부법당 수행법회에 참석한 후, 불교대학에 등록하고 <깨달음의장>을 다녀오면서 불심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 후 수행·보시·봉사를 30년 동안 하겠다는 원을 세우게 됐습니다.

두번째 줄 맨 왼쪽 차주엽 님과 둘째 줄 맨 오른쪽 막내딸
▲ 두번째 줄 맨 왼쪽 차주엽 님과 둘째 줄 맨 오른쪽 막내딸

수행·보시·봉사를 30년 동안 하겠다는 원을 세우다

수행자의 삶 : 살아있는 동안 108배는 무조건 한다

108배만 하던 아침 수행을 <깨달음의장>을 다녀온 뒤에는 온전히 1시간을 다 합니다. 처음에는 무릎과 허리가 아파 힘들었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제는 자연스럽습니다. 울릉도 여행 갔을 때 외에는 매일 아침 수행을 하였습니다. 불교대학은 개근하였고 수행법회는 무조건 참석하려 합니다. 명상은 아직 집중이 잘 안 되는데, 명상이 현재 내 수행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보시하는 삶 : 내 옆에 굶주리고 있는 아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생활 속에서 아껴 쓰는 것입니다. 아낀 것을 보시하는 것은 몇 가지가 됩니다. 첫째, 교통비입니다. 법당에 자전거를 타고 가면 교통비가 아껴집니다. 날이 추우나 더우나 눈비가 와도 무조건 자전거를 타고 갔습니다. 둘째, 술값을 아껴서 보시했습니다. 술을 안 마시는 날은 거의 없지만 저녁 때 법당에 가야 하는 날은 술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그날은 술값을 아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무조건 보시합니다. 내가 술을 먹기에 다른 사람이 굶어야 한다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 음식값을 아껴서 보시합니다. 집에서 밥과 반찬을 만들어 먹습니다. 네 번째, 내가 다른 사람에게 술이나 식사 등을 대접받으면 그만큼 보시를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일이 별로 없습니다. 법당 일이 바빠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요.

JTS 거리모금. 보시하는 삶이 행복합니다.
▲ JTS 거리모금. 보시하는 삶이 행복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모금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매달 진행되는 JTS 거리 캠페인에 무조건 참가하여 열심히 모금 활동을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내가 생활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모금을 받는 것입니다. 시외버스를 이용할 때도 일반고속버스를 타면 교통비가 절약됩니다. 아파트 관리비 또한 절약하여 절약된 금액의 반을 보시합니다. 문상을 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미안한 마음도 달래고 돌아가신 망자에게도 공덕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문상 갈 때 들어가는 교통비를 보시하였습니다. 쌀을 살 때도 가장 저렴한 쌀을 사 그 차액을 보시하고, 정토회 행사시 도반의 차를 타고 갈 때면 그 비용만큼 보시합니다. 이렇게 늘 일상을 돌아보고 보시할 상황인지 고민하고 실천합니다.

봉사하는 삶 : 내가 쓰임이 될 수 있다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사회자 소임을 맡았고, 법당 사회활동팀장과 저녁부 자원활동팀장, 9-1차 천일 결사 모둠장, 서초법당과 철원 통일기도 무조건 참석하기 등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참여합니다. 무척 게으른 사람이었는데, 죽으면 어차피 없어질 몸인데 아끼지 말고 부지런히 쓰자고 마음내었습니다. 법당 도반들이 집안일 하기도 바쁜데 모두 열심히 하는 걸 보니 마음을 안 낼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공하고 일체가 연관되어 있다는 법의 이치를 떠올리면 당연히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래서 어디든지 달려갑니다.

전법 : 불법의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올해 2월 봄불교대학 홍보를 시작할 때 ‘불법이 이렇게 좋은데 다른 사람도 꼭 불법을 만날 기회를 주어야겠다’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 이후로 시간이 날 때마다 불교대학을 홍보하였습니다. 추운 겨울 혼자서 몇 시간 동안 전단을 붙이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9차 천일결사 입재식 다음날 퇴근 무렵에 천일결사에 대한 나의 원이 확연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을 내야지 다짐한 후 9-1차 기간 동안 만 장의 전단을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9차 기간 동안 십 만장, 30년 동안 백 만장 프로젝트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홍보 패널을 제작하고, 지하철에 붙일 전단을 직접 디자인하고 주문하여 홍보하러 다녔습니다. 회룡역에서, 의정부역에서, 강변공원에서, 도봉산역 버스승차장에서, 불교대학 이동수업 받으러 갔다가 노원역에서, 평일 퇴근 후에도, 토요일에는 막내딸을 데리고, 일요일에는 혼자서 인연이 닿으면 언제 어디서나 홍보를 하였습니다. 고개를 숙이면서 드리고, 뒤돌아서서 드리고, 몸을 살짝 비틀면서 드리고, 한 발 한 발 내디디면서 드리고, 걸어가면서 드리고, 뛰어가서 드리고 한 명이라도 더 드리기 위해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출퇴근에 이용하는 1호선과 4호선 지하철에서, 출장 갈 때, 사무실 근처나 서울역 등 기회만 있으면 전단을 나눠줍니다. 지하철 안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부딪히지 않도록 내 몸의 동작에 깨어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아주 좁은 공간도 부딪히지 않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이것도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단 홍보가 처음에는 너무 쑥스러웠습니다. 왜 그럴까 고민해보니 나를 의식하기 때문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나를 버리자’라고 마음을 내면서 전단을 드렸습니다. 차츰 익숙해져 이제는 아주 활기차게 전단을 건넵니다. 두 달이 지났지만, 첫 장을 건네줄 때는 여전히 망설여집니다. 전단을 건넸을 때 받아주지 않으면 분별심도 생깁니다. 아직도 ‘나다’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법 활동은 다른 사람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나를 내려놓기 위한 수행의 목적으로 고개를 숙이고 또 숙이며 홍보를 합니다. 제 가방 안에는 항상 홍보용 전단이 들어있어 어깨는 무겁지만, 마음만은 가볍습니다. 홍보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더 가벼워집니다.

평화통일 가즈아!
▲ 평화통일 가즈아!

막내딸과 함께하는 수행자의 삶

스님의 말씀에 따라 주말에는 온전히 막내딸과 보내는 시간을 갖습니다. 도시락을 준비하여 함께 스케이트장을 다니기도 하고, 정토회 행사가 있을 때는 함께 법당에도 갑니다. 거리모금에 함께 참여하고, 서초법당 통일기도, 철원통일기도, 천일결사 입재식에도 함께하였습니다. 내가 정성을 다하니 막내딸이 주말에는 무조건 나와 함께 지내려고 합니다. 보시하는 생활을 위해 자전거 안장에 태우고 다녀도, 며칠 지난 밥을 줘도 싫어하지 않습니다. 막내딸이 공부를 잘하기보다는 홀로 설 수 있는 생활습관을 기르길 원합니다. 검소하게 생활하며 자기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인생의 길을 안내하고자 합니다. 무조건 검소하라고 하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자연스럽게 검소한 생활을 보여주고 같이 실천하며 아낀 돈으로 보시하자고 합니다. 실제로 막내딸이 가족이나 지인한테 용돈을 받으면 무조건 그 절반은 보시하자고 제안하며, 어느 날은 거리모금 때 자기 용돈을 전부 모금함에 넣기도 했습니다.

나와 함께 수행자의 삶을 살아주는 막내딸
▲ 나와 함께 수행자의 삶을 살아주는 막내딸

제가 불법을 만나기 전에 막내딸은 조금 좀 포악한 편이었으나 불법을 만난 지금은 성격이 점점 온순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아직도 가끔은 울고불고 성질을 낼 때도 있지만, 평상시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워졌습니다. 막내딸의 변화만 봐도 불법의 크나큰 가피라고 여깁니다. 이런 불법의 은혜를 생각하면 저절로 수행·보시·봉사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도반들과 함께,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지난 일 년 반 동안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괴로움의 시간이 될 뻔했는데, 다행히 불법을 만나 수행·보시·봉사하는 삶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가볍고 환해지고 있습니다. 주위 지인들도 많이 밝아졌다고 합니다. 아직도 업식 때문에 직원들에게 화를 많이 내고, 주변 사람들에게 분별심을 내기도 하지만, 이런 나를 인정하면서 죽는 날까지 끊임없이 수행하고자 합니다. 부처님이 만들고, 법륜스님이 안내하는 이 바른 길을 도반들과 함께 가겠다고 결심합니다.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 승아제 모지 사바하!

수행… 그 행복한 과정을 즐기자!

보시하는 삶을 살기 위해 추운 겨울날 막내딸을 자전거 안장에 태우고 집으로 가는 길에 딸아이에게 지금 뭐 하냐고 물으니까 ‘밤하늘의 별을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많은 별은 처음 본다’는 소리를 들으니 수행하는 삶을 살면 이런 행복을 얻을 수 있구나 하는 마음에 저절로 흐뭇해졌습니다. 수행·보시·봉사하는 삶을 사는 동안 그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그 순간의 과정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수행 자체를 즐기는 수행자가 돼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글_차주엽 희망리포터 (남양주정토회 의정부법당)
정리_전선희(강원경기동부지부)
편집_양지원(광주전라지부)

전체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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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거사

감동적입니다. 실행력과 의지력을 본받아야 하겠읍니다. 궁금한게 아내분과의 관계가 어찌 되었는지이군요.

2018-05-29 02:15:24

정규연

수행 보시 봉사를 몸소 실천하시는 거사님...
정말 감동입니다~!!!

2018-05-28 06:17:32

길상

내 모습을 보는듯
비슷한 생각들 입니다
반갑습니다
같이갑니다
행복하세요

2018-05-27 22: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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